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아니고
2. 그게 아니고
K는 미연이 대학생이던 시절, 늘 그녀 곁에 머물던 후배였다. 같은 동아리, 같은 캠퍼스, 비슷한 시간에 학교 드나들던 남자. 키가 크고 말이 적었으며, 특유의 느린 말투로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미연이 심하게 놀려도, 그는 언제나 웃으며 느릿하게 받아냈다.
신입생 초반부터 K는 꾸준히 미연에게 호감을 표현해 왔다. 하지만 그가 주는 감정은 편안함이지, 사랑은 아니었다.
‘좋은 동생’—그 정도였다.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끔은 설레기도 했다. 그러나 그 감정은, 마음이 ‘넘어가는’ 지점까지 닿지 못했다. 그는 몇 년을 그렇게 미연 곁에서 맴돌았다. 축제 때면 함께 벽화를 그렸고, 시험 기간엔 도서관 구석자리에서 쪽지를 주고받으며 밤늦게까지 공부했다. 라떼를 사다 주고, 빵을 건네고, 아플 때면 약국에 다녀오곤 했다.
그의 방식은 늘 다정했지만 조용했고, 꾸준했지만 서툴렀다.
미연은 그 마음을 때로는 장난으로, 때로는 ‘착하네’라는 애매한 감사 인사로 받아넘겼다.
받아들이지도, 밀어내지도 않은 채로.
K가 미연을 바라보는 동안, 미연에게 몇 번의 연애와 이별도 있었다. 상대는 대체로 또래보다 능력이 앞서 있거나, 말투와 태도에 자신감이 묻어나는 사람이었다. 겉모습이 세련되진 않았지만, 말수가 적은 대신 중심이 느껴지는 사람. 주도적이면서도 단단한 기색이 엿보이는 사람이었다. 누군가는 창업 동아리에서 앱을 기획하고 공모전에서 상까지 받은 공대생이었고, 누군가는 조모임에서 늘 리더를 맡아 흐름을 주도하던 경영학과 선배였다. 그들은 모두 확실한 취향과 방향성을 지니고 있었고, 미연은 그런 주도적인 남자들에게 자주 끌렸다.
K도 그들을 알고 있었다.
미연에게 전해 듣거나, 우연히 마주친 자리에서 그들을 보았으므로.
그래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언제나처럼 따뜻한 라떼 한 잔을 손에 든 채, 조용히 그녀 곁을 지켰다.
미연이 졸업을 앞두고 연애마저 접은 채 바쁘게 취업 준비를 하던 어느 날이었다.
도서관 앞 벤치에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던 중, K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나, 요즘 토익 점수는 몇 나와요?”
“어휴, 나 이제 토익 안 봐도 돼. 넌 공부 잘 돼?”
K는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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