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정말로 좋은 성소수자 인권 운동 활동가가 될 수 있을까요?
주님께서 찾아와 서시어, 아까처럼 "사무엘아, 사무엘아!" 하고 부르셨다. 사무엘은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 1사무엘 3,10
몇 주 전인가 정말 후덜덜한 이야기를 전해들었고, 어제는 최종적으로 괜찮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복잡한 마음도 들고 걱정도 되고 온갖 생각이 떠오르는 주제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해야 좋을까 싶어 저 구절을 몇 번이고 곱씹다가 방 한 켠에 있는 작은 벽고상을 가만히 쳐다보며 기도했다. 하느님, 이게 정말 맞는 걸까요? 제가 당신의 부르심에 감히 응답해도 되는 것일까요? 제가 당신의 부르심에 마땅한 인간인가요? 제가 정말로 좋은 성소수자 인권 운동 활동가가 될 수 있을까요? 하고 말이다.
나는 한없이 작고 부족하고 보잘것 없는 인간인데 네 제가 여기 있습니다 하고 나서는 것이 정말로 마땅한 일인가 싶은 의구심도 들었다. 그러함에도 내가 부르심에 응답하기로 결심한 것은 이 자리가 나를 내세우고 권력을 휘두르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나를 더 낮추고 남을 위해 더욱 봉사하는 자리임을 잘 알고 있으며 내가 받은 만큼 다른 성소수자 당사자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나는 부족하고 보잘것 없는 존재지만 그런 나일지라도 조금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결심을 내렸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당차게 응답하기로.
하느님 저를 사랑으로 내시고 저에게 영혼 육신을 주시어 주님만을 섬기고 사람을 도우라 하셨나이다. 저는 비록 죄가 많사오나 주님께 받은 몸과 마음을 오롯이 도로 바쳐 찬미와 봉사의 제물로 드리오니 어여삐 여기시어 받아 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