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장편소설 <if 말고 while>의 미연 이야기를 단편으로 살짝 수정한 버젼입니다.
1. 바람이 분다
뉴스에서 비 소식이 있더니,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창밖으로 소나기가 쏟아졌다. 테헤란로를 따라 번져오던 빗줄기가 사무실의 커다란 유리창 위로 점점이 찍혔고, 미연은 그 빗방울이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오전 내내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야 했다.
고객들은 끊임없이 조건과 기준을 말했고, 불평은 끝이 없었다.
A는 최근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과 몇 번 연락을 주고받다 흐지부지되었다고 했다.
그는 진심으로 잘해 보려 했고, 나름의 노력도 기울였다. 하지만 관계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혼자서 부정적인 추측을 쌓아가고 있었다.
“제가 뭐가 그렇게 부족했을까요? 회사도 괜찮고, 연봉도 나쁘지 않아요.
키도 평균 이상이고, 학벌도 나쁘지 않은데… 다들 왜 이러는 걸까요?”
말끝마다 억눌린 불만이 묻어 있었다. 미연은 그 말 사이사이에 묘한 자격의식이 배어 있음을 느꼈다.
“처음 만남에서는 서로의 속도를 맞추는 게 참 어렵죠. 회원님께서 너무 애쓴 건 잘 알겠어요. 근데 상대가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여지를 두는 것도 때론 필요하거든요.”
그는 짧게 웃었다.
“전 진심이었는데요. 또 점수 매기듯 고른 거겠죠.”
미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말이 아이러니하게 들렸지만, 굳이 표현하지는 않았다.
또 다른 회원 B는 며칠 전 소개팅 상대가 10분 늦었다는 이유로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첫 만남부터 늦었어요. 그런 사람은 기본이 안 된 거죠. 제가 돈을 낸 이유가 이런 수준의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나요?”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
“이건 성의의 문제예요. 전 제 기준에 꼭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잖아요.”
미연은 ‘남자가 그날 회의가 길어졌다고 했는데…’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굳이 해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불편하셨을 것 같아요, 충분히 이해됩니다.”
미연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계속되는 불평 속에서 점점 공허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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