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적 문제들은 하나같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그래서 어려워.
"그런 말을 듣는 것이 뭐가 어떻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결코 즐겁거나 반갑지 않다. 지금껏 인생을 돌아보면 그림자와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견디는 것도 버겁지만 무엇보다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주변의 잘못된 반응에서 시작하는게 대부분이었다. 그런건 의지로 이겨내라, 약에 의존하지 마라, 햇빛을 보고 좋은 생각을 하고 신앙으로 살면 된다, 그거로 병원을 가야겠냐, 요즘 안 힘든 사람 없다... 식의 어이없는 반응이 쏟아지는 현상에 초반에는 상처받는 일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이런 반응에 대충 이기죽거리는 표정으로 썩소를 머금으며 "그렇게 자신있으면 가져가서 본인이 해보시는건 어떨까요"하면서 받아치곤 하지만 그렇다해서 괜찮은 것은 아니다. 단지 괜찮지 않음을 밝힌다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고 되려 나를 더욱 이상한 인간으로 몰이하는게 심해져서 감추는 것 뿐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대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그림자와 같은 병증, 보일듯말듯 희미한 혐오, 일렁이며 보이는 바람에 똑바로 응시하기가 어려운 편견. 이것들을 대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사람들은 믿을까. 내가 보는 세상은 마치 정신력이 바닥난 돈스타브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 같다는 것을. 화면 곳곳에 그림자와 같은 괴물이 보였다가 스르르 사라지고 많은 것들이 검은 괴물처럼 느껴지고 세상은 잿빛에 일렁이는 모습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너무 비관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사람이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