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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환 Jun 12. 2020

'기대감'으로 시작하는 하루

어떤 직장인의 권태기 극복기

평일이면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좀 더 자고 누워있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정시 출근'을 위해서는 일어나야 하고, 씻고 입을 옷을 챙기는 등 출근을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요즘에는 일주일에 한 번 밖에 가지 않지만)도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거나,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해 이것저것 귀찮은 일들을 시작해야 하지만, 아침을 대하는 자세(?)는 나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나는 오늘은 어떤 일(해결해야 하는 문제, issue)이 있을까를 걱정하며 '회사 가기 싫다'는 생각으로 시작하지만,

아이는 오늘은 어떤 일(무언가 재미있고, 새로운)이 생길까 하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의무감'으로 시작하는 하루와 '기대감'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어떻게 같을 수 있을까?




학창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회사 초년생 시절에는 어느 정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일이지만 하나하나 해나가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워나간다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회사 다니는 것이 즐거웠다.

(물론 연차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책임'이 그 당시에는 덜 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것저것 안되던 것을 시도해보고, 편한 방법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좀 더 새롭고 효율적인 방법은 없을까 몇 시간, 며칠씩 고민도 해봤다. 그렇게 해냈을 때의 성취감도 마음껏 느껴봤다.


하지만 요즘은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손에 익어서 그런지, 크게 실수만 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길 일도 없고, 내가 하는 일보다는 기타 부수적으로 따라오거나 필요한 것들(사람들과의 관계, 조직 내에서의 생활 등)에 더 신경 쓰면서 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 나가는 일이 어제, 그리고 일 년 전보다 더 새로울 일도 없고,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도 적어졌다.




매일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산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돈을 주고 일을 맡긴 고객을 위해 오류 없는 서비스를 만들고, 그 서비스를 사용할 사람들을 위해 한 땀 한 땀 디테일한 요소를 기획한다.

하지만 그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이렇게 '재미없이'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내 삶인데 그 안에 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 내가 흥미를 느낄만한 일을 하자. 나를 설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아직 나에게 줄 무언가를 찾는 과정에 있지만, 지금으로만 본다면 그것은 '공부'인 것 같다.

모르는 무언가를 배우기로 하고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호기심이라는 것이 다시금 머릿속에 피어나기 시작했고, 모르는 것을 배워나가면서 잃었던 성취감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다음으로 배울 것들이 생겨났고, 배운 것과 배우는 과정을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 내에 스터디도 만들고, 여러 온라인 채널에 경험도 올리게 되었고, 커뮤니티 활동도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수년간 공부한 주제(데이터 분석)의 업무가 회사 내에서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내게 더 배정된다는 것은 뜻밖의 부작용이다.

그래도 같은 프로젝트라면 일반 온라인 서비스 구축 프로젝트보다는 데이터 분석 과제가 섞여 있는 프로젝트가 더 재미있고 흥미롭다.

직장 초년생 때 느꼈던 즐거움을 조금은 찾은 것 같다.


요즘은 아이만큼은 아니지만, 아침의 '기대감'이 몇 년 전과는 다르다.

특히 어제 올린 '김밥 글'이 현재까지 조회수 5천 회를 넘겼는데, 놀랍기도 하고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아침의 기대감을 높이는 데 한몫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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