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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May 31. 2023

너가 낯설고 무서워

안 그랬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는거야?


 나에게 양극성장애와 공황장애가 생긴 것은 10년 이내의 일이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 정신건강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이지 않나 싶다. 중고등학교 시절 사회적 관계가 불안정했고 교회에서 심한 따돌림을 당하면서 조금씩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으니 그 이력이 상당히 오래 되지 않았나 싶다. 


 사실 대학교를 다닐 때에도 내면은 엉망진창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길이 없었다. 병원에 가면 안 된다는 말을 숱하게 듣고 살아왔기에 병원을 간다는 것은 애초에 없는 선택지였다. 그렇다 해서 그걸 드러내고 살아가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을 어떻게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있고 보는 눈이 있는 앞에서는 어떻게든 애써 멀쩡한 척 괜찮은 척 잘 지내는 척을 하며 버텨왔다. 그러다가 허술하게 쌓은 버팀목도 무너졌다.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지고 나니 이제는 병원에 안 갈수가 없었다. 이래도 병원에 가지 않으면 진짜 큰일나는 결말 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다보니 나도 지치고 가족들도 지치고 주변 사람들도 지쳐갔다. 어느 날부터 가족들은 내가 상태가 안 좋아보여도 무시하기에 이르렀고, 내 상태에 지친 주변인들은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그럴 것을 예상했기에 그렇게까지 상처받지 않았지만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던 주변인들이 내 병증에 지쳐 떠나는 것을 보는 것이 더 괴로웠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지금은 연락이 끊긴 언니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너가 무섭고 낯설다고. 예전에는 잘 지냈는데 지금은 왜 그러냐고. 안 그랬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는거냐고.


 언니의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 한참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썼다만 반복했다. 이 언니는 지금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는 있을까. 나더러 무슨 답을 하라고 이런 말을 던지는 것일까. 하지만 화를 내거나 무어라 할 수는 없었다. 과거에 언니는 내가 마냥 잘 지내고 괜찮게 보이는 모습만을 봐왔기에 언니는 언니 나름대로 지금의 내가 정말 낯설어서 그런 것이겠니 생각하며 스무스하게 넘겨들었다.


 나라고 괜찮게 잘 지낼 수 있다면 참으로 좋으련만 그게 내 마음대로만은 되지 않는 것을 난들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소한의 생활을 하면서 계속 약을 먹고 병원을 가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내 최선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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