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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 Jul 03. 2015

메르스(MERS)와 예측

자기충족적 예측과 메르스(MERS) 루머 확산의 상관 관계

2015년 5월 20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중동지역에 다녀온 68세 남성이 중동호흡기 질환(MERS)에 감염된 것을 처음으로 밝혔다.


발표 이후, 그 다음 날 첫 환자의 간병을 도맡던 부인과 같은 병실의 환자가 메르스 판정을 받은 이후 질병관리본부의 긴장 수위는 높아져갔다. 그 이후의 스토리는 우리가 익히 알듯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당국 그리고 정부에 강력한 질타가 이어졌다.


나는 본 메르스(MERS) 사태의 질병 역학적인 초기 대응의 관점보다 보건 당국의 미흡한 정보 관리 및 정보 공개의 여부가 메르스의 전국적인 불안감 확산과 더불어 국제적인 질타 그리고 경제적인 타격까지 이어졌다고 판단하고 정보유통의 관점과 베이즈 주의적인 예측에 의거 본 사건을 다루어보고자 한다.


2008 미 대선, 상원의원 선거, 2012 미 대선에서 50개 주의 정확한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Nate silver는 '신호와 소음'이라는 본인의 저서에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 인간 활동에 대해 예측을 할 때 많은 경우, 예측이라는 행위 자체가 예측 대상자들의 행동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 때로, 행동의 이런 변화들은 경제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예측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영향은 예측을 더 정확하게 할 수도 있고, 완전히 빗나가게 할 수도 있다. 독감을 비롯한 전염병 예측은 이 두 방향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 
미국의 통계학자이자 세이버매트리션, 정치분석가, 언론인

메르스(MERS)에 대한 수많은 의견과 확산 예측이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어놓는다는 것인데, 실제로 예측이 예측 내용을 스스로 실현하는 것을 자기충족적 예측(Self-fulfilling prediction) 혹은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라 한다.


메르스와 같은 질병에게도 자기충족적 특성이 존재한다. 미디어에서 질병과 관련된 내용을 폭발적으로 다룰 때마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게 되고 많은 의사들은 오진을 포함하여 그 질병을 더 많이 진단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메르스 환자가 병원을 방문했다고 특정 병원을 가면 안 된다는 건 과도한 우려"라고 비공개 원칙 유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메르스에 대하여 초기 보건 당국의 지침이 '정보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며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방역망을 구축하면 안전할 것이라는 가설은 결과론적으로 실패였고, 수많은 미디어와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던 루머를 통해서 메르스의 자기충족적 예측(Self-fulfilling prophecy)의 특성이 반영되면서 사회적 불안감 조성과 더불어 추정치의 오도 및 격리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https://en.wikipedia.org/wiki/2015_Middle_East_respiratory_syndrome_outbreak_in_South_Korea

사실 SNS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어 나가는 루머(Rumor)에 대하여 확산 양상 등의 특징을 분류하여 90%까지 루머를 걸러내는 연구를 진행한 KAIST 차미영 교수의 논문[1]에 따르면 메르스의 정보 비공개 결정과 정보 유통의 부적합함을 더욱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1]
출처 : [1]

위의 Figure 1. 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루머(Rumor)의 특성은 목적 달성을 위한 시간적 차이로서 일반 정보에 비해서 주제에 대한 전파 최고치(Peak)가 굉장히 잦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Figure 2. 에서처럼 소셜 미디어 상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에게서 순차적으로 퍼지는 비교적 강한 연관성을 가진 네트워크가 아니라 (a)의 그림처럼 점조직 형태를 띤다는 연구 결과이다.


루머가 점조직 형태의 확산 네트워크를 보이는 데다가 전파의 최고치(Peak)가 굉장히 잦게 발생한다는 것은 루머의 재생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실제로 메르스(MERS)의 루머 확산에 적용해 보았을 때 SNS 상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언론에서 자극적이고 부풀려진 언어를 통해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자기 충족적(Self-fulfilling prophecy) 예측 혹은 자기 부정적(Self-canceling prediction)으로 작용하여 걷잡을 수 없는 격리자의 증가와 사회적 불안감 더 나아가 국가 경제적 타격까지 불러오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참고문헌 및 출처]

[1] Kwon, S.  Cha, M. Jung, K. Chen, W. Wang, Y.,  'Prominent Features of Rumor Propagation in Online Social Media', IEEE 13th ICDM, 2013


[2] Nate Silver 지음/이경식 옮김, '신호와 소음(The signal and noise)', pp.326 ~ 329, 더퀘스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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