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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Apr 21. 2024

프리랜서 기획자의 데일리 회고 (4월 3주차)

Today I Learned.. (4/16~4/19)

프리랜서 기획자의 데일리 회고 (4월 3주차)

Today I Learned.. (4/16~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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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16 화요일 (어쩌면 당연한 고통)


정말 피곤했던 하루. 식후부터 퇴근전까지 미친듯이 졸립고 당은 땡겨서 체력적으로 부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왜 피곤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요즘 하는 일의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 같다.


서비스의 정책서를 정리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그 시간이 다가오게 된다.

‘분명 서비스가 문제없이 굴러가고 있지만, 누구도 명확하게 모르는 기능과 히스토리가 존재하기’ 때문.


이건 레거시 코드인가? 어떤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나? 누가 의사결정을 했나?

업력이 몇 년만 지난 플랫폼이라도 확인하기 귀찮고 번거로운 사항이 한두가지가 아닐 터인데

그런 서비스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세세하게 훑어보고 현황을 정리해야 하니까.

그리고 그걸 내가 직접 할 수 있는게 아니라, 담당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답변을 기다려야 하니까.


쉬운 기능과 용어들은 보통 메신저나 구글독스로 질문을 남겨놓으면 바로 답을 얻을 수 있지만

지난 히스토리를 찾아보고, 코드를 뒤져보고, ‘이건 OOO한 기능이에요.’ 라는 답 한마디를 얻기까지

몇 시간에서 몇 일이라는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

이제 이 단계에 진입했다는 건, ‘쉬운 정책 정리’는 어느정도 일단락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벌써 1달의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여기서 새삼 또 체감했고,

아직 2달이라는 기간이 더 남아있는데 나 정말 일 빠르게 하는구나도 또 느꼈다.


피곤하고, 개발자들이 갈수록 대답을 안해주거나 늦어지는게 기분 상할 때도 있겠지만

이 또한 어쩔수 없고,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지내야겠다.

특히 재택근무보단 대면으로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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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17 수요일 (조용한 퇴사란 없다.)


벌써 일주일의 중반이라니. 하루하루 근무시간은 느리게 흐르는데, 일주일과 한달은 참 빠르게 지나간다.

고작 30분 일찍 일어난다고 이 생활패턴에 적응하느라 컨디션이 오락가락하는데, 

출퇴근이 익숙해질때 쯤이면 퇴사를 앞두고 있으려나.


요 며칠 점심 식사 후 춘곤증인지 식곤증인지 너무너무 졸려서 삐뚤빼뚤 글씨를 쓰면서 잠을 깨곤 했는데

오늘은 사무실에 출근한 사람들도 많고 복작복작한 분위기라 가뿐하게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사람들이 없는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는 것에 더 만족감을 느꼈을 것 같은데,

지금 일하는 회사는 오히려 사람들 소리가 들리고 시끌벅적해야 더 일할맛이 나는 신기한 곳이다.

다들 점심시간 직전까지. 퇴근시간 직전까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자극도 받고, 스타트업은 다 이런곳인가 경외감이 들기도 한다.


사실 지난 한 달 동안 전 회사에서 내가 일하던 방식과 일을 대하는 태도를 많이 반성했다.

주5일 재택근무를 당연하게 여기고 하루라도 사무실에 가야 하면 앓는 소리를 냈던 것도.

회사에서의 삶은 진짜가 아니고 퇴근 후에야만 온전히 내가 원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최대한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마감일이 임박해서야 기획서를 쓰고,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회의와 발표에서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관심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발표 준비에 소홀했던 것도.


요즘은 회사 생활에 환멸을 느끼며 ‘조용한 퇴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그 때의 내가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에서, 내가 만족하는 일을 하지 못한다면 그 회사를 다닐 이유가 없는건데.

만약 복지나 동료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새로운 환경을 찾아 이동하면 되는건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떠나서 더 좋은곳으로 가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과 사서 걱정하는 성격 탓에

불만족스러운 환경에 억지로 나를 가둬둔 것 같아서 나에게도 너무 미안하다.


얼마전 심리상담에서도 그런 말을 들었다.

내가 나 자신에게 많이 엄격하고, 특히 높은 잣대를 들이밀고 있어서

퇴사 후 프리랜서로 전향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할 때에도 끝없이 게을렀던 지난날의 나를 타일렀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때 나는 더 잘할 수 있는 방법만 찾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만 했는데,

선생님이 ‘나 자신이 안쓰럽고 힘들진 않으세요?’라는 이야기를 건네자 눈에 눈물이 고일 정도로 격한 감정을 느꼈다.


꿈은 많고 이상은 높은데, 그걸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았던 지난날이 너무나도 아쉽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나를 너무 채찍질하지 않고 그저 할 수 있는 만큼만 나아가려고 한다.


그리고 지금 회사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하루하루 충실하게 일하며 발전하려는 태도로 임하고 있다는게 느껴져서

이 곳에서 일하는 3달 동안 정말 많이 발전하고 배울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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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18 목요일 (프리랜서는 근로자인가?)


프리랜서는 근로자가 아닌가? 프리랜서라는 근무 형태에 대해 고민을 했던 하루였다.

나는 지금 3개월 계약을 하고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게 프리랜서가 맞나? 싶을 정도의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

주5일 출근, 근무시간은 매일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 보다 더욱 빡빡한 느낌이다.


