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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 Jul 07. 2019

파란만장했던 2019년 상반기를 마무리하며

폴라리언트 세 번째 투자 라운드 클로징과 인수합병(M&A)을 거쳐

벌써 2019년의 살아온 날보다 남은 날이 더 적은 하반기로 접어들었다. 내게 있어 2019년 상반기는 살아온 인생을 통틀어 가장 파란만장했던 일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폴라리언트의 세 번째 투자 라운드를 클로징 했고, 클로징과 병렬적으로 동시에 인수 제안을 받아 협상을 두달 간 진행했으며, 결국 4월에 쏘카에 인수되고 난 뒤 적응하니 상반기가 지나가버렸다.


9 주간의 인수 협상 및 기 주주들에게 동의를 받는 협상의 여정은 내 삶에 있어서 가장 귀한 경험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하나의 회사가 또다른 도약을 꾀함에 있어서 인수합병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Sell-side의 최전선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등 스스로 창업가이자 기업가로 칭해온 지난 5년간 가장 흥분되고 짜릿한 경험일 수 있을게다. 힘들긴 했어도.


모회사에 공식적으로 합류한지 어느덧 2개월이 지났으므로 계약이 갓 끝난 당시의 소회보다 좀 더 차분하게 돌아보게 된 것 같아, 중간 정리 삼아 기록을 하고자 한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굵직한 사건이었으므로 좀더 자주 기록을 남기고 나중에 꺼내볼 요량이다. 평생 이런 일을 하고 싶기 때문에.


(1) 인수합병은 투자 집행 및 유치보다도 더 큰 베팅


인수합병 소식이 생각보다 크게 언론을 탄 이후로,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이들이 축하 해주셨지만 상당수는 ‘끝’, ‘은퇴’ 등을 말씀하시면서 개인의 삶 속의 마침표가 아니냐는 샘이 섞인 질문을 주셨다. 인수합병(M&A, Merge and Acquisition)이 일어나는 케이스가 소수이고 활발하지 않은 국내 기업 생태계에서 해당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분들이 몇분이나 계실까 싶기도 하고, 기업 개발(Corporate Development) 속에 투자, 인수, 합병 등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있는 이유도 관련 업계에 계신 분들 정도 관심을 가지실 듯한 주제이기에 큰 기대가 없어 웃어 넘겼지만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수합병은 모회사나 피인수기업이나 기업 생명주기에 있어서 가장 큰 이벤트 중 하나이고 큰 베팅이다.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에 가까우며, 모회사 입장에서는 도약의 출발점이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과정 상에 있는 것이다. 피인수기업의 창업자의 소유 관계로 인해 해당 개인의 삶에 있어서 재무적, 철학적 성과를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그보다 기업을 탄생시켰던 ‘어버이’의 관점에서 느끼는 게 보다 더 정확하다고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미혼이기에 잘 모르고 정확한 비유가 될까 싶지만 ‘결혼’과 비슷한 것 같다. 그것도 긴 시간이 아니라 짧고 단편적인 모습만 본 짧은 연애기간을 거친 결혼.


미시적인 관점에서는 기업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극소수의 인사이트와 베팅이 만들어내는 관계이며, 반대로 외부에서 해석한 시선보다 더 거시적인 승부수일 수도 있다.


(2) 결국 HR(Human Resource)로 귀결되는 사건


기업은 다양한 자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건전하고 우수한 기업이라고 평가할만한 지표가 굉장히 많지만, 모회사, 피인수회사 모두 성공적인 인수합병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결국 HR로 귀결된다. 재무와 자원의 최적 배치 측면은 당연히 인수합병 결정 배경 안에 녹아 있고, 이를 활용해서 더욱 큰 엑셀러레이션을 만들어내는 건 ‘사람’에 있다. 사람의 동기부여를 어떤 방식으로 끌어올리고 동기부여를 통하여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는 건 HR 이슈가 결정적이라고 느꼈다.


(3) 포기가 아닌 집중이 만드는 에너지


기업에 있어서 ‘더함’이란 더하기(Plus)가 아니라 빼기(Minus)와 결합(Bind)의 합성이라고 느꼈다. 여기서 ‘빼기’라는 것은 인수합병 당사자인 양사가 보유했던 자원 중의 일부를 빼내는 것이며, 빼낸 자리가 경첩이 되어 또다른 결합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빼낼 때는 ‘포기’라고 느껴지는 게 많지만 결국 한 비전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결합하고 집중을 만들어 내야한다. 그게 (2)에서 이야기했던 HR 관점의 동기부여를 이끌어내는 방법이자 한정된 자원을 가장 적절한 곳에 배치할 수 있는 길일테다.


지난 인수합병의 사건을 길지 않은 이 시점에서 돌아봤을 때 기업에 대한 개인적인 관점의 많은 전환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 때는 또 달라지지 않을까?


어쨌든 새로운 일이 신나고 재밌다. 더 잘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껏 그래왔듯이 증명하는 건 내 몫이니 세상에 증명을 해내야겠지만.


원글은 필자의 블로그에 있습니다.

배경 사진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하프문베이에 있는 리츠칼튼 호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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