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탐스럽게 떠다니는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아진다기보단 언제 다시 비를 퍼붓고 흐려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은 불안했다.
언제부터인가 눈앞에 좋은 게 있어도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하게 되었다. 내가 발견한 행복이 퇴색될걸 미리 예상하고 행복이 사라진 후 많이 섭섭해지고 싶지 않아서 늘 마음에 예방주사를 놓듯 들뜨는 마음은 눌러놨다. 그러다 보니 어리석게도 좋은 감정을 그때그때 즐기지 못하는 멍청한 어른으로 성장해 버렸다.
나는 몇 수 앞을 내다보며 걱정한다.
없는 일을 상상하며 화내거나 서글퍼하는 일도 다반사다.
안 그래도 걱정이 많은 나인데 10년 차 장롱면허를 탈피하고자 슬슬 운전대를 잡기 시작했더니 걱정이 배로 늘었다.
걱정만 늘었으면 다행인데 걱정은 두려움까지 손잡고 나를 물고 늘어졌다.
*괜히 차 끌고 나갔다가 안 좋은 일을 겪으면 어쩌지?
*주차를 잘할 수 있을까?
*초보라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 어떡하지?
굳이 할 필요 없는 걱정들을 몸에 휘감은 채 운전대에 앉아 엄마집으로 향했다.
운전해서 가면 고작 7분 거리.
'제발 무사히.'
운전하면서 가장 많이 바라는 말이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주문처럼 되뇌이던 말처럼 무사히 주행하고 무사히 주차한다.
운전하는 내 모습이 늘 걱정인 엄마의 얼굴을 보자마자 내가 무사히 도착했다는 것 자체가 큰 효도를 한 것 같아서 재밌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 무릎뼈가 완전히 붙지 못한 엄마와 점심을 먹기 위해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엄마와 시간을 보낸다.
도토리면 안에 엄마가 손수 무친 콩나물을 가득 넣고 깻잎 쌈무를 함께 썰어 넣으니 양이 더 풍성해졌다. 거기에 삶은 달걀을 국수 맨 위에 올리니 정말 분식집에서 팔 것 같은 모양새가 갖춰졌다.
"엄마가 해주지 않으면 이런 콩나물은 먹을 일이 없어!" 신선한 콩나물에 반해 한 입 가득 도토리면과 콩나물을 둘둘 말아 입에 넣은 나는 입안 가득 퍼지는 아삭한 여름의 맛을 온전히 느꼈다. 이런 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엄마는 혼자서 먹으면 이렇게 정성스레 차려먹지 않는다고 했다.
깁스하지 않은 한 발로 겨우 지탱하며 다 큰 딸에게 점심을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엄마의 모습이 선했다.
만 나이 도입으로 34살이 된 나는 한창 어른이어야 할 나이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인성이 안된 이와는 함께 일 못한다며 떨쳐낸 일터에서 내가 필요하다는 마음 복잡한 전화를 받은 일.
...
*열심히 만든 영상이 조회수가 잘 안 나오고 구독자가 늘지 않아 서글픈 마음.
...
*내 그림에서 그 어떤 특징도 매력도 느껴지지 않았을 때의 한심함.
...
*몸과 마음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아서 허공에 분풀이하고 싶어 지는 마음까지.
아삭아삭.
.
..
...
아삭아삭!
엄마가 가득 만들어준 콩나물 소리에 묻힐 정도의 작은 먹구름 같은 마음이라 다행이었다.
경쾌하고 포만감 가득한 식사였다.
엄마집에 있는 그 몇 시간 사이 해가 쨍했다가 다시 흐렸다가 비가 올 듯했다가 다시 무더워짐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