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내고 성장하는 선택의 과정,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자
나는 너무 많은 무수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타입이다. 그래서 의사소통에 있어 정확히 구분 지어 말을 하지 않으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뜻하는 의미를 정확하게 캐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를 확실히 하고 팩트만 꼬집어서 말해주지 않으면 스스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너무 과민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그 생각의 범위를 좁혀 줄 수 있는 깔끔하고 단결한 의사소통을 좋아한다. (나는 그러지 못하더라도)
나의 이런 사고방식은 오히려 전달하려는 바를 제대로 전할 수 없을 때가 있기에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방식이 어쩌면 비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정리를 못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도 같다. 어떻게 보면 뉘앙스나 흐름에 있어서 중점 문제를 분석하고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우선순위를 나누지 못해서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능성만 열어두고 결론짓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항상 느리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작업했던 결과물들을 보면 상업적인 측면으로 분석해서 디자인한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무언가를 했다는 것에 대한 자아도취에 빠져 혼자 만족하고 마는 디자인을 자꾸 하게 되는 것 같아서 요 근래 조심스럽고 의기소침해졌다. 그러던 찰나에 최근에 교수님이 해주신 말을 듣고 이런 나라도 괜찮다는 용기가 생겨서 오늘자 노트에 기록을 해본다.
수업 중에 왜 논문을 써야 하는가 그리고 왜 논물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좀 어려워도 논문을 쓰려고 시작한다는 것은 굉장한 힘이 된다고 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이 상황이 고통스럽고 힘들겠지만 꼭 해야만 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논문을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리고 논문을 쓰기 시작하는 지금 현재 석사생들의 시작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이 시기는 지금부터 내가 연구해나갈, 디자인해나갈 방향을 성립해 나가는 시기"라는 말을 듣고 내가 지금 논문을 써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라고 마음에 큰 파란이 일었다. 내가 10년 후에도 연구하고 싶을 분야,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갈 수 있는 기반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나는 우유부단하고 결론을 짓지 못해 논문을 잘 쓰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이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정의와 논리가 탄탄한 논문에 매력을 느꼈다. 논문을 써 내려가는 과정이 때론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힘들 수도 있겠지만 내게 필요한 부분이고, 이뤄나가야 할 목표라는 생각이 든다. 회색지대에서 어쩌면 내가 남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도 생겼다.
2022-08-14
예전에 썼던 글을 보고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석사 3차수가 되고 나서, 여러 리포트와 소논문을 쓰던 찰나 산업디자인이 나의 성향에 너무나도 맞지 않은것 같은데, 논문에 맞춰 쓰려하니 너무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학교도 여러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조직이다. 학생들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며 학문을 위한 조직이다. 발전시키고 해결해야하는 분야와 주제가 정해져있고 규칙도 다르고 시간이 흐르며 사람에 따라 변화한다. 그래서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고 시기마다 달라진다.
일단 쓰기는 쓰는데.. 이게 과연 나한테 어떤 가치를 주는 것인지. 논문에 끙끙거리고 있을 시간에 그냥 차라리 빨리 취직을 하는 것이 인생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다. 맞지도 않고 답도 모르겠고 이룬 게 없으니 공부의 의미와 흥미를 완전히 잃었던 것 같다.
