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클래식의 탄생
2016년 6월 17일, 해커들이 이더리움 보안의 취약점을 찾아내 이더리움 코인인 이더(ETH) 약 360만 개를 해킹해 자신들의 전자지갑으로 옮깁니다. 당시 이더 가격으로 600억 원어치(전체 이더리움의 약 10%)가 도난당한 것입니다. 해킹 소식이 알려지자, 이더의 가격은 급락했습니다.
이더리움재단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2016년 7월 20일 프로토콜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즉,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갈래의 공식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이더리움 블록 체임 참여자의 85%가 하드포크를 찬성했습니다.
이 해킹 사건으로 이더리움클래식(ETC)이 탄생합니다. 당시 하드포크에 동의하지 않은 개발자 그룹이 있었는데 이들은 따로 기존 갈래에 잔류했습니다. 그리고 하드포크에 성공한 지 3일 뒤인 7월 24일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인 폴로닉스에 이더리움클래식(ETC)을 기습 상장시킵니다.
블록체인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일종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윈도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듯 블록체인에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이런 업그레이드 과정이 ‘포크(fork)’라고 불립니다. ‘포크’의 원래 의미는 ‘분기’입니다. (분기는 프로그램의 실행 순서를 변경해 다른 명령을 실행할 수 있게 하는 일입니다.) 체인이 분기하는 과정이 식기인 포크를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포크는 이전 버전과 호환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전 버전과 호환이 가능하면 소프트포크이며, 호환이 불가능하면 하드포크입니다. 특히 블록체인은 의사결정 구조가 탈중앙화 됐습니다. 즉 참여자들이 동의해야 포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포크는 호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참여자들 전체가 포크를 통한 해당 프로젝트의 발전 방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포크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냥 이전 버전의 체인을 유지하면 됩니다.
하드포크는 프로젝트 발전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반발 세력이 소수라면 이들이 주도하는 체인은 그냥 시장에서 사라집니다. 암호화폐가 쪼개지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반발 세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이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블록체인이 생명력을 얻고, 새로운 암호화폐가 쪼개져 나오게 됩니다.
비트코인에서 비트코인캐시가 떨어져 나온 것이 하드포크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비트코인캐시는 거래 시간을 단축해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자는 취지로 탄생했습니다. 블록의 용량을 늘려 탈중앙화 정신은 지키면서 처리 속도를 개선하자는 것입니다. 블록 용량이 커지면 여러 개의 거래를 한 블록에 저장할 수 있고 기술의 확장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트코인캐시는 암호화폐(가상화폐) 세계 최대 채굴업체인 비트메인(Bitmain)사 회장인 우지한(Jihan Wu)에 의해 2017년 8월 1일 비트코인 블록에서 하드포크돼 새롭게 생성됩니다.
라이트코인(LTC)도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해 태어났습니다. 라이트코인은 2011년 10월 7일, 구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던 찰리 리(Charlie Lee)가 비트코인의 코드베이스에서 몇 가지 수정을 거쳐 배포한 오픈 소스 블록체인 프로젝트입니다. 비트코인 코어에 비해 적은 유저층과 커뮤니티를 갖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의견 충돌이 적으며, 이로 인해 빠르게 개발 방향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적용해 나갑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하드포크는 그 내용에 따라 '호재'로 작용할 수도,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하드포크가 일어나기 전까지 그 영향을 짐작하기 어렵기에 불확실성으로 인한 암호화폐 가격 하락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성으로 인한 가격 하락은 대개 하드포크로 체인이 쪼개지고 난 후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회복됩니다.
하드포크는 초기에 부정적인 시각을 봤습니다. 암호화폐가 쪼개져 나온다는 것 자체가 참여자들이 합의에 실패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2016년 하드포크 과정서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이 쪼개질 때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반면,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 때에는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 모두 가격이 올랐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를 계기로 하드포크를 새로운 암호화폐를 공짜로 받을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주식 배당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