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누비스 Sep 11. 2022

금붕어 치어 선별과 생명윤리

아름다운 금붕어를 소유하고 즐길 인간의 권리와 금붕어의 생존할 권리




 금붕어는 봄과 가을이 번식기다. 이 시기에 일정 조건만 맞고 암수가 눈이 맞으면 곧잘 산란을 하고 번식을 한다. 그렇게 해서 세상의 빛을 본 침자(갓 부화한 초기 치어)가 100마리 남짓이 되었다. 이 집에 와서 처음 산란한 것 치고 적지 않은 숫자다.


 번식을 해서 질 좋은 금붕어를 '만들어'내고 '판매'하는 사람들에게는 치어를 선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선별에서 탈락되는 개체는 도태된다. 여기서 도태되는 개체는 살려두어도 생존률이 낮은 개체, 예를 들어 기형이나 장애가 있는 개체도 있지만 단순히 관상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에서 도태되는 개체도 적지 않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전문적으로 특정 품종을 취급하는 샵에서는 몇 차례의 선별에서 살아남은 관상가치 높고 질 좋다고 하는 개체들이 전시되고 그 곳에서 새 주인을 기다린다.





 누군가는 이 선별 과정을 통해 우리가 아는 다양한 품종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선별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선별을 통해 난주, 오란다, 유금, 수포안과 같은 특이한 품종과 다양한 꼬리 모양의 금붕어들이 탄생했고 품종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누군가는 선별은 결국 자연선택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자연선택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적은 기형 개체가 필터링되기에 선별은 자연선택이라고도 한다. 자연상태라면 생존률이 극히 낮은 기형 개체가 선별을 통해 도태됨으로서 자연선택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동물을 이용하는 위치에 있다. 필연적으로 인간은 동물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 이용이 인간의 생존을 위한 것이냐, 번영을 위한 것이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것이냐 그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동물을 이용한다는 그 자체보다는 생명을 어떻게 대하느냐다. 단순히 금붕어가 아름답지 않고 그래서 상업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인간이 금붕어에게 살아 있을 권리를 뺏을 권리가 있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이 보기에 귀엽고 예쁜 외모를 만들어내가 위해 '문제적 유전자'를 교배해 동물이 고통받게 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생명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며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던 비난받아야 한다. 이는 인류가 정한 사회적 규범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도 단순히 아름다움과 상품성만을 위한 선별을 반대한다. 생명은 있는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고 귀하며 그 자체 그대로 존중받아야 한다. 잠시 지나갈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이 생명을 잃는 것은 윤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동물이 몸값이 1억을 호가하는 말이던, 마트에서 500원이면 살 수 있는 금붕어던 상관 없이 말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생명은 소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생명은 소중하다. 그리고 존재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부서지지 않았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