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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환 Oct 09. 2020

'책 읽기의 끝과 시작' - 강유원

서평 쓰기를 통해 지식으로 남기는 독서

이 책은 서평을 쓰는 방법을 알려줌과 동시에 작가의 서평을 모은 서평집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어 사전 지식이 없다. 책날개에 있는 소개로 대신한다.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철학, 역사, 문학, 정치학 등에 대한 탐구 성과를 바탕으로 공동 지식과 공통 교양의 확산에 힘써 왔다. 오랫동안 개인 플랫폼에서 '책읽기 20분'을 진행하였으며, CBS '라디오 인문학'과 KBS제1라디오 '책과 세계' 등 방송에서도 전문 서평가로 활동했다. <책> <책과 세계> <주제> 등의 서평집과 <인문 古典 강의> <역사 古典 강의> <철학 古典 강의> <문학 古典 강의> <숨은 신을 찾아서> <에로스를 찾아서> 등을 썼으며, <결제한 철학 수고> < 철학으로서의 철학자>(공역) 등을 우리 말로 옮겼다.


'사람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으므로 반드시 학습을 해야 한다.'(p.9)는 이야기로 서문이 시작된다. 근래에 읽은 책 중 가장 공감이 됨과 동시에 마음을 뜨끔하게 하는 철 소절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지고, 마지막에 부록이 추가되어 있다.


'제1부 어떻게 읽을까'에서는 '책에 접근하는 방식들'을, '제2부 어떻게 쓸까'에서는 '서평의 여러 형식들'을 소개한다. 각각 방법을 아주 짧게 이야기하고 그에 맞게 본인이 쓴 서평을 한두 편씩 소개하고 있다. 지식보다는 '본보기'로 실전을 가르치는 셈이다. '제3부 시대를 읽는 주제 서평들'에서는 근대 정치와 인간에 대한 서평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부록이 특이한데,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 서평이다. p.344~491까지 무려 150페이지에 달다. 짧은 책 한 권 분량에 해당하는, 실제 오래전 단행본으로 출간한 적이 있는 내용을 담았다. 책의 1/4 분량이다.





제1부 어떻게 읽을 것인가


1. 책읽기의 출발점, '주제 정하기'


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을 정하기에 앞서 자신이 필요한 지식과 관련된 주제를 먼저 파악한 다음 그 주제에 맞는 책을 찾고 세부적인 것을 따져 가며 믿을만한 책들을 고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즈음에 주변에서 많이 회자되는 베스트셀러라든지 평소에 읽으려고 했던 고전이나 잘 알려진 책을 읽으며 그 책을 통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면 얻어내는 것이 나의 일반적인 책을 읽는 방법이었다. 얻을 것을 먼저 정하고 그것을 위한 책을 고르는 방식이 좀 더 적극적인 독서라는 생각이 든다.

예로 기독교를 들었는데, 기독교라는 큰 주제 안에는 구약 성경, 신약 성경, 교회, 신학, 이단 등 세부 주제가 딸려 있고, 그 세부 주제 중에서도 자신이 가장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고르라고 이야기한다. 세부 주제를 정하기 어렵다면 전체적인 개론서를 먼저 읽어보고 해당 주제의 역사를 읽어보는 것이 좋다고 이어 말하고 있다.



2. 책의 배경이 되는 '저자 파악하기'


저자는 책을 고를 때, '무엇보다도 저자를 보고 사서 읽는다.'라고 말한다. 믿고 사는 상품의 브랜드가 있듯이, 믿고 읽는 저자가 있다면 그 책을 고른다는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자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신만의 저자 목록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면, '이런저런 책에 자주 언급되는 저자'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거라 말하고 있다. 특히 학술서의 저자에 대해서는, '저자가 태어나고 죽은 해'를 통해 저자가 살아간 시대를 파악하고, '저자의 주요 저작과 그에 대한 학계의 평가', 즉 그가 활동한 학계에서의 평가를 참조하고, '핵심 이론'을 파악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다.


전에 <논어> 공부모임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저자라고 볼 수 있는 공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논어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논어>는 사실상 공자의 살아있을 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지만, 실제 그의 제자들이 사후에 그가 했던 말과 행적을 담아 편집한 책으로 앞뒤 순서나 구성이 다소 '왜 이렇게 편집했나' 싶을 정도로 읽기에 쉽지 않은 책이다. 공자의 출생(부모)과 환경, 그 시대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공자의 주요 주변 인물과 핵심 제자들에 대해 강의를 들으며 주제별로 재 구성한 책을 가지고 논어를 읽었는데, 훨씬 잘 이해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의 저자도 같은 뜻으로 저자를 우선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 같다.



3. 책을 구성하는 '표지와 차례 분석하기'


책은 저자가 썼지만, 편집과 마케팅 등 다른 이들의 손을 거쳐서 완성되는데 그러한 정보가 집약된 표지를 잘 살피는 것도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책은 저자의 원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용과 형식을 어떻게 잘 조화롭게 구성하여 독자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궁리하는 편집자의 노고도 반드시 요구되는데, 이것이 잘 집약된 부분이 표지인 것이다. 그런 까닭에 표지를 살펴보는 것은 책 전체의 만듦새를 가늠해 보는 행위라 할 수 있다.(p.28)


아울러 '차례'또한 특히 낯선 분야의 책을 고를 때 책의 수준을 짐작하게 하는 중요 지표이니 꼭 살펴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전체 내용을 한눈에 조망해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4. 책의 성격을 짐작하는, '서론 및 헌정사 읽기'


