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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May 27. 2023

간만에 연락은 왔는데

언니에게 나쁜 감정은 없지만 그 곳에 있을 수는 없어


 정말 오랜만에 과거 교회에서 친하게 지냈던 언니와 짧게 디엠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언니는 나에게 잘 지내냐고 물었고 나는 요즘 성당 다니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굳이 성당에 가고 있다는 말을 한 이유는 딱히 없었다. 굳이 그걸 숨길 필요도 이유도 느끼지 못했고 성당에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자 현재 일상이기 때문에 말한 것 뿐이었다.


 언니는 나에게 성당을 간다고? 왜? 하며 의아함을 내비쳤다. 성당으로 간 이유를 물었다. 나는 교회에서 사람들에게 치이면서 혐오적 발언을 들을 때마다 너무 힘들었고 교회 안에서 가해자를 봐야 하는 것도 괴로웠고 내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을 끌고와 사람들이 내 친동생에게까지 들이대는 것도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내가 개종을 하는 것이 생존을 위해서도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주변인들을 위해서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그 말에 언니는 너가 그걸 흘려보내야 한다 그러려니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가 디엠을 삭제하고 그게 정 마음에 걸리고 문제가 되었으면 교제를 쉬고 말씀만 듣지 그랬냐는 말을 했다. 거기에 나는 그 곳에 있고 거기서 나오는 것들을 접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했고, 언니는 나에게 그래도 잘 지낸다니 다행이네 하면서 대화는 흐지부지가 되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내 인생을 되찾아서 내 인생을 살겠다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인가. 내가 나 자신을 괴롭히고 불행하고 학대하면서까지 그 곳에 묶여있는 것을 그렇게도 원하는건가. 이쯤되니 저 사람들은 그냥 내가 슬프고 불행하고 아픈걸 즐기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 가학적인 성향인건가. 난 적어도 현실에서 그러는건 별로인데.


 아, 참고로 나는 돌아가지 않을거다. 이대로 쭉 가고 싶고 가톨릭 (예비)신자로서 살고 싶다. 예비신자 딱지는 1년 정도면 충분하고 이젠 정식 신자가 되고 싶다. 이게 내가 선택한 삶이고 인생이다. 그리고 나한테는 나 자신을 학대적인 환경에 방치하지 않을 권리와 의무가 있다. 더는 그 곳에 있으면서 불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건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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