그런데 오늘 그 서러움(?)이 폭발했던 건 근로자의 날 때문.

직원분들이 마침 회사의 창립기념일도 4월에 있다고 하고, 5/1일은 근로자의 날이라 쉰다는 이야기를 하시기에

외주 플랫폼 업체에 프리랜서인 나는 어디까지 휴무가 가능한지 문의를 했었다.


그리고 돌아온 답은, 둘 다 근무를 해야한다는 것.

뉘앙스를 들어보건대 위탁업체 측에서 결정을 내렸다기 보단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담당자분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였던 것 같다.

‘아, 프리랜서는 근로자가 아닌건가요?’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꾹 참고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정확한 대답은 아니지만, 출퇴근과 근무 장소 & 시간에 제약이 없는 프리랜서들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답변이 대다수였고

일반 회사원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계약직 프리랜서들은 근로자로 해석하기도 한다는 애매모호한 답변들도 많았다.


그럼 나는 어떤 프리랜서인가? 

주2회 재택 근무를 하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주5일 꼬박꼬박 정해진 시간에 사무실에 출퇴근하고,

그럼에도 휴가도 사용하기 힘든데 근로자의 날에도 쉴 수 없는 직원이라니.

이정도면 후자의 해석을 적용해서 충분히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의 근무 요건이 아닌가 갸우뚱하기도 했지만, 그냥 근로자의 날에 쉬고 급여를 덜 받기로 협의를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회사에선 왠지 나의 계약 기간을 연장하거나, 직원 합류를 은근슬쩍 기대하는 눈치였다는 것.

사실 프리랜서 계약직 직원을 똑같이 대우해달라는 건 정말 배부른 소리일 수 있지만,

이렇게 빡빡한 생활을 계약을 연장하면서 까지 감당해야 할 업무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계약 연장은 하지 않기로 했다.


역시 회사 밖에서 돈을 벌다보면 나는 ‘근로자’도 될 수 없고 ‘구내식당 식권’을 받을 수 없는 계약직 직원이 될 수 밖에 없구나. 하는 한편의 아쉬움과

그래도 야근이 없고, 끝이 있는 근무기간이다보니 몇달간 참고 다닐만 하다는 한편의 위안이 동시에 찾아왔다.

원래같으면 전자의 아쉬움과 힘듦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서 나를 자책하거나 퇴사한 것을 후회했겠지만

요즘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마음먹으려고 하니, ‘적당한 급여를 받으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너무 어렵지 않은 일을 하는 것’에 퍽 만족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근로자의 날에 쉴 수 없는 이유는 모르겠지만..ㅎ 그냥 주어진 일에 몰입하고 그 외의 일에는 신경을 차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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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19 금요일 ("자연스럽게 업무 추가")


프리랜서의 일 기한은 말 한마디로 바뀐다.

이번 프리랜서 잡을 위해 인터뷰를 하면서 들었던 업무 내용은 꽤나 심플했다.

‘우리 서비스의 어드민 정책서를 완성해달라.’


전 회사에서도, 항상 서비스 정책서를 만들고 업데이트하는 게 업무의 일부였으니

‘오호라, 이게 웬 떡인가?’하는 생각에 덥석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3달간의 계약 기간 동안 현실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업무 일정을 계획했다.


분명 처음에는 3달이면 참 넉넉하고 여유롭게 정책서를 쓸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 돌이켜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왜냐? 클라이언트의 마음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내가 기능 단위별로 정책서를 정리해서 보여드리면, 항상 좋은 피드백을 많이 해 주신다.

원체 꼼꼼한 성격이기도 하고, 약간의 강박도 있어서 깔끔하고 양식을 잘 맞춘 문서를 쓰는걸 좋아해서인가.

그런 피드백을 듣는게 뿌듯하고 기분이 (당연하겠지만) 좋아진다.


그런데 항상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업무가 야금야금 늘어나는 느낌이다.

“그럼 이건 다음에 앱 Front 정책서 정리할 때 같이 넣어주시면 되겠네요.” 라던가,

“이건 서비스 개선건 정리하실 때 같이 넣어주세요.” 라던가.

첫 인터뷰 자리에선 정말 흘러가듯 던졌던 이야기이거나, 아예 언급이 없었던 업무도 자연스럽게 추가되는 모습.


이게 맞나, 내가 너무 업무를 빨리 하니까 계속 업무를 주시는 건가, 아님 이미 협의했던 업무인데 까먹은건가.

정말 여러가지 생각을 해 봤는데, 결론을 내리자면 ‘프리랜서이고, 직장인이고, 어쩔수 없이 추가되는 업무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나도 마케터 출신이지만, 회사의 큰 의지로(?) 직무가 기획자로 변경되었던 것 처럼.

나는 썩 내키지 않지만 상사가 원하니 어쩔 수 없이 따라야하는 프로젝트처럼.

그냥 내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야금야금 생기는 게 회사의 섭리이자 자연적인 법칙(?)인 듯.


내가 해야하는 일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근무 기간 내에서 합리적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라면.

그리고 그게 내 성장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일단 해보는게 좋다는 결정을 내렸다.

(정말 불합리하고 말도 안되는 업무를 준다면 그건 계약을 다시 고민해봐야 겠지만)

그러니까 오늘도 나는 일한다. 너무 비합리적이지 않은 선에서, 내 성장을 도모하며, 새로운 가능성은 열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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