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른이 되어서는 비를 맞지 않으려고만 했던걸까???
어릴 적에는 비가 오는 날에도 참 많이 놀았다.
비가 이마에 부딪쳐오는 느낌도 알 수 있었고, 빗방울이 떨어지며 웅덩이에 닿았을 때 만들어지는 물방울의 모양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비의 온도와 냄새, 땅을 적시는 그 느낌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우산으로 집을 만들어 가족이 될 수 있었고,
나무 밑으로 숨어 들어가 나뭇잎 사이사이로 비치는 반짝이는 하늘을 볼 수 있었으며, 담벼락에서 비를 피하다가 친절한 이웃집 누나의 우산을 나눠 쓰는 행운을 잡기도 했었다.
그리고 비 오는 날의 축구 경기는 정말 신이 나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비를 맞으며 날리는 3점 슛의 포물선은 정말 아름다웠으며, 무엇보다도 비 속에서 달릴 때 가슴속으로 전해지는 공기의 축축함과 숨을 내쉴 때의 그 상쾌함이 정말 좋았다.
비에 젖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물을 털어내는 재미와 젖은 옷에 덜덜 떨면서도 웃고 떠들 수 있었던 그 자유스러움, 비에 젖은 옷에서 올라오는 눅눅한 냄새가 불러오는 아늑함과 슬리퍼를 신고 물웅덩이에서 첨벙되던 그 순수함....
비가 오면 나타나는 학교 화단의 달팽이들, 아스팔트 위를 느릿느릿 기어가던 빨간색 지렁이, 그리고 개구리 울음소리와 왠지 의기소침해져 집에만 틀어 박혀 있는 강아지....
언젠가 세차게 내리는 비를 우산으로 막아내면서,
도로 가장자리에서 힘차게 흘러 내려가고 있는 물살을 보면서,
시야를 흐릴 정도로 퍼붓는 빗줄기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흠뻑 젖은 신발과 바지에서 느껴지는 끈적거림 가운데서 추억했던 것들이다.
이 모든 것이 빗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인데.... 왜 어른이 되어서는 비를 맞지 않으려고만 했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