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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Nov 07. 2020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의 가치  

소비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물건을 사서 소유하기 보다는 '경험'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얻는 데 소비하는 경향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마케팅에 문외한인 나같은 의사마저도 여러 번 듣게 될 정도라면 이미 상식이자 대세의 하나가 된 것 같다.      

의료서비스는 그 특성상 능동적으로 선택해서 소비하는 재화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 결과물을 소유하는 것도 아니요, 대개는 썩 유쾌한 경험인 것도 아니다. ‘소유’냐 ‘경험’이냐의 시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방식으로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잘 안보이는 것'으로 나눌 수는 있을 것 같다. 눈에 보이는 서비스는 '약'이라는 물건과 '기계'라는 물건으로 형상화되는 것들이다. 돈을 지불할 대상이 명확히 보이는 서비스들. 알약, 주사, 엑스레이, 혈액검사, 각종 의료기기 등이 그것이다. 표준화되어 있고, 질의 관리가 가능하며, 명확한 결과물이 남는 그런 서비스들은 가격을 매기기도 비교적 쉽다. 그러나 간호사의 돌봄과 의사의 진료의 경우는 어떨까. 표준화와 질 관리는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의무기록으로 흔적이 남기는 하지만, 영상검사 필름이나 혈액검사 결과지처럼 명료하지도 않다.       

문제는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인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저자이자 의사인 아툴 가완디는 노인의학 전문가들의 진료를 참관하며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의 가치를 깨닫는다. '처방약들을 더 단순하게 조절하고, 관절염을 관리하기 위해 세심히 지켜봤으며, 반드시 발톱을 손질하게끔 하고, 매끼 식사를 잘 챙기도록 하고, 고립이 의심되는 징후가 없는지' 챙기는 것만으로도 노인의 장애와 우울의 빈도를 줄일 수 있던 놀라운 성과에 주목한 것이다. 만약 이러한 노인병 전문팀의 서비스가 '자동노쇠방지장치'라는 이름의 의료기기라면, 노년의 건강을 유지하게 해 주는 이 장치를 모든 노인이 착용해야 한다는 캠페인이 시작되고 장치를 생산하는 회사의 주가가 치솟았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미국의 공보험인 메디케어에서 노인병 전문팀 서비스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기에, 많은 노인병 클리닉은 문을 닫아야 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지난 9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입원환자 전담 전문의 관리료' 신설을 부결시켰다. 입원환자 진료는 대개 수련 중인 전공의가 담당하는데, 외과 전공의의 경우 수술을 보조하며 배워야 하기 때문에 병실에 없을 때가 많다. 때문에 간호사들만 지키는 병동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할 때 적절한 조치가 어렵다는 문제가 자주 제기되어 왔다. 좀더 경험이 많은 전문의가 별도로 병동에 상주하면서 한번 더 회진을 돌고, 처방과 치료 계획을 한번 더 검토하고, 언제나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병동에 상주할 때 안전사고나 재입원, 합병증의 위험이 의미있게 감소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노동자, 농민, 경영자, 시민단체 등이 포함된 건정심은 이러한 비용을 부담하기를 거부했다. 만약 이것이 전문의의 진료가 아니라 '수술합병증 감소장치'라는 의료기기였다면, 건정심의 결정은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약도 아니고 고가의 장비도 아니며 대단한 신기술이 들어간 것도 아닌, 그저 돌봄이라는 기본에 더 충실할 따름인 의료인의 노동에 대한 평가는 박하기 짝이 없었다.      

'소유'보다 '경험'이 중시되는 요즘의 트렌드는 '경험'이 주는 가치가 더 크다고 여겨지는 데서 시작되었다. 즉 재화 생산에 들어가는 원가보다 그것이 만들어내는 가치에 더 집중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의료서비스 역시 눈에 보이는 약과 장비에 들어가는 원가만큼이나 직접 환자를 대면하는 의료인이 만들어내는 가치에 주목한다면 어떨까. 경험이 주는 무형의 가치가 인정받게 되면서 보다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 공연, 네트워킹 등의 서비스는 점점 다채로워지고 그 질 또한 향상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의료서비스 역시 그러한 선순환을 타고 환자의 필요에 맞게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무리한  희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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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치점수

입원전담전문의 200-600

외래 초진 100-300

상급종병입원료 1000-1500

CT 1500

코로나검사 800-900



입원전담전문의 본사업 전환 실패

https://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6428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289846622685720&mediaCodeNo=257

https://www.asiae.co.kr/article/2020072410504455556

https://www.medigatenews.com/news/2511436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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