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by 자몽버블티

고등학교를 올라갈 때까지, 나는 한 번도 버스를 타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는 모두 걸어서 10분 거리였고,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집에서 책을 읽고, 자고,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친구들과 시내에 놀러 간다고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작은 동네를 벗어나 다른 동네를 가봤지만, 그것도 친구들이 놀러 가자고 하는 특별한 날에만 있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어느 작은 동네에서 반평생을 살며 그 누구도 동네를 벗어날 거라고 상상도 못 한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국의 다른 도시로도 아닌 해외로, 그것도 인도로 떠나 1년을 살게 되었다. 함께 결정을 내린 부모님과 가족을 제외하고 나를 알고 있는 주변의 모든 이들은 전주에서도 작은 동네를 벗어나지 않던 내가 해외로, 그것도 흔한 나라도 아닌 인도로 유학 간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다. 지금도 역시나 그들은 평생 내가 전주를 벗어날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나는 인도 첸나이라는 지역에서 1년간 살며 그곳에 있는 학교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물론 그곳에 가서도 집순이는 변함없었지만,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는 같은 집순이여도 다른 느낌이었다. 그 안에서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관광지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인도라는 지역의 매력을 경험했기에, 이미 뒤죽박죽 섞여버린 기억들을 다 잊어버리기 전에 남겨보려 한다.


너무나도 오래된 이야기라 자세한 정보가 없을 수도 있고, 오래된 이야기라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음을 미리 얘기한다. 그러나, 이 글을 통해서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재미를 주고,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고, 또한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인도의 작고 소소한 문화와 재미들을 알아가게 된다면, 나의 글은 모든 소명을 다한 것이다.


기억 속에 부유하는 추억들을 모은 것들이기에 시간이 뒤죽박죽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인도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모아놓은 책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읽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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