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감자가 적절한 온기와 바람, 수분만 있으면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아도 싹을 틔우듯이
적절한 환경만 만들어진다면 자연스럽게
한 존재가 자기다움을 드러내게 된다고 했지요.
아주 오래전 그 현명한 선생님께서" - 책 "마침내 안녕" 유월 작가 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에 고민을 할 때 내가 되새겨야 할 문장인 것 같다.
갓난아기일 때에는 모유를 먹어야 좋다는 생각에
잘 나오지도 않는 모유 나오게 하려고 무척 애를 썼었다.
그렇게 분유로 넘어가서는 미국 분유를 먹이니 똥 색갈이 검게 나와서
시중에 좋다는 유럽 분유를 먹였더니 황금똥이 나온 뒤에는
그 비싼 분유를 유럽에서 직구해서 내내 먹였다.
유별날 수도 있지만 내 아이한테 좋은 것만을 주고 싶은 마음에 분주하게 굴었던 거 같다.
거기에서 고민이 끝나는 게 아니라 뒤집기를 늦게 해도,
발걸음이 뒤뚱뒤뚱할 때에는 이 상태로 오래 갈까 봐
그러고 나서 말을 할 때에는 혹여나 더 늘지 않을 가봐
또 노심초사 애를 태운 적이 있다.
내가 듣는 뉴욕타임스 Daily라는 팟캐스트에서
흥미로운 연구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는데
아이가 자랄 때 특히 아이가 많은 집에서
자라나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생각보다 밋밋하다는 것이다.
특히 형제가 많은 집에서 첫째가 길을 잘 잡았다면
그것이 꼭 공부는 아니고 스포츠가 되었건 다른 것이 되었건 간에
길을 잡으면 그 밑으로 자란 형제들은 서로에게 경쟁하듯이
서로를 따라 배우고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 예로 부모가 바빠서 가게에만 매달려야 했었던 가정에서 자란
삼 형제가 모두 첫째를 따라서 도움을 서로 받으면서
모두 각자 유니크한 직업을 가지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자라났다는 것이다.
오늘 읽은 "마침내 안녕"이라는 책에서 말하는
감자가 자라나는 환경이라는 것도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비해서 생각하면
내가 하는 이 모든 것들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는데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의 학군으로 생각하면서
발을 동동 거리는 것이 나의 욕심이구나를 깨달았다.
물론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좋은 거지만
좋은 학군이 꼭 좋은 환경이라는 보장은 없을 텐데 말이다.
태어날 때에는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만 다오라고 생각했으면서
너무 많은 욕심들이 투여되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는 한편 책에서 나오는 적절한 온기와 바람 수분을 제공하는 것이
또한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도 아이를 키우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 텐데
그때마다 그것이 나의 욕심인지
진짜 아이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감자. 감자를 늘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