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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이양 Apr 09. 2022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리더십

넷플릭스 드라마 작업으로 돌아오다. 

Amazon Series 작업을 마치고 지금 다시 넷플릭스 드라마 Family Reunion 시즌 3으로 돌아왔다. 제일 큰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이번 시즌 드라마 작업부터는 감사하게도 노조에 가입하게 됐다는 점이다. IATSE (International Alliance of Theatrical Stage Employees)라는 미국 영화산업에서 제일 큰 노조인데 나는 그중에서도 Local 871라는  Production Coordinator & Assistant Production Coordinator & Script Supervisor 등 포지션인 사람들이 가입하는 노조에 가입하게 됐다. 이제 드디어 보험의 혜택도 받고 일터에서 문제가 생기면 노조랑 상의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생긴 셈이다. 다만 노조를 가입할 때 내야 하는 Initial fee가 부담이 되지만 그만큼 좋은 혜택들이 많아서 눈 질끈 감고 가입하게 됐다. 내가 생각했을 때 제일 좋은 혜택은 노조에 가입한 회원들만 볼 수 있는 구글 그룹이다. 내가 노조에 가입했다는 증명을 보이고 관리자가 초대해줘야 볼 수 있는 Insider 그룹인데 이곳에서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구인 정보들도 올려서 모두가 공유한다는 게 가장 큰 매리트이다. 내가 노조에 가입하기 전에 같이 일했던 프로덕션 코디네이터들이 종종 구인광고를 나한테 보내주기도 했었다. 이 바닥이 철저히 인맥으로 일하는 경우가 다반 수라 보통은 같이 일했던 프로듀서, 코디네이터들이 서로 일을 소개해 줘서 다음 프로젝트 이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가끔 바로 일이 이어지지 않을 때 이런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창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안정한 프래랜서들한테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내가 지금 작업하고 있는 드라마는 작년에 시즌 2도 함께 참여했었는데 그때는 내가 막내 포지션이었다. 1년 동안 다른 쇼를 거쳐 다시 돌아온 지금은 포지션 측면에서 승진도 했고 이젠 막내에서 벗어나 힘든 육체적인 노동을 하지 않아도 돼서 나한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다 다른 쇼에 발이 묶여 있는 탓에 새로운 프로덕션 팀들과 일해야 하는 애로사항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를 막내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더 잘 해내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매번 다른 팀이랑 일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여전히 낯설고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프로듀서들마다 그리고 또 프로덕션 팀마다 각기 다른 성향을 띄고 있을 때가 많아서 그때그때 그 팀의 색깔에 맞춰서 일하게 된다. 가끔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4-7개월간 일하고 운이 안 좋으면 그냥 그 시간을 버티고 이겨내야 한다. 이게 우리 쪽 일의 매력인 것 같다. 좋아도 잠깐, 나빠도 두계 절만 버티면 된다. 그리고 매번 느끼는 거지만 매번 같은 촬영을 해도 항상 새로운 문제나 일들이 터지고 매번 새롭게 배운다는 것이다.  이 업계에서 오래 일해온 프로듀서들도 매번 새롭게 배운다고 한다. 이 점이 나에게 매번 도전이 되기도 하지만 일하는 재미가 있어 신이 나기도 한다.  


프로덕션에서 일하면서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모든 일에 함부로, 내 생각대로 짐작하지 않는 것이 다. "내가 부탁한 것을 그 사람이 했겠지, 혹은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야?"와 같은 상황이 생각지도 못한 나비효과로 번지는 것을 많이 경험했다. 나도 그런 실수를 한 적이 있어서 이 지점을 매일 나한테 경계시킨다. 가끔은 상대방이 하는 말에 대해서 소화할 시간이 필요한데 즉각적인 반응으로 대처해버려서 서로에게 민망한 상황을 만든 적도 있었다. 아직은 팀원들이 실수했을 때 내가 대처하는 능력에 따라 팀의 분위기가 좌우지하기 때문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가 고민이 될 때가 있다. 그래서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책을 찾다가 "실리콘 밸리 팀장들"이라는 책을 찾았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팀을 이끌어나가는 건 한국 정서랑 많이 다를 수도 있으니까 미국 사례들을 소개하는 책이 필요했다. 또 더 찾아보니 이 작가가 하는 Podcast도 있어서 출퇴근할 때 들으면서 다니기도 하는데 아직은 배워야 할 점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이 포지션에서 배운 또 다른 한 가지는 포지션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적어진 다는 것이다. 내가 이번에 승진을 하면서 더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한국 영화 산업이나 드라마 촬영 현장처럼 막내부터 시작하면 사수랑 오래 일하게 되면서 일도 배우고 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른 팀으로 옮겨 가기 때문에 한 사람과 멘토처럼 막연하게 친해지는 어렵다. 물론 프로듀서는 UPM (Unit Project Manager)와 Associate Producer가 팀으로 한 프로젝트에서 다른 프로젝트로 옮겨 가면서 같이 일하는 경우는 많이 봤다. 그럴 경우 가족끼리도 서로 알고 개인 사들도 공유하는 막연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전 지금 우리 포지션에서는 막연하게 친해지지는 않지만 친한 동료 한 두 명이 남기도 한다. 막내일 때는 믿고 따를 수 있는 코디네이터가 있어서 힘들어도 마음을 붙일 곳이 있어서 좋았는데 이제는 팀원들이 찾아와서 고민을 나누는 포지션이 된 거다. 같이 일하는 상사의 성격에 따라 개인적인 삶을 좀 더 나누고 친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전에 일했던 팀과는 그렇게 지냈던 거 같다. 막내들부터 프로듀서까지 서로 호흡이 정말 잘 맞아서 일하는 게 신이 났었다. 처음으로 상사 집에 초대해서 같이 놀기도 하고 일이 끝나고도 종종 연락하는 사이가 돼서 좋은 팀을 만난 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알게 됐다.


어느 책에 선가 모든 일을 혼자 다 하는 리더는 일을 못하는 리더라고 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너무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너무 많은 일을 혼자 하려고 하는 상사 밑에서 일을 배우기는 쉽지 않다. 내가 막내일 때 내 포지션에서 해야 할 일 그 이상을 하면서 빨리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거처럼 말이다. 그리고 가끔은 내가 왜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점검을 맡아야 하고 보고를 해야 하는 것까지도 익숙해져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적어도 나는 보고를 하지 않았냐고 하면서 나를 보호할 수가 있게 된다. 작은 것 같으나 모르면 항상 컨펌받는 것이 제일 안전한 방법이다. 일을 배우는 거에는 여러 가지 상황 가운데서 내 상사가 어떻게 대처하고 말을 하는지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우기 때문에 나도 지금은 큰 욕심부리지 않고 옆에서 내 코디네이터들을 보면서 배운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오래, 길게, 잘하고 싶다면 스스로도 공부를 하면서 배우고 또 사람들 이야기에 경청하며 나아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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