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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이양 Jan 11. 2019

"카모메 식당"

핀란드에 가서 식당 차리고 싶은 영화


나는 잔잔한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오늘은 최근에 봤던 "카모메 식당"에 대해서 나눠보려고 합니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 핀란드라는 도시에서 이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주인공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는 이 평화로운 마을에서 작은 식당을 새로 오픈하고 주먹밥을 주 요리로 내세웠죠. 하지만 주먹밥이 생소한 핀란드인들은 선뜻 가게로 들어오지 않았고 동네에서 어슬렁 거리던 핀란드 할머니들만이 기웃거릴 뿐 한 달째 손님이 없는 상태였죠. 그러던 어느 날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한 핀란드 청년이 첫 손님으로 들어오고 그는 일본인 사치에에게 독수리 오 형제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물어보는데 글쎄 그 익숙하던 그 노래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 주인공 사치에... 하루 종일 머릿속에 맴도는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우연히 서점에서 다른 일본인 미도리(카타기리 히이리)를 만납니다. 사치에는 초면이지만 주제곡이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미도리에게 그 주제곡을 아냐고 물어보고 미도리는 그 자리에서 갓챠맨 주제곡 가사를 써주게 되죠. 그렇게 앉아서 차 한잔 나누다가 미도리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를 얘기하는데... 미도리는 눈을 감고 지도에서 가리키는 곳이 핀란드여서 오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만약에 알래스카를 짚었다면 아마 지금은 알래스카에서 연어를 잡고 있었겠다며 가볍게 웃는 두 사람. 사치에는 조심스러울 수도 있지만 핀란드에서 일본인을 만난 것도 인연이고 독수리 오 형제의 주제곡을 다 외우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이 없다며 자신의 집에 머물지 않겠냐고 물어보죠. 그렇게 두 사람은 동거하게 되고 미도리는 사치에의 식당에서 일손을 도우게 됩니다. 주 요리가 주먹밥인 이 가게에는 여전히 핀란드 할머니들만 기웃거리고 손님은 없어 걱정하는 미도리에게 사치에는 말하죠. 자신의 꿈은 동네 아무 사람이나 편하게 들어와 먹을 수 있는 작은 식당을 꾸리는 것이 목적이지 큰 식당으로 손님을 꽉꽉 채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고 하죠. 그렇게 각자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던 어느 날 이들은 시나몬 빵을 구워서 팔게 되는데 그 향기가 제일 먼저 핀란드 할머니들을 사로잡게 되죠. 그리고 또 다른 일본인 여행객 마사코(모타이 마사코)의 방문으로 인해 가게는 점점 활기를 찾게 됩니다. 마사코는 아픈 부모님의 병간호를 오랫동안 하다가 두 분 돌아가시고 나서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여행을 준비하고 핀란드를 선택했는데요. 그 이유는 TV에서 너무나 유치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게임을 너무나도 진지하게 임하는 핀란드인들을 보고 흥미롭게 보여서라고 말합니다.



영화는 뚜렷한 기승전결로 연결되거나 화려한 연출진을 자랑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이 세 사람들이 핀란드 인들을 만나면서 평화롭게만 보였던 이 도시에도 아픔은 있고 누구에게나 가슴 아픈 사연 하나쯤은 있음을 발견하게 되죠. 우리가 생각하는 북유럽이나 핀란드는 복지가 잘돼 있고 그곳에 사는 모두가 행복할 것만 같은 환상을 심어주는데 이 영화는 그곳도 사람 사는 곳임을 보여줍니다. 남편이 떠난 뒤 힘든 시간을 보내던 핀란드 아주머니도, 맛있는 커피를 만들던 핀란드 아저씨에게도 아픔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나 이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그 하루만큼은 따뜻한 위로를 받고 계속 삶을 이어가죠. 이들은 그들의 상처에 요란하지 대면하지도 외면하지도 않고 대신 따뜻한 차 한잔 맛있는 시나몬 빵을 나누는 일로 위로합니다. 언어는 통하지 않으나 마음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죠. 가끔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위로가 되는 법이니까요. 한 식당 테이블에 둘러앉아 단조롭고 평범해 보이는 이 일상을 나누는 것이 별 것 같지 않게 느껴지지만 삶은 어쩌면 그렇게 단조롭고 기본적인 정서에서부터 오는 안락함이 우리의 행복을 채워주지 않는가에 대해 이 영화는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자연을 만끽하는 것,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이웃과 나누는 것, 음식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들로 대부분의 스크린 타임을 할애 하지만 그 과정을 따뜻한 영화 색감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 짓게 됩니다.



뚜렷한 기승전결을 자랑하는 영화도 물론 매력 있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느림의 미학과 단조로운 생활의 행복이 무엇인지 말해줍니다. 하루하루 내가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지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일하는 현대인의 삶은 우리에게 이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죠. 나의 성공을 위해 혹은 돈의 대한 욕심 아니면 또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채바퀴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과의 삶과는 다른 이들의 삶의 속도와 삶의 질.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에 대해 영화는 말하죠. 이웃의 정이라는 것이 이젠 옛 시골 먼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지금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너무 날을 세우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되묻게 됩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마음을 열면 혹시 모를 위험한 상황과 불이익이 닥칠 수도 있으니 또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누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우리를 미소 짓게 하고 따뜻한 위로를 주는 이유는 우리가 이웃의 정을 그리워하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따뜻함을 믿고 싶기때문 아닐까요? 우리는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졌고 그 안에서 우리는 모두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과 임무를 찾아가며 살아갑니다. 모두가 이들처럼 살 수는 없으나 왠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한 번쯤은 우리도 이웃에게 따뜻한 차 한잔, 맛있는 빵을 구워 나누고 싶어 집니다. 맛있는 커피와 시나몬 빵이 먹고 싶어 지는 내 인생영화 "카모메 식당"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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