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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Apr 14. 2023

트위터 앱을 잠시 삭제하다

도대체 나더러 뭘 어쩌라는건지


 트위터 앱을 지웠다. 한 번씩 돌아오는 쿨타임이 또 돌아왔다. 현재 덕질하는 장르판에 들어오고 나서 몇 번째로 맞이하는 일시적 앱삭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대략 세 번째 정도 되려나 싶다. 이제는 내가 정신적으로 쪼들려서 잠깐 앱삭하고 언제 이전에는 돌아오겠습니다 하는 글을 올려도 다들 그냥 그러려니 한다. 다들 서로 현실을 살아가기에 또는 덕질하며 놀기에 바빠 그런 것도 있지만 내가 겉모양새만 말짱하게 행동하고 말하고 반응하며 다른 덕친들과 어울릴 뿐 그 밝음에 가려진 이면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기에 앱삭을 한다고 해도 하트 정도로 흔적을 남기거나 끽해야 잘 쉬고 돌아오라는 얘기를 하는 정도다.


 이전보다는 확실히 좋아진 부분도 있다. 상대방 눈을 피하지 않고 선을 지키면서 할 말을 어느정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조금은 맘에 들지 않아도 모두의 분위기를 위해 티내지 않는, 일종의 사회생활 스킬을 배웠다. 덕질도 결국은 사회생활이라는 말을 누가 했던가. 그 말이 딱 맞다. 정말로.


 하지만 여전히 아프다. 처음엔 퇴사를 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엄마가 억지로 밀어넣은 회사였으니까. 회사에서 지독한 괴롭힘을 당했으니까. 그래서 퇴사를 했다. 퇴사를 하면서 동시에 내가 매우 어렸을 때부터 다녔던 교회를 천천히 그만두었다. 확실한 탈교까지 6년 남짓의 긴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치룬 댓가는 상당했지만 그래도 현재는 그 곳을 공식적으로 벗어나 나 혼자 이 집안에서 천주교로 갔다. 심각하게 유별난 부모님 손아귀도 꽤 많이 벗어났다. 집에서는 상당히 멋대로 살고 있기도 하다. 주말에 트친들과 같이 스크리나로 드라마 정주행을 한다고 위스키 한 병을 다 말아먹기까지 했으니 말 다 했다. 그런데 그럼에도 나는 아프다. 그 누구도 도와주거나 들어주지 않고 되려 나쁜 사람들은 이를 약점잡아 악이용할 것을 알기에 그 누구에게도-심지어 다니는 정신과 의사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어쩌면 말하는 것을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말해봤자 소용 없으니까. 바뀌는 것도 없고 들어주지도 않고 악이용하거나 이상한 개소리를 하지만 않아도 다행이니까. 그리고 정신차리고 봤을 때 나는 6년째 정신과에 다니고 있고 정신병동 입원은 기억나는 횟수만 대여섯 번, 응급실은 밥먹듯 들락날락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도 괜찮다는 말로 속이며 살아가고 있지만 알고는 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그런 방식으로는 오래 버틸 수도 없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내 머릿속에 가득한 것은 비합리적인 감정과 죄책감,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양가감정이라는 것도.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나도 참 정상은 아니구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트위터를 잠시 지운 것이 아닐까 싶다. 트위터의 트친들은 잘 놀고 밝은 내 모습만 알고 있으니까. 쓸데없이 알리고 싶지 않고 되도록 모르는 상태에서 나랑 같이 덕질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상하게 한편으로는 조금은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이걸 양가감정이라고 했던가. 정말이지 도대체 나더러 뭘 어쩌라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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