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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Sep 12. 2022

호스필드 육지거북의 동물병원 방문기

거북이가 아프면 어디를 가야 하나요




 키우는 육지거북이 한동안 아팠다. 조금씩 움직임이 줄어들더니 식욕이 없는 것인지 아예 먹이를 먹지 않는 날이 이틀이나 이어졌다. 첫 날은 그냥 밥투정부리는가 싶어서 다음 날은 평소 나름 잘 먹던 청경채를 줬는데 청경채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이러다가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기까지 했다.


 아빠가 이를 보더니 좀 굶어도 안 죽는다면서 내버려두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파충류는 어린 개체의 경우 하루 이상, 성체일 경우 일주일 이상을 거식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동물병원에 가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에 거북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거북이는 특수동물에 해당된다. 그렇기 때문에 개와 고양이를 위주로 진료하는 일반적인 동물병원에서는 진료조차 보지 않는 경우가 정말 허다하다. 특수동물을 전문적으로 보는 특수동물 전문 동물병원을 가야 하는데 인터넷에 특수동물병원이라고 검색해서 동물병원으로 전화해 거북이도 진료를 보냐고 하니 거북이는 진료를 보지 않는다는게 아닌가. 그것도 한두 곳도 아니라 세 곳 정도가 그랬다. 그럴거면 왜 특수동물병원이라고 걸어둔 것인지 의문일 정도였다.


 그러다가 서울에 있는 한 특수동물병원에 전화를 했고, 다행히 그 곳은 거북이 진료를 본다는 것이다. 버스를 한 번 환승해야 하고 1시간 남짓을 가야 했지만 블로그 리뷰 등을 보니 거북이 뿐만 아니라 뱀이나 도마뱀 같은 파충류 진료를 보는 곳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빠른 날짜 빠른 시간으로 진료 예약을 했다.





 특수동물은 2층으로 올라가라고 해서 2층에서 진료 접수를 하고 대기를 하는데 대기실에 꽤 큰 레오파드 육지거북이 한 마리가 있었다.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분변검사와 X-ray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하셨고 X-ray의 경우는 비용 부담이 좀 될 수 있다고 하셨다. 비용은 나가겠지만 비용이 문제랴, 애가 아픈데. 약간 고민하기는 했지만 X-ray 검사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검사 결과 장에 가스가 약간 차있고 분변검사에서는 온갖 기생충과 유해균이 드글거렸다. 학부 시절 기생충학 이후로 이렇게 기생충이 많은 것은 처음 봤다. 충격이었다. 대체 어디서 저렇게 많은 유해균과 기생충이 굴러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간 말도 못하는 작은 거북이가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지를 생각하면 내가 우울해졌다.





 테크니션 선생님께서 내가 깔아둔 핫팩 위에 새 깔개를 깔아주시고 처방약 먹이는 방법을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항생제와 소염제 주사도 맞았다고.


 그래서인지 거북이 표정이 영 좋지 못했다.





 동물을 키우면서 동물병원에 갈 때마다 병원비가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의료민영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동물병원 영수증을 보면 된다고 하는 그 말이 왜 있는지를 알겠다. 그래도 16만원 정도면 아주 비싼 편은 아니고 그 비용으로 내 거북이가 건강하게 나을 수 있다면 충분히 지불할 의향이 있다.


 누군가는 미쳤냐, 그 돈으로 거북이 죽으면 새로 사라 라는 말을 하겠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너가 진짜 미쳤다는 말을 돌려주고 싶다. 나에게는 소중한 가족같은 거북이인데 죽으면 새로 사라는 것이 말인가 똥인가. 그런 말을 하는 사람과는 한 공간에 함께 있고 싶지도 않다. 설령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상대방에게는 소중한 존재인데 배려 없이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본인이 멍청하고 무식하다는걸 인증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생균제(유산균), 영양죽, 내복약을 하루 2회씩 총 일주일간 먹여야 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약먹이기에 달인이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거북이도 나름 어렵지 않게 먹일 수 있었다.





 그리고 병원 치료 후 며칠 약을 먹고 나니 육지거북은 다시 먹이를 먹고 활동을 시작했다. 비용은 나갔지만 그 비용으로 아이가 건강하게 살 수 있으면 그거로 된 것이다. 그게 모든 생물을 키우는 집사의 마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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