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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꿈 이야기

4. AI 동생

by 홍디딩

어렸을 적 내겐 나이를 먹지 않는 동생이 있었다.

그 애는 우리와 학교를 같이 다녔고

이름도 있었고 운동도 잘했지만

밥을 안먹었다. 그냥 식탁에 앉아서

그렇게 우리 가족이 입안에 음식을 밀어넣는 걸 지켜보았다.


그 애는 학교에서 인기가 많았다.

모든 아이들이 그 애와 놀고싶어서

나와 남동생을 찾아와 집에 초대해달라고 조르곤 했다.

그게 어느 순간부터는 지겨워졌나보다.

부모님께 울면서 소리질렀다.

쟤는 우리처럼 엄마가 낳은 애도 아니잖아.

쟤 이제 내보내. 저런 동생 필요없어.


결국 부모님이 힘든 결정을 내렸고

크리스마스에 그 애와 이별하기로 했다.

그 애는 무척이나 담담했는데 학교에서는

선생님이고 학생들이고 할 것 없이 절절한 탄원서를 써서 보내왔다.

N 은 소중한 아이예요. 그 애를 되돌려보내지 마세요.

어쨌거나 내 꿈 속에서 그들의 눈물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크리스마스는 정말로 10분 후 찾아왔다.


막상 그 애를 보내려니 죄책감이 들어서

나는 그 애를 꼭 껴안아주고, 분해된 그 애의 몸체를 반품할 박스의 리본을

반짝이는 빨강색으로 직접 골랐다.

그리고 나서는 무슨 일인지--

조용히 앉아서 엄마 아빠가 드라이버와 전동톱을 가지고

깔끔하게 나를 분해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나의 손, 팔, 종아리, 다리가 차곡차곡 박스 안에 들어갔다.

눈물이 나진 않았지만 꽤 슬펐던 것 같다.

그 애는 마지막으로 내 정수리의 전원을 끄기 전

"나중에 또 보자"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작은 희망을 잠깐 품었다. 나중에,

나중에는 강아지나 고양이로 우리 가족에게 다시 올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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