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 <온워드> <밤쉘> <소년 시절의 너>
어쩐지 영화에 주는 평이 후한 나는, 사실 4점 이상 정도 주는 건 대부분 재밌게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품이 나오게 되는 영화들이 있는데... 그 영화는 정말 내 취향이 아니거나/객관적으로 별로인 경우다. 그리하여 개발한 하품력.
<부산행>을 보면서 너무 웃어서 (특히 공유 기저귀 광고 씬) 연상호 감독은 나와 맞지 않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좀비가 스릴 넘치게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한 장면들에서는 가슴 졸이며 봤다.
지난주 '반도'가 개봉했기에 요즘 볼 영화도 없거니와, 강동원이 나온다길래 달려가서 봤다. 영화 초중반까지는 진짜 신박했다. 현실적으로 한반도가 멸망 한 이후를 잘 묘사한 것 같았다. 중후반부터는... 설정만 가득한 채 스토리가 이어지지 못했다. 좀비들은 하찮아졌고, 악역으로 나온 인간도 무섭지 않았다. 누구는 '매드 맥스'같다고 하던데, 나는 '분노의 질주'가 더 맞는 것 같다. '이럴 거면 참치 얼굴이나 더 보여주지'라는 생각을 계속했다... 극 후반부는 진짜 절정에 다다랐는데 그 자리에서 나갈까 잠시 고민했다. 그전까지는 그래도 강동원을 보며 견뎠는데, 영화의 가장 슬프다고 할 수 있는 클라이맥스에 하품에 터져 나왔다. 나만 그런가 주변을 살펴봤더니 전부 눈물 하나 흘리지 않고 지루한 모양새다. 결국 이후로 나는 하품을 연타했고... 지루한 한국식 "울어라"구간이 끝난 후 미련 없이 자리를 뜨고 나왔다.
한동안 강추하고 다녔던 영화. 디즈니 특유의 긍정적인 철학적 메시지가 가득 담겨있다. 로그라인부터 재밌다. <소심남과 대범남이 함께 상체가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한 문장으로 모든 게 설명되는 느낌. 애니메이션 덕후인 나는 이상하게 디즈니 영화만 보면 울게 되는데... 이번에도 눈물을 훔쳐부렀다. 1) 내가 가려고 하는 길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 우리는 나름 깊게 생각해서 내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진짜 답이 아닐 수 있다. 주인공인 이안은 누가 봐도 올바른 길인 고속도로를 타려 하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었다. 2) 믿으면 이루어진다는 것. 나는 이 말을 믿는다. 영화에서 이안이 자신을 믿고 발자국을 내디뎠더니 투명 다리가 생길 때, 눈물이 주르륵 흘렀지뭐얌. 3) 내가 원하던 것은 이미 이루어졌을 수 있다는 것. 이안은 아버지랑 함께 하고 싶은 to do list를 못해서 슬퍼했는데, 알고 보니 형인 발리랑 모두 이미 함께 한 일이었다. 이런 당연하면서 간단한 메시지를 디즈니는 수십 년간 동일하게 보여주는데, 그게 어김없이 먹혀든다.
무려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 3인의 활약 영화. 권력 가진 남성들이 어떤 식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지를 낱낱이 보여준다. 이걸 보고도 '왜 저기서 바로 신고 안 함?' '승진하고 싶어서 받아줬으니 똑같네'라고 말하면 진짜...(할말하않) 마고로비의 자기혐오, 후회, 두려움, 슬픔, 분노가 뒤섞인 연기를 볼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영화에서 여성들의 연대를 전투적으로 보여주진 않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각자 다른 자리에 있지만 서로 눈빛만으로 공감하고, 각자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도 연대의 한 형태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샤를리즈 테론 팀의 남자 직원이 "성추행 고발하면 우리 팀 다 날아가"라고 한 것. 그때 같은 팀 말단 여자 직원은 그를 쏘아보며 샤를리즈를 응원한다. 사소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난리는 증국상 감독의 영화. 무려 8억 명이 관람했단다. 스케일 무엇...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에 이어 증국상 감독과 주동우의 두 번째 만남인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홍콩 금상장 영화제도 휩쓸었다고. 중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학교폭력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서 메시지가 강하다. 그런데 거기 한 방울 섞인 로맨스의 향기가 너무 짙어... 다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놈은 멋있었다>와 <백야행>을 섞은 느낌. 주동우가 눈물 흘릴 땐 너무 가슴이 아려왔지만, 결국 양아치 이양천새가 구해주는 신데렐라 러브스토리였다. 내 옆에 앉은 여자분은 오열하듯 운 걸 보니 누군가에겐 먹히는 스토리인데 나는 솔직히 하품이 조금 났다. 이번에 처음으로 장편영화 주연을 맡았다는 아이돌 출신 이양천새가 참 매력적이더라. 그런데 머리스타일은 왜 그랬을까... 나올 때마다 혹시 탈모인가 싶어 이마라인을 곰곰이 살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