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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환 Jun 20. 2020

자발적 주말 출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공존할 때

협력사 담당자 : OO님 혹시나 질문드리는데 이번 주말, 다음 주말에는 쉬시지요?
나 : 네. 무슨 이슈가 있나요?
협력사 담당자 : 아뇨. 저는 주말에 출근하는데 제 업무 스케줄 관리차 질문했습니다.




"청소를 해도 될까요?"


건물 환경미화원이 사무실 입구에서 나와 눈이 마주치자 멈칫하며 내게 물어왔다.

아무도 없을만한 토요일 오전, 그것도 평소 출근시간보다 빠른 8시 반에 사무실에서 누군가를 마주쳤으니 놀랄 만도 할 것이다. 그러한 탓에 청소는 당연한 그분의 의무이자 권리이지만 내게 청소해도 되는지를 물어본 것 같다.


"네. 물론이죠"


나는 협력사 담당자와의 메신저 내용과는 달리 주말 출근을 했다.




내친김에 나도 내 책상 여기저기에 쌓여있는 먼지를 털어 냈다.

키보드도 닦았다. 키보드 키캡을 하나하나 빼내서 깨끗하게 닦고 싶었지만 참았다.

제법 시간이 걸리고 자칫 잘못하면, 주말 출근의 목적을 망각하고 내내 딴짓만 하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는 정말 바빴다.

아니 그 전, 그전에 전 주도...

특히 이번 달에 업무가 많이 몰렸다.


작은 규모의 사이트지만 오픈이 몇 개 몰려 있었고, 그 업무들을 모두 동일한 팀원들과 진행해야 했기에 짧은 호흡의 관리가 필요했다.

더군다나 그 팀원들은 나와의 프로젝트 외에 또 다른 프로젝트들도 관여하고 있었기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업무를 챙겨야 했다.


그래서 이번 주는 당장 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정작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다.


물론 두 가지 다 회사 일이다.

당장 해야 하는 일은 회사의 수익과 관계되는,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혹은 내게 무슨 일이 있어도 회사가 해내어야 하는 일이고, 하고 싶은 일은 회사의 새로운 매출처가 될 수도 있으면서 내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만한 일이라 부서 내에서 욕심내어 기획해서 진행하고 있는 일이다.

노력해봤지만, 물리적으로 그 두 가지 일을 주중 모두 끝마칠 수는 없었다.



현재와 다른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활동 때문에 다른 노력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슬픈 현실은 늘 우리와 함께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스스로 '주말 출근'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일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집에 들어갈 것이다. 술 한 병을 사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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