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희구 Oct 19. 2024

어쩌면 다정함 때문에

10월 18일의 기록



조금도 친하지 않은 분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그분 덕에 무사히 귀가를, 울지 않으면서, 힘들어도 조금 덜 힘들게 마칠 수 있었다.

터덜터덜 힘들게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그분이 보여준 다정함을 떠올렸다.

내가 일어서서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따라 마시는 걸 가만히 보더니

차 마시겠어요?라고 묻고는, 본인에게 들어온 티백 선물을 꺼내 보여주었다.

주시면 마실게요,라고 하자 되려 "정말요?" 물으며 환해지던 얼굴.

나에게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자 친절이었다.

나는, 누군가 일어서도 그의 동작에 시선을 보내지 않을 것이며

그가 맹물을 마셔도 그가 마시는 것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내가 뾰족하니 세상이 내게 뾰족해진 걸까

아니면 세상이 내게 뾰족하니 내가 뾰족해진 걸까

요 며칠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며, 마치 겨울바람을 정면으로 맞이한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팔짱을 낀 채 혼자 세상과 맞서듯 걸었는데

오늘은 자꾸 떠오르는 온기 한 조각을 벗 삼아 거리에 얼굴을 내놓고 걸었다.

이 나무에도, 저 가로등에도 따뜻함이 배어 있었다.

아무래도 감사해요,라는 말로는 부족했던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네가 과거였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