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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Oct 04. 2022

곱슬머리가 뭐 어때서?

나는요 그냥 내 머리카락을 사랑할래요


 나는 곱슬머리다. 태어날 때부터 곱슬이었고, 어렸을 때는 정말 악성곱슬 그 자체였다.


 그래서인지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내 머리카락은 항상 아이들에게 있어서 놀림거리가 되었다. 심지어 "넌 한국인 맞아? 머리가 왜 그렇게 곱슬이야?"라는 말까지 들었고 내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에 머리카락이 곱슬머리라는 이유라는 어이없는 소문이 돌았던 적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내 머리카락이 너무 싫었다. 다 뽑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실제로 기억에 나는 것으론 고3을 졸업할 때까지 머리카락을 뽑는, 일종의 발모광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머리숱이 많지 않은 지금은 하지 않는 행동이지만 말이다.


 곱슬머리가 엄청난 컴플렉스였던 나는 정말 어렸을 때부터 매직펌을 1년에 두어 번씩 했다. 지금은 고데기를 보기만 해도 징글징글할 정도로 매직펌을 했으니 얼마나 많이 했는지도 모르겠다. 곱슬머리인 내 머리카락은 컴플렉스 내지는 단점이 되어야만 하고 직모로 펴야만 하는 것이라고 나 자신조차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 마블 드라마 <문나이트>의 감독인 무하메드 디압 감독이 작중 캐릭터인 라일라 엘 파울리(스칼렛 스카라브)에 대해 자신의 딸에게 있어서 라일라는 의미있는 캐릭터라고 인터뷰를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감독 본인의 딸은 곱슬머리인데 항상 머리카락을 직모로 펴야 했고 디즈니랜드 같은 곳에 가면 공주 캐릭터를 연기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딸의 머리카락이 예쁘다고 말해달라는 부탁을 해야 했는데 딸에게는 똑같은 곱슬머리인 라일라가 있고 그렇기에 라일라라는 캐릭터가 갖는 의미는 개인적으로는 크다고 말했던 것을 봤다.


 그 인터뷰를 보면서 생각해보니 곱슬머리라고 해서 나쁘다 내지는 단점이다 라고 말하거나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곱슬머리도 손질만 어느정도 한다면 충분히 예쁠 수 있는데 왜 사람들은 곱슬머리는 직모로 펴야만 하고 직모만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곱슬머리도 관리만 한다면 충분히 예쁠 수 있는데 말이다.


 이런 것을 보면 편견이라는 것과 미디어의 영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디즈니 만화나 다른 미디어 컨텐츠에서 공주는 하늘하늘하고 직모의 머리카락을 갖고 있는 캐릭터 뿐이었다. 다행히 요즘은 디즈니가 사회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느껴지고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기에 내가 내 곱슬머리를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수 없이 매직펌을 해서 직모로 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문득 생각이 나서 곱슬털을 가진 동물들 사진을 보는데 곱슬만의 매력이 느껴지는 동물들이 정말 많다. 비둘기, 햄스터, 쥐, 강아지, 고양이, 친칠라 등등 정말 다양한 곱슬털을 가진 동물들이 있는데 이 중에서 사람만이 곱슬털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가지고 마치 질병처럼 치료해야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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