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문서화'가 더 중요해진 이유
"AI가 코드도 짜주고 다 해주는데, 굳이 피곤하게 문서를 만들어야 하나요?"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야기다. PM과 기획자에게 문서는 영원한 숙제와도 같다. 요구사항이 바뀌면 설계를 고치고, 수정된 내용을 공유하고, 히스토리까지 관리해야 하는 고단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후로는 프롬프트만 잘 짜면 결과물이 뚝딱 나오니, 화면설계서나 기능정의서 같은 문서의 효용성에 의문을 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역설적으로 지금이야말로 문서화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혼자 재미로 만들어 쓰는 토이 프로젝트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유지보수해야 하는 '프로덕트'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첫째, '왜'를 기억하기 위함이다.
소스코드는 결과물일 뿐이다. 어떤 의도와 설계로 이 구조가 나왔는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서비스의 근간을 추적하고, 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 의도를 이해하려면 결국 설계 문서가 필요하다. 그것은 서비스의 DNA를 기록하는 일과 같다.
둘째, 협업의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AI에게 정확한 지시를 내리기 위해서도, 동료들과 같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도 명확한 '텍스트'는 필수적이다. 모호한 말보다 명확한 문서가 AI와의 소통에서도, 사람과의 소통에서도 오해를 줄여준다.
수원화성이 전쟁으로 파손되었음에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아는가? 바로 정조가 남긴 <화성성역의궤> 덕분이다. 축성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완벽하게 기록해 둔 덕분에, 후대 사람들이 원형 그대로 복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사이라면 눈빛만으로도 통할지 모른다. 하지만 AI와 협업하고, 더 많은 동료들과 일해야 하는 시대일수록 우리에겐 명확한 약속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문서'다. AI 시대, 문서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우리 서비스의 생명력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