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와 나는 기숙사를 정하자마자 서로 어떤 공간을 써야 할지 정해야 했다. 차피 뚫려 있는 한 방이나 다름없는 공간이었지만, 각자의 공간이 필요했기에 우리는 선을 그어 왼쪽과 오른쪽을 나눴다. 왼쪽은 가벽 덕에 문을 열어도 보이지 않았고, 구석졌다. 오른쪽은 반대로 문을 열면 바로 훤히 보이는 공간이었다. 사라와 의견을 나눈 결과, 구석을 좋아하는 내가 왼쪽 공간을 쓰기로 했고, 우리는 천을 하나 사 사라의 공간 또한 바로 보이지 않도록 문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공간을 정한 후, 우리만의 방을 나름 가꾸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의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책상을 서로 마주 보게 붙여 나름의 낮은 담을 만들고 그 뒤로 각자 의자 겸 침대를 뒀다. 그리고 그렇게 침대를 벽에 붙여놓고 나자,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검은 선이 보였다.
"뭐야, 벽이 금이 갔나?"
말하고 자세히 보는 순간 깜짝 놀라 바로 사라 쪽으로 도망쳤다. 내가 본 검은 선은 벽이 금 간 게 아니라, 개미 떼였다. 개미떼는 아주 선명하고 두꺼운 검은 선을 만들어 기어가고 있었다.
살면서 개미 한 마리 제대로 죽여본 적 없었던 나는 한 마리도 아닌 개미 떼에 충격을 먹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어렸을 적 놀이터에서나 보고 그저 무시했던 작은 개미 한 마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점은 선을 이루고 있었고 그 선은 흐물흐물 움직였다.
"끝도 없는데?"
개미를 무서워하는 나 대신 사라가 물티슈 하나를 들고 벽에 그림 그리듯 개미 선을 따라 문지르며 개미를 죽였다. 그러나, 물티슈로 지워져 진해진 선 위로 어느새 다시 개미들이 다시 등장해 선을 이루었다. 개미 길은 창문부터 시작해 기다란 벽을 넘어 내 옷장 속까지 이어졌고, 바로 옆에 있는 사라의 옷장을 넘어 우리와 함께하는 선배의 방까지 이어져 있었다.
"안돼. 나는 개미와 공생할 수 없어."
기숙사에 온 첫날. 우리는 개미 소탕 대작전을 실시했다.
벽에 붙어서 자는 걸 좋아하는 나는 개미를 정말 박멸하기 전까지는 우선 침대를 벽에서 떼어야 했다. 언제 어떻게 개미가 침대를 침범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물티슈로 개미들을 짓눌러 죽이며 벽에 선을 그렸고, 자기 전에도 물티슈로 그린 진한 선은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 침대로 넘어올지 모르는 개미떼에 쉽사리 잠을 이룰 수 없었고, 다음 날이 되면 역시나 검은 선은 내 눈 앞에서 나풀거렸다.
"물티슈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거 같아. 집을 없애버리자."
우리는 개미를 박멸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썼다. 처음은 물티슈로 짓눌러 죽이며 벽에 선을 그었고, 다음엔 강력한 에프킬라를 사 와 선배가 수업을 가서 없는 동안 방에 미친 듯이 살포해놓고 한참 후에 돌아와 벽에 말라죽은 개미들을 처치했다. 에프킬라로 선배 없는 선배 방까지 잔뜩 뿌렸지만, 개미들은 끝도 없이 선을 이루고 흐물거리며 춤을 추었다.
"먹는 개미 약이 있대. 붕소 같은 건가 봐. 잠깐은 꼬일 수 있어도, 결국 여왕개미가 먹고 말라죽으면 개미 전체가 죽는데."
우리는 수업을 같이 들으며 친해진 인도 친구에게 부탁해 먹는 개미 약을 구매했다. 벽에 붙여놓고 있으면 개미들이 먹이인 줄 알고 모여들어 집까지 옮겨 여왕개미에게 먹여 서서히 말라죽게 하는 약이었다. 여왕개미가 죽으면 그 개미집은 그대로 해체된다고 하니, 우리는 조금은 겁이 나지만 바로 실행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부지런하게 선을 또 만들어 횡단하고 있는 내 침대 바로 옆 벽 한가운데에 붙여놓고 최대한 벽과 떨어져 침대를 거의 책상에 붙여놓고 잠들었다. 그다음 날 놀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개미들이 꼬여있었다. 이게 정말 개미를 죽이는 게 맞나, 오히려 개미를 들끓게 하는 게 아닌가 싶어 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우선 일주일은 놔둬야 한다는 말에 징그러운 개미들이 면을 이루는 것을 보면서도 꾹 참았다. 그리고 정말로 일주일이 지나고 나자, 정말 개미가 몇 마리만 보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개미가 한두 마리 기어 다니긴 했지만, 개미 소탕 성공이었다. 그리고 그 후부터 나는 개미 한 마리 정도는 가뿐하게 검지 손가락 하나로 즈려 죽일 수 있는 강심장이 생겼다.
추가로 인도에서 만난 개미에 대한 짧은 에피소드를 하나 더 얘기하자면, 인도에는 수많은 개미 종류가 있다. 아주 신기하다. 개미 박사가 아니기에 그 개미들의 명칭은 잘 모르지만, 각각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듯한 개미들을 볼 수 있다.
내 방을 기어 다녔던 개미들은 평범하게 놀이터에서 볼 수 있는 검은색의 작은 개미들이었다. 그러나 조금만 걸어 현관 쪽으로 가면 새빨간 개미들이 돌아다니고 있고 그 현관을 넘어서 기숙사 난간에는 노란색 개미가 살았다. 1층 아래로 내려가면 여왕개미들만 가지고 있다고 들었던 날개 달린 개미들이 수두룩 했다. 이때 처음으로 여왕개미 말고도 날개가 달린 개미가 있는 걸 알았다.
그리고 작은 돌멩이처럼 생긴 회색의 아주 큰 개미가 있는데, 이 개미는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 만약 이 글을 읽고 나서 인도에 가서 회색 작은 돌가루 같이 생긴 개미를 마주한다면, 밟아 죽일 생각도 하지 말고 그대로 피하길 추천한다. 그 개미의 종류도, 이름도 잘 모르지만, 그 개미에게 물리면 뼈가 골절된 것 같은 고통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나는 한국어 교수님 사택에 식사 초대를 받고 가서 그 집에서 그 개미에게 내 발가락을 내어주게 되었고, 그로부터 일주일 동안 발가락이 팅팅 부은 채로 절뚝거리며 학교를 누벼야 했다.
인도에서 만난 개미는, 작지만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으며, 또한 작은 곤충 한 마리도 제대로 죽이지 못하는 겁쟁이를 조금 더 강하게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