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택이 사이비 종교가 아닌 이상 말이지
어쩌다가 동생이 개인 사정으로 한 달 휴직을 했다. 그리고 한 달간 본가에 들어와 있으면서 매일 마주치게 되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정말 많은 얘기를 했지만 그 중에는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었다. 개신교에 미쳐서 근본주의 성향이 매우 짙은 부모님 밑에서 자기 의지로 스스로의 종교를 정한 나를 보며 언젠가 일어날 일이 드디어 일어났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자신은 지금 종교를 알아가는 중이며 불가지론과 무종교 사이에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 말을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동생의 말에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잠시 고민하다가 너가 어떤 종교를 택하던 그건 너의 선택이고 너가 충분히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한 것이기에 나는 그 종교가 사이비가 아닌 이상 있는 그대로 존중할거다 라고 했다. 이게 이 상황에서 가장 맞는 말이라 생각하고 종교는 결국 본인이 스스로 정하고 자신이 가질 의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렇게 말했다.
내가 가톨릭 신자라는 이유로 동생에게 가톨릭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동생이 스스로 자신이 성당에 가겠다고 하면 그건 존중할 수 있지만 이걸 강요하고 싶지 않다. 그건 폭력적으로 나와 내 동생에게 자신들이 가는 교회에 가라며 등 떠밀고 강요하던 부모님이 하던 짓과 다를 것이 없으니까. 내가 그런 인간이 되는건 결코 원하지 않고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다. 그리고 나 역시 부모님이 다니던 교회를 뛰쳐나와 이 종교 저 종교를 찌르고 다니다가 내 의지와 생각으로 가톨릭 신자가 되었는데 내가 무슨 권한으로 동생에게 스스로의 의지를 고려하지 않고 종교를 주장한단 말인가. 그건 전교활동도 뭣도 아닌 그냥 정신나간 멍청이짓에 지나지 않을까 싶다.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싶다. 그리고 동생이 개신교를 가던 성공회교를 가던 가톨릭을 가던 불교를 가던 사이비가 아닌 이상 그 뜻을 존중하고자 한다. 어떤 종교를 가지던 그건 헌법에도 종교의 자유가 명시된 나라에서 본인의 자유이며 사이비가 아닌 이상 존중되어야 하고 종교와 상관 없이 나에게는 유일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가족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