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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 Sep 09. 2015

정보와 갈등

정보 흐름과 의사소통 갈등 엔트로피를 중심으로

최근 내게 의사소통과 관련하여 굵직한 깨달음을 주는 일화가 많다. 소위 지위 높으신 분과의 의사소통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어려움과 더불어 수평적 관계에서의 의사소통까지 다양한 경우의 의사소통 문제점이 발견되었고 그 양상 또한 다양하였다. 본 텍스트에서는 사례에 따른 의사소통 문제점을 알아보고 공통점을 도출할 것이다. 그리고 공학도인 만큼 의사소통 문제들의 공통점과 간단한 정보 이론(Information Theory)에서 모티브를 얻어 의사소통 갈등 엔트로피라는 새로운 지표를 제안해보고자 한다.


Case #1. '정보의 흐름에 의한 의사소통 갈등 사례'


사례의 편의를 위해 등장인물의 이름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겠다. 등장인물은 하나의 조직 안에 몸담고 있으며 지위에 따라서 '김높음', '이중간', '박낮음'이라고 일컫겠다.

'박낮음'은 '김높음'과 '이중간'에 비해서 조직 내 지위가 훨씬 낮고 이해관계의 관점에서 보면 수혜의 입장에 있었다. 필자가 다루고자 하는 사건은 수혜자의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펀딩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본 조직에서 본 사건에 대한 의사결정권자는 '김높음'과 '이중간'이었다. '박낮음'은 수혜자의 입장이고 정황상 '김높음'에게 외부 세력의 힘을 빌려 가장 먼저 컨택포인트를 가질 수 있었고 '김높음'은 본 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었다. '박낮음'의 입장은 '김높음'의 지위와 파워를 활용하여 펀딩의 실무진행자에게 지시를 주기를 원하였으나 명분이 떨어진다는 '김높음'의 입장에 따라 펀딩의 일부분은 '이중간'에게 받으러 가야했고 '김높음'의 긍정적인 의향은 '이중간'에게 전달되지 못한 채 '이중간'을 만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때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중간' 선에서의 펀딩 계획이 완강한 거절에 의해서 엎어졌고 이 여파에 따라 명분을 중요시하던 '김높음' 역시 펀딩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해관계자가 이보다 많았지만 주요 의사결정권자인 '김높음'과 '이중간'을 노드로 삼아 살펴보면 정보의 전달 흐름이 본 의사소통에 주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Case #2. '개인적 정보 습득의 순서에 의한 갈등'


서로 다른 조직에 몸담고 있는 ‘최전쟁’과 ‘정테크’가 있었다. 의사소통의 배경은 ‘정테크’가 ‘최전쟁’의 조직에서 혜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고 ‘정테크’가 설득 및 요청을 하는 자리였다. ‘최전쟁’은 본 사항의 결정권을 일정 비율 갖고 있는 의사결정권자이고 ‘정테크’는 해당 조직의 다른 의사결정권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본래 까칠한 반응의 의사소통 스타일로 알려져있으며 본인의 방식을 통해 의사소통을 조금 빠르게 진행하려고 하는 양상을 보이는 ‘최전쟁’은 논의 시작부터 의사결정권을 보유하고 있음을 최대한 활용하여 공격적인 방식으로 논의를 이끌어갔다. ‘정테크’도 그 스타일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기에 나름대로의 논리와 본인이 가지고 온 카드를 활용하여 대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논의는 점점 산으로 갔다. ‘정테크’가 (가)를 이야기하면 ‘최전쟁’은 (나)를 이야기하며 그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테크’보다 오래된 업계 경력을 주된 논거로 삼았다. 

‘정테크’는 분명 상대방의 조직과 본인이 원하는 그림 사이에 충분한 거리가 존재하지만 본 논의로 하여금 ‘방향’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논의에 임한 듯했고 ‘최전쟁’은 네가 원하는 그림이면 ‘방향’은 물론이거니와 ‘거리’까지 좁히려는 더 적극적인 카드를 들고 오라는 입장으로 서로 팽팽히 맞서서 결국 발전적이거나 열린 상황으로 이어지지 못하였다.


본 사례에서는 서로 너무 판이하게 다른 배경을 가지고 살아왔으며 각자의 삶의 경험을 개인적인 정보의 질과 순서의 차이라고 본다면 그것이 본 의사소통 문제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의사소통의 문제의 원인을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정보의 흐름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보고 의사소통 갈등 예상 엔트로피라는 지표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본 지표에는 정보 이론(Information Theory)에서 쓰이는 정보 엔트로피의 수식을 빌어 소개할 것이다.


이에 앞서 먼저 정보 엔트로피의 개념을 간단히 소개해 보겠다.


우리가 이따금씩 친구들과의 게임에서 하는 '카드 알아맞히기' 게임을 생각해보자.

 

16개의 카드 중에서 하나의 카드를 알아맞히려면 최소한 몇 번의 질문이 필요한가? 바로 4번이다. 

이렇게 확실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량을 우리는 정의할 수 있고, Claude Shannon이라는 학자가 이를 학문적으로 정리하였다.


엔트로피(Entropy)

어떤 확률변수의 불확실성을 측정하는 것을 바로 엔트로피라고 한다. 위의 카드 예시로 설명하면 엔트로피는 4인 것이다. 이러한 엔트로피 h(x)를 구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확률 p(x)에 log를 씌우는 이유는 p(x)를 나타낼 수 있는 자릿수(bits)를 추출하기 위함이며 이를 이용해서 확률분포에 대한 기댓값을 계산하는 방법으로 p(x)를 표시할 수 있는 공간을 나타내는 엔트로피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8개의 확률변수가 동일한 확률로 발생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때 총 엔트로피는 아래와 같다.


그런데 만일, 8개가 다른 확률을 가지고 있다면 즉,

위와 같이 확률이 다르다면 H(x)는 2 bits로 정보량이 더 작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예측해서 맞출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졌기 때문에 정보량이 더 작아지고 이를 정보 엔트로피가 작아졌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 엔트로피와 같은 접근에 의거하여 우리도 의사소통 갈등 엔트로피를 제안해보자.

Case #1를 되짚어보면 결국 정보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아래 혹은 위로 흐른 것이 아니라 왼쪽의 경우처럼 역전(Inversion)이 발생했기 때문에 의사소통 갈등이 빚어졌다고 볼 수 있다. 


3개의 의사소통 노드가 존재할 때 정보 전달의 차이의 거리를 생각해보자. 




즉, 왼쪽의 그림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경우에는 모든 의사소통이 노드 간 1의 차이를 가진 두 번의 의사소통이 발생했음에 반해 문제가 발생했던 세 번째의 경우에는 한 번은 '박 낮음'에서 '김높음'으로 2의 거리를 가진 의사소통이 발생했고 하나는 1의 거리를 가진 의사소통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전쟁'과 '정테크'의 이야기인 Case #2에서도 이제까지 삶의 배경도 다르고 경험도 달라서 정보흐름의 질과 순서가 각각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정보흐름을 맞추려 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었다고 한다면, 결국 정보 흐름의 노드(사람 혹은 경험)의 거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의사소통 예상 엔트로피가 커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지극히 정성적이고 감정과 수많은 이해관계 속 상황에 의해 결정되는 의사소통 갈등을 노드 간의 거리로 비약해서 풀어내었지만 노드 간의 거리가 Case #1과 같은 사람 간의 지위에 의해서 결정되고 Case #2와 같이 인간의 경험으로 정량화할 수 있다면 본 의사소통 예상 엔트로피의 제안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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