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와 제조업 최강국 독일의 Industry 4.0을 중심으로
지난주부터 전 세계 경제의 시선은 정말 강력하게 그리스의 채무불이행(Default)에 쏠려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가 32% 폭락하며 프랑스 전체 증시 규모에 해당하는 자산이 공중 분해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의 식은땀을 유발하기에 충분하였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나 미디어가 이르기를 그리스의 채무불이행 사태는 유로존 화폐의 불균형으로 인함이며, 때에 따라서 화폐의 평가절상 및 절하가 담당해왔던 경제 안정의 무게추가 단일 통화 유로로 인해 무능함을 나타내면서 그리스의 경제가 나락에 빠졌다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 중학교 화학 시간에 배우는 리비히 법칙처럼 실질적으로 독일이 거의 단독으로 주도해 나가는 유로존의 상황은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남유럽 국가가 짧은 나무토막처럼 작용하여 전체적으로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될까? 어찌되었든 복잡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한 사건을 수습하고 대비하는 것이 우리가 가진 과제라면 이후의 경제적 상황은 낙관적일까? 만약 낙관적이지 않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인 해리 덴트(Harry Dent)의 2018 인구절벽이 온다(The Demographic Cliff)가 제시하는 '인구 절벽'의 키워드가 본 사건의 징조와 대안을 관통한다. 본 텍스트에서 말하는 인구절벽이란 앞선 세대보다 인구수가 더 작은 세대가 뒤따르는 현상을 말하며 이는 선진국에서 현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다시 말해서 생산과 소비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사실 그리스는 유럽 국가 중에서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낮은 수준에 속한다.(GDP 정부 부채 비율은 2015 기준 177%로 유럽 최고 수준) 그리고 그리스 국민들이 경제 규모 대비 가장 적은 부채 수준을 유지하며 최소한의 물건으로 검소한 삶을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혹자들이 언급하는 과도한 복지 정책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2013년 이후 심각한 인구 절벽에 직면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현 유로존 체제에서 무역적자의 확대와 더불어 제품 경쟁력의 저하로 인해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2015/07/13 기준, 5년 그렉시트가 제안되고 EU 정상회의가 취소될 만큼 최악의 상황까지 언급되는 것이다.
생산 인구, 소비 인구가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유기적인 경제 활동도 힘든 판국에 국가는 부도사 태니 어쩌면 1998년의 IMF를 맞은 한국의 상황보다 좋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구절벽'의 위기를 인지하고 산업적으로 대비하는 국가가 있을까? 놀랍게도 존재한다. 바로 제조업의 최강국, Mercedes Benz, BMW, Volkswagen, Siemens의 나라, 유럽 경제의 선두주자인 독일이다.
얼마 전, 필자는 한국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열린 2015 GE Innovation Forum에 참가하였다. 고종 시절, 전기를 처음 놓은 에디슨 전기주식 회사의 현신인 GE의 주도로 열린 행사였고 포럼을 관통하는 주제는 '제조업의 혁신'이었으며 이는 GE의 용어로 'Brilliant Factory'라고 정의되었다. 사실 행사 중 세션에 참가한 많은 패널들이 GE의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Brilliant Factory의 개념을 가장 강력한 경쟁사인 Siemens의 Industry 4.0과 그리고 그를 선보인 Amberg Factory를 예시로 들었다.
약 1000 종류의 제품이 하나의 공장에서 생산되며 자동화율 75%, 불량품이 100만 개 중 단 12개만 생산되는 이 놀라운 공장이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앞서 뒤바꾸고 있다. 신기술인 건 알겠고 제조업의 진보인 것은 알겠는데 이 것이 시사하는 바와 인구절벽과의 관계는 무엇일까?
포럼에서 두 번째 세션의 패널로 참가한 Cisco의 최귀남 전략이사는 SIEMENS Amberg Factory 예시를 들며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사실, 독일의 Industry 4.0의 패러다임 제시는 급속도로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생산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한 필연적인 제안입니다.
사실 독일은 유럽에서 둘째 가라면 버거울 정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인구절벽을 맞이한 국가이다. 국가의 기간 산업이 제조업인 만큼 인력이 없이는 절대로 이 산업들을 이어갈 수 없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않고는 국가경쟁력의 기하급수적 저하가 뻔히 보이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를 위해 독일은 Industry 4.0이라는 개념을 내놓으며 발 빠르게 대처해 나갔고 인구절벽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유럽 전체 및 본인의 국가에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주기 전 기술적/산업적 개혁 주도를 통해 앞서 나가고 있는 무섭도록 놀라운 전략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GE 포럼에서 사실 가장 놀라웠던 점은 그렇게 꼿꼿하던 우리나라의 굴지의 제조업 회사의 임원들이 분야를 막론하고 자리하셨다는 점이다. 두산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냈던 굴지의 제조회사들의 위기를 실질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으며 돌파구를 찾으려는 간절한 의지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제조업의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에서 현재 1인당 스마트폰 이용률, 인터넷 보급률이 최고인 한국. 우리가 가진 역량은 증명되었는데 이제 역량을 집중할 때가 아닌가 싶다. 끝으로 GE 글로벌 소프트웨어 부문 부사장 빌 루의 한마디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최고의 교육 수준, 일구어낸 제조업의 경험,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인터넷 보급률 및 신기술 체득 수준을 가진 한국에서 이러한 패러다임을 선두 하지 못한다면, 그건 '창피한 일'아닌가
[참고문헌 및 URL]
[1] 해리 덴트 지음/권성희 옮김, '2018 인구절벽이 온다', 청림출판
[2]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630_0013761003&cID=10101&pID=10100, 'GDP 보다 빚 많은 유럽국, 그리스 후폭풍 우려', 정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