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
도덕(道德)
표준국어대사전 :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 외적 강제력을 갖는 법률과 달리 각자의 내면적 원리로서 작용하며, 또 종교와 달리 초월자와의 관계가 아닌 인간 상호 관계를 규정한다.
참 어려운 말 아닌가요?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
위의 문장 중 수학이나 과학처럼 명확하게 정의되는 단어는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양심이 그러하고 여론이 그러하고 관습이 그러합니다. 또한 스스로, 마땅히라는 단어도 애매모호하긴 마찬가지고요.
그렇다면, 왜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요??
모든 것이 저렇게 애매모호 한대도 말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 배웠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대학교를 제외한 모든 학교 생활에서 도덕 혹은 윤리라는 과목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무엇을 배웠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그냥 제 나름대로 받아들인 내용은 '착하게 살자'라는 말 한 줄이었을 겁니다.
'착하게 살자.'
그런데 이 단순한 문장이... 요즘은 오히려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너무나 당연한 명제였던 것이 저에게 어렵고 당연하지 않게 된 건 과연 언제였을까요....?
'정답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 말이죠.
아마, 부도덕한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 때문이었을지 모릅니다. 혹은 회장님, 사장님들이 죄를 짓고도 여전히 부자로 떵떵거리며 사는 모습을 보고 나서였을지도요. 혹은 더 가까이, 옆에 있던 친구나 어쩌면 제 자신이 부도덕한 일을 하고 작은 이득을 보았을 때부터였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술자리에서 계산 실수로 음식값이 덜 나왔는데 그걸 알고도 모른 척 자리를 뜬다든지, 돈을 아끼려고 지하철 개찰구를 슬쩍 뛰어넘는다든지, 배가 고파 공용 냉장고 속 남의 음식을 아무도 모르게 먹고는 '소소한 이득'이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순간들 말입니다.
이제 마흔 중반이 된 저는,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얘기하다 보면 '바보처럼 착하게 살 필요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하거나, 듣습니다. 물론 착하고 바르게 사는 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렇게 사는 것이 왠지 손해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중1 아들이 3주 전쯤 여름 방학을 하면서 학교생활 통지표를 받아왔거든요.
거기 담임 선생님께서 도덕 과목에 아들이 아래처럼 주장했다고 적어주셨습니다.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도리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그것을 지킬 때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 작성했습니다."
인간의 도리이자, 궁극적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
아들이 나름대로 통찰력을 발휘해서 적은 말인지, 어디서 보거나 참조한 건지, 아니면 선생님이 좋게 써주신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당연한 말 이더군요.
저는 최근에 작거나 큰 이득을 위해 때때로 부도덕한 일을 하고, 그것이 단지 내게 이득이며 동시에 남에게 큰 피해는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옳은 일' 혹은 '그럴 수도 있는 일'로 치부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주장한 문장을 보고, 한 순간 부끄러워졌습니다. 기특하기도 하고요.
오늘도 뉴스를 보면, 인간의 도리를 못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부도덕한 행동으로 권력을 쥐고, 부와 명예를 손에 넣은 이들을 보는 것도 썩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착하게만 사는 것이 너무 바보 같다는 어른의 생각도 버리지는 못할 것 같고요.
하지만 아드님이 주장했다고 하니, 도덕적인 삶을 사는 것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다시 한번 믿어봐야겠습니다.
착하게 사는 것이, 그래도 틀리지 않다는 것을요.
그나저나, 왜 저런 문장을 적었냐고 아들에게 물어보면 또 '몰라'라고만 대답할텐데...
답답하면서도, 웃음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