저자는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지만 서문과 서론은 꼭 읽어두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서론을 읽는 것을 책 읽기의 계획을 세우는 일이며 마키아벨리의 <군주로>과 같이 헌정사와 같은 경우 책의 성격을 짐작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가 있으므로 '치밀하게' 읽으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예전에 비해 요즘에는 책의 서론이나 저자의 말, 들어가는 말 등 책의 앞부분을 꼼꼼히 읽는 편이다. 경우에 따라 책을 읽으려고 했다가 서론을 읽고 읽지 않기로 마음먹기도 한다. 서문이나 서론에는 저자가 책을 왜 썼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자기 자신만 알아도 되는 지식이나 생각을 '왜 책까지 써가며' 남들에게 이야기하려 하는지가 적혀 있는 부분이다. 책 읽기 과정 속에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5. 본문을 부분적으로 읽는, '단면 자르기'


대부분의 책은 차례대로 읽게 된다. 하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은 다소 분량과 밀도가 있는 책들이 많다. 그렇기에 차례를 보면서 읽어둘 부분을 정하고 그 부분을 먼저 보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고 소개하고 있다.

나는 주로 프로그래밍 책이나 IT 관련 전문 서적을 읽을 때, 학문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실용이 목적이라 모든 내용을 다 알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부분 부분 필요한 내용만 읽는다. 다소 다른 목적이기는 하지만 방식은 비슷한 것 같다.

단번에 읽을 수 없는 책들은 일단 부분을 시간을 두고 조금씩 여러 번 읽어가며 전체를 파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추천하고 있다.



6. 거리를 두고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너무 세세한 내용을 집중해서 읽다 보면 나중에는 여러 단편들만 기억에 남기도 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고 있는 자신과 그러한 자신을 바라보는 스스로를 분리하는 자아의 분열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요즘 '메타인지'라 이야기되는 개념을 '자아의 분열'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전체와 부분을 동시에 파악하기는 어려우니 몰두해서 책을 읽은 뒤에는 한걸음 물러서서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보통 책을 읽을 때, 밑줄이나 메모를 한다거나 다른 노트 등에 부분 부분 옮겨 적는 경우는 많지만, 저자가 이야기한 대로 전체적으로 책의 내용을 다시 한번 파악해 보는 것은 별로 시도해 보지 않았다.

책 읽기를 '남기기 위해' 이 책도 사서 읽었는데 그 목적에 부합하기 위한 방식을 저자는 서평을 쓰는 행위에서 찾았고, 나 또한 그런 목적으로 이렇게 글을 적고 실행하려 하고 있다. 최종 조망을 위한 투자는 서평이 아닐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7. 사실들에 대한 '입장연관성 갖기'


모든 저자에게는 자신의 입장이 있고 그 입장이 책 전체에 관철되고 있음을 고려하여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리스>를 읽을 때, 마침 조직 내에서 나에 대한 편향된 인식으로 인해 고민이 많을 때였다. 저자의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어야겠다.'는 책 전체의 '입장'이 와 닿았고, 그로 인해 힘도 얻었던 기억이 난다. 결론적으로 나에게 저자가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책 읽기의 방법이라 공감되는 부분이다.



8. 다른 관점에서 '다시 읽기'


책을 많이 읽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읽었던 책을 정리하고 글로도 써보고, 다른 사람들과 책에 관해 이야기도 해보면서 책 읽는 힘을 기르고 유지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면 가끔 무언가 끝냈다는 만족감이 든다. 하지만 독서의 목적이 활자 하나하나를 읽어 넘기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무언가 남기는 것이라면 저자의 말대로 책을 읽는다는 개념을 쓰기와 공유를 통해 확장하거나 처음 책을 읽었을 때와 다른 상황에 다시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어려서 읽고, 성인이 되어 다른 이들과 독서토론을 해가며 읽은 적이 있었는데, 완전히 다른 책으로 와 닿았던 기억이 난다. 마찬가지로 나는 뭔가 새로운 영화를 보려다 딱히 볼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 과거에 잘 보았던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을 택한다. 여러 번 곱씹었을 때 다른 맛이 더해지는 것들이 있다. 책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제2부 어떻게 쓸까 


여기서는 본격적으로 서평의 종류와 기본 형식, 그리고 서평의 여러 형식들을 소개하고 그와 관련된 저자의 서평들이 수록되어 있다. 1부와 같은 방식이다.

저자는 철학자로 그가 서평을 쓰는 방식들은 일반인인 내가 범접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어 이 부분은 대략적인 내용들만 파악해봤다. '1. 서평의 종류와 기본 형식' 정도가 내게 참조가 될 것 같아 일부 소개한다.


서평은 '책에 관한 서술과 평가'라고 정의하고 있다.

책의 서술은 책의 내용을 저자의 입장에서 충실하게 정리하는 것이고, 문단 단위 요약, 한 문장으로 전체의 내용을 집약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초급자는 책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하나의 장을 요약하면서 그것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나 평가를 간단히 덧붙이는 것만으로도 좋으며, 중급 서평은 책 한 권을 대상으로 책 전체의 내용을 재구성하고 평가를 덧붙이는 방식을 소개한다. 책을 읽게 된 동기를 장황하게 나열한다거나 권유하는 말, 과대한 서사로 시작한다거나 책을 읽고 나니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고백하는 내용 등은 피하라고 이야기한다.




학자인 저자가 일생 동안 책을 읽으며 남긴 서평이 포함되어 있어 이 책을 단번에 완독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아 내가 읽었던 책과 겹치는 책들(거의 몇 권 없다.) 서평만 좀 살펴보고 책을 덮었다.

앞으로 차차 내 독서 범위가 여러 분야로 확대될 때 다시 한번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다.


<책 읽기의 끝과 시작>은 독서가 단순히 읽기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무언가 본인에게 지식으로 남길 수 있어야 하며 그 방법으로 '서평 쓰기'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함축되어 있는 제목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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