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을 키우면 특별한 사람이 되고, 단점을 없애면 평범한 사람이 된다
아이가 울상이 되어 앉아 있어 물어보니, 할 일을 다 못해서 원하는 것(게임)을 할 수 없어서란다.
엄마와 그러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무엇을 못했냐고 물어보니, 학교 과제 중에 '본인의 장점 20개 적기'를 못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15개 이상은 생각이 안 난다고 한다.
나는 평소에 아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장점 몇 가지를 알려주고, 본인이 장점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며 이야기하는 것들도 몇 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해줬다.
아빠의 도움으로 과제는 의외로 빨리 마칠 수 있었고, 아이는 원하는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불현듯 '내 장점을 20개까지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고등학교 때, 서울시에 있는 각 학교 반장들만 모아서 진행한 수련회가 있었는데, 그때 운 좋게도 마침 반장을 하고 있어서 참여하게 되었다.(서울시나 교육청 같은 곳에서 주관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러 학교 학생들을 섞어서 몇 명씩 조를 편성한 다음, 때로는 전체 학생들이 강당이나 야외에서, 또는 각 조별로 숙소에 모여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다. 일종의 리더십 교육이었던 것 같다.
국악기도 배우고, 수련원 뒷산에서 2명씩 짝을 지어 번갈아가며 시각장애와 언어장애 체험도 하고, 심리테스트, 여러 가지 인성교육 등을 받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수련 기간 초기에 같은 조원들에게 자기소개와 함께 본인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어느 날 한 담당 선생님이 조별 숙소에 들어오셔서 종이를 한 장씩 나눠주시더니 장점 10개, 단점 3개씩 적으라고 하셨다.
적은 장점과 단점에 대해 돌아가며 발표를 끝내고 나서 선생님은 말씀을 이어가셨다.
"왜 장점은 10개를 적고 단점은 3개만 적으라고 했을 것 같아요?"
...
"단점보다는 본인의 장점에 더 집중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입시를 거치면서 잘하는 과목을 더 잘하기 위해 공부하기보다는, 성적이 낮은 과목을 더 열심히 공부해서 평균을 높여야 한다고 배웠다.
입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이러한 평균을 강요받는다.
제안을 잘 하지만 수행은 잘 못 기획자가 있고, 실제 프로젝트를 잘 하지만 제안은 잘 못하는 기획자가 있으면, 회사는 은근히 각각 부족한 부분들을 노력해서 채우기를 바란다.
'장점을 키우면 특별한 사람이 되고, 단점을 없애면 평범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다.
나도 후배나 부하직원들, 또는 나 스스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 노력을 바라왔으나, 이 말에 공감하기 시작하면서 생각을 바꿨다.
못하는 것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성과도 좋다.
내가 잘 못하는 것은 다른 잘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되고, 내가 잘하는 일로 협업을 하면 된다.
생각난 김에 내 장점에 대해 적어보기로 했다.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전날 늦게까지 술을 마셔도 아침에 쉽게 일어난다.
산을 잘 탄다.
윈도, 맥, 리눅스 등 다양한 OS를 능숙하게 다룬다.
다른 사람들을 잘 배려한다.
험담보다는 칭찬에 능숙하다.
돈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허비하는) 취미생활을 하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밥할 때 물을 잘 맞춘다.
호기심이 많으며 무엇이든 배우려고 노력한다.
...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20개의 장점을 적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