산업디자인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른 직종으로 빨리 취직 먼저 해야겠다 생각했고 현재까지 학교를 2년 정도 휴학했다. 지금은 회사 생활을 하다가 몸도 아프고 성장을 할 수 없는 회사라는 판단에 퇴직하게 되었는데 그동안의 생각들이 참 엎치락뒤치락, 많이 바뀌었구나 싶었고 이 시기의 나는 참 순수하고 열정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전의 나는 조급함에 안정감을 취할 수 있는 회사라는 소속감의 틀이 필요했고, 그래서 회사에 취직했지만 틀에 갇혔다. 굉장한 착오였던 것 같고 배우고 새롭게 도전해보면서 실력도 많이 늘긴 했으나 이또한 내 길과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일을 하면서 내가 뭘 더 좋아하는지는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아예 도움이 안 된 건 아닌 것 같다. 맞지 않는 일을 해도 원했던 일이 주어졌다면 편하게 다녀볼 만한 어렵지 않은 곳이였지만 입사 초기 때의 내게 약속하신 바를 아무것도 이뤄주지 않으셨기에 어쨌든 퇴사는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당시 별로라고 생각했던 회사이지만, 워라벨이 가능한 곳이였고 중요시 했던 it 종사자 출신의 팀장님께서 이끌었던 곳이였기에 프로세스와 관리에 대한 배움이 있었다. 워라벨은 있으나 의미없이 양으로 승부하는 반복 작업을 해야했고 성장이 중요한 시기였기에 아쉬움도 컸다.
나는 정말 짧은 시간 동안 정말 작은 경험을 하고서 무언가 아는 듯 행동했지만, 우물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로 아직도 세상을 너무 좁게 바라보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여러모로 힘들기도 참 많이 힘들었고, 바보같이 멍청해서 내게 오는 기회들을 제 발로 걷어차기도 했지만 내가 받았던 스트레스들과 아픔들을 잘 다독여주며 쉬기도 잘 쉬면서 시간을 보냈다.
복학을 해서 다시 공부를 이어나가려고 하는 찰나에, 이런 보석 같은 글을 보고 가슴이 찡- 할 수밖에 없었다.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 찾아 포기하지 않고 고민한 결과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면 될지에 대한 길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성장했음이 느껴진다. 브런치에 남겨진 다른 글을 봐도 이 시기의 나는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스스로도 자신이 없었고, 우유부단하고 의견을 내세울 줄 모른다고 생각을 했었다. 고생만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고민을 계속해야 할까? 그만하면 안 될까 이런 생각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다행히도 지금의 나를 내가 보기에는 내가 못한다고 생각했던 자기 객관화를 나만의 논리와 취향을 확고히 찾아가는 노력을 쉬지 않고 지속한 결과 이제는 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걸 원하는 사람인지 잘 찾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회사를 다녀야하다 보니 이런 고민들이 정말 다 부질없고, 쓸데없고,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었다. 그렇게 영혼 없이 기계처럼 회사를 반복하고 다니다가 점점 몸도 마음도 아파진 것 같아 퇴사하니 오히려 내가 가야 하지 말아야하는 것이 더 잘 보인다. 결과만 보려 하니 마음만 조급해져 엉뚱한 회사를 다니게 되었고,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지금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해서 차곡차곡 과정을 쌓아가면 하는 일이 고통스럽지가 않다.
결과만 생각하니 자꾸 나를 다급하게 자책하게 되는데, 이제는 그런 면이 점점 많이 없어져 뒤를 보는 것보다 앞으로 무엇을 더 해야 할지를 보게 됐다. 큰 계획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지만, 감정의 자유를 택해 지금 이 시기를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꽉꽉 채우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떠한 선택이든, 어떤 일이 일어나든 이제는 부딪힘 조차 그 시간을 참 값지게 만드는구나 생각한다.
난 나의 모호함이 가지는 포용력이 날 느리게 만들어도 다양성을 품고 있어서 참 좋다. 갈팡질팡 어지러워하던 나는 이제 좀 즐길 줄 알게 되어 도전 정신을 가지고 어디든 낯선 세계로 시야를 확장하고 탐험한다. 따지지 말고 즐기는 것, 푹 빠져 그저 충실하게 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결과가 보이지 않아 막연하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가 작아 보이는 빈도를 줄여나간다. 점점 헤매는게 예전처럼 두렵지 않게 된다. 헤매는 것이 두려운 것도 헤매보지 않아서 그런 것일 뿐이다.
재미있게 살아야지!
실패하면 어떤가, 도전도 많이 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