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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푸른 Jul 25. 2020

책을 먹다, 생각을 읽다

Intro_조용한 힘/『데미안』, 헤르만 헤세, 민음사



책은 나와 세상을 연결해 주는 통로이자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 고마운 존재이다. 그런 책들이 잔뜩 꽂혀 있는 도서관에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나'를 향한 여정, 그 시작


_조용한 힘






'나'는 어떤 존재일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질문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질문은 근원적이며 답이 단번에 나오지 않는다. 나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봐야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홈스쿨링'이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가장 결정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홈스쿨링은 답이 아니었다. 홈스쿨링은 내가 '나'이기 때문에 내린 결정일 뿐이었다. 다시 질문을 바꾸었다.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통찰력'이었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과거의 나는 한때 통찰력을 갈망했다. 인문학 강연에서 내심 명쾌한 답을 기대했다. 실망스러운 답만 돌아왔을 뿐이다.



"통찰력은 누구나 갖기 힘듭니다. 정말 오랜 노력을 필요로 하는 능력이죠."



이후로 통찰력은 머릿속에서 서서히 지워졌다. 거의 모든 면에서 부족하게만 보이는 내가 함부로 꿈꿀 수 없는 능력이라 여겼다. 이쯤에서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통찰력은 나답게 해주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고 되물을지도 모른다. 통찰력은 생각보다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통찰력은 동사 '통찰하다'에서 비롯한 단어이다. 통찰하다의 뜻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다'이다. 통찰력은 관찰력에서 나오는 힘이었다. 통찰력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겨나고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독서'였다. 


소심하고, 수없는 비교로 자꾸만 움츠러드는 나에게 친구가 별로 없는 것은 당연했다. 책은 나에게 안식처인 동시에 세상에 대한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어둠 속의 등불이었다. 책을 통해 사람과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했고, 더불어 나에 대한 이해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책은 나를 향한 여행의 출발점이었다.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여러 분야의 책을 읽었다. 많은 분야 중에서 나의 나침반이 되어 준 것은 문학, 특히 소설이었다. 주인공의 행적을 따라가며 같이 변화하고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 발씩 따라 걸으며 나에 대한 앎도 늘어났다. 나에 대한 앎은 곧 믿음으로 이어졌다. 중에서도 나에 대한 확신을 안겨준 책은『데미안』이었다.



소설 『데미안』의 가장 유명한 구절을 떠오르게 하는 사진. 한없이 작은 알, 세계를 깨뜨리고자 안간힘을 쓰는 인간의 분투를 엿볼 수 있다.



“그 사이 나를 내면적으로 키워준 것은 학식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다. 기분 좋았던 것은, 나 자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감이었다. 나 자신의 꿈, 생각, 예감에 대한 커가는 신뢰였다. 그리고 내가 나 자신 안에 지니고 있는 ‘힘’에 대한 늘어나는 앎이었다.”


_『데미안』, 헤르만 헤세, 민음사(2002), p.163 중에서




뇌리에 깊은 여운을  남긴 구절이다. 가장 공감한 구절이기도 하다. 나를 만든 건 정규 교육이 아니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것은 책이었고 여기에서 비롯한 성찰로 스스로 나아갈 수 있었다. 책에서 만난 인물과  각기 다른 문장, 사회와 세계의 모습을 만나며 나답게 해 주는, 통찰력을 갖게 되었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해 주었다.


그것은 내가 '조용한' 힘이라고 이름 붙인, 글쓰기였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소설을 쓰며 계속 나아가고 싶었다. 이해를 향한 여정으로 걸어 나가고 싶었다. 편협하고 때로는 무자비한 시선으로 남을 판단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날카롭게 찌르는 대신에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하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책은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글에서 다룰 주제로 책을 선택했다. 보잘것없고 한없이 부족한 실력이지만 조금이나마 고개를 끄덕여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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