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퍼 톺아보기
플래그와 팻말을 들고 퍼레이드를 걸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우리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늘어났고 눈에 띄게 혐오 세력은 약해졌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게 느껴진다. 때로는 벽을 보고 말하는 기분이고 혼자서 혐오의 바다 위를 표류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정신없고 시끄러운 퀴퍼 현장 중에 인스타툰을 연재하는 계정에 어느 만나본 적도 없는 수녀님이 주신 디엠 알람이 울렸다. 메세지를 확인하니 퀴퍼 현장에 가지는 못하지만 멀리서나마 기도로 응원하신다는 내용이었고, 이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조금은 마음이 따땃해지기도 하다.
보편교회에 대해 일희일비 하지 않고 조급해하지도 않으면서 차분하게 기다리자는 마인드로 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바탕을 바꿀 생각은 딱히 없다. 견디고 인내하면서 나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만들고 가꾸어나가자는 생각이기에 이 디엠 하나로 순간 크게 기뻐하거나 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지만 만난 적도 없는 어느 수녀님의 메세지에 조금은 더 버텨보자 하는 마음이 든다.
이전에도 말했듯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세상을 바꾼다던가 하는 엄청나고 거대하고 대단한 일이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우리의 이야기를 왜곡 없이 듣게 하는 것이다. 그거면 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