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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이양 Jun 23. 2023

할리우드 워킹맘이 되다

내가 기억해야 하는 순간들, 나를 웃게 하는 것들

올해 4월 영화촬영을 마치고 육아 맘이 되었다.

사랑하는 아들을 맞이함으로

1년의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다.

내가 과연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

1년 뒤면 나를 찾아주는 프로덕션들, 그리고 프로듀서들

그리고 작품이 있을 가 막연한 두려움은 있지만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이 시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정말 쉼 없이 달려왔고

나름 만족할만한 커리어도 쌓았고

앞으로 평생을 이일을 할 테니까

1년이라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아이에게만 집중하고 싶었다.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정말 너무 이쁘다.

정말 아이를 품고 있던 과정부터

출산까지 어느 하나 쉬운 건 없었다.

그래도 매일 10시간 넘게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엄마 배속에서

잘 버텨준 이 아이가 너무 기특하고 고마웠다.

임신 초반부터 출혈이 조금 있었고

중간중간 매번 허들을 넘는 기분으로

한주 한 주를 기다려왔다.

임신 중반에는 임신당뇨가 있어

3번째 검사 때 가까스로 커트라인을 넘어서 기뻐했더니

그 뒤로는 전치태반 소견이 보여서 조마조마했는데  

32주까지 현장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물컹한 출혈이 나서

혼비백산하고 바로 병원에 입원을 하고 일을 그만뒀다.

전치태반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어서

조금 일찍 36주에 아이를 맞이하는 바람에

아이가 호흡 문제로 NICU에도 있었고

아이의 모든 손과 발에

IV를 꽂은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는데

그 작은 입으로 힘차게 잘 먹어준 덕분에  

너무도 다행히 일주일만에 퇴원하게 되었다.

이렇게 잘 버텨준 이 아이가

드디어 내 품에서 편히 잘 때

정말 또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물론 육아라는 게 할만하다가도

아 진짜 너무 힘들 때도 많다.

그럼에도 내가 기억해야 하는 순간들은

누가 달래도 그치지 않던 울음이

엄마인 내가 안을 때 그칠 때

육아휴직받아서 나랑 같이 고군분투해 주는 남편이

지친 나를 바라보면서 아이를 대신 안아

비행기춤추면서 나를 웃게 할 때

아이가 우유에 취해 널브러진 모습으로

내 품에서 함박웃음 지을 때

앞으로 수많은 이런 보석 같은

순간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나를 웃게 했던 이 소중하고 선물 같은

아이를 양육해 나갈 것이다.


이 아이는 나의 작은 우주를

완전히 뒤흔들고 바꾸어 놓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봐왔던 드라마 현장에는

나처럼 임신했음에도 조감독으로,

의상팀 스텝으로 현장을 지휘하고

아이 셋을 키워내면서

아직도 현직에서 프로듀서로 일하는

엄마이자 여자인 스텝들을 많이 봤기에 힘이 나기도 한다.

한 의상팀 스텝이 금방 출산을 하고 복귀한 뒤

일터에서 모유유축을 해서 냉장고에 보관한 뒤

저녁에 아이한테 가져다주는 모습을 보았고

회계팀 직원이 만삭의 몸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며

씩씩하게 운전하며 일하는 모습도 보았다.

이제는 대학을 간 아들이 진로를 정했다고

자랑하는 여자 프로듀서의 모습도 눈에 선하다.

내가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이 밀려올 때

나는 이런 사람들의 모습들을 기억하려고 한다.

앞으로 일과 가정과 아이의 사이에서

몇 배는 바쁜 삶을 살겠지만

지금도 새벽에 새근새근 자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어느 여성분이 예능에 나와서 한 말처럼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말고 축제"처럼 살려고 한다.

앞으로는 싱글이었던 내가 아니라

아이 엄마로서의 써 내려갈

나의 커리어 이야기도 기대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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