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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Dec 23. 2016

다가올 의료비 절벽의 미래 - 브라질에서본다

평등(equality)인가 형평성(equity)인가

트위터에서 우리나라의 값싼 의료수가에 대해 칭찬하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마음이 답답합니다. 의료가 저렴하다고,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고 흐뭇해하는 말들은 듣기 거북합니다. 이렇게 저렴해서 좋은게 아니라, 이렇게 저렴해서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검사가 저렴하니 쉽게 검사에 의존하게 됩니다. 환자를 많이 봐야 수익을 올리니 일인당 상담시간은 가능한 한 짧게 하고 많은 환자를 보아야 의료기관의 유지가 가능합니다. 환자는 마음대로 의료기관과 의사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중복되게 검사를 하고 중복되게 약처방을 받습니다. 의사는 이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어떤 처방을 받고 검사를 했는지 큰 관심이 없고 사실 다 살펴볼 시간도 없습니다. 정말 현명한 의사들은 이런 박리다매의료환경에서 괴로워하느니 비급여 미용진료를 택합니다. 태반주사 백옥주사 감초주사 이런 것들을 늘어놓고 장사를 합니다. 이런 왜곡된 환경에서 지출되는 비용은 실로 엄청날 것입니다. 결국은 인구절벽이 오듯, 국민연금재정이 고갈되듯, 의료비용에 있어서도 절벽이 올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지금은 흑자라고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재정이 긴축운영을 피할 수 없는 시기가 향후 10년 내에는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료절벽의 미래가 오늘 아침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의 시론에서 읽은 브라질의 현실입니다. (http://www.nejm.org/doi/full/10.1056/NEJMp1610059) 여러 분들과 같이 읽고 싶어서 구글번역의 힘을 입어 발번역해보았습니다. 브라질의 상황이 우리와 매우 유사하더라구요. 나쁜 경제상황. 의료자원의 부족으로 인한 환자와 가족들의 불만. 이로 인한 소송의 남발. 직무의 전도 (inversion of duties), 즉 국가가 해야 할 의무가 의료진에게 지워진 것. 개인의 이익과 집단의 이익의 충돌.

이 글에서 얘기하는 것은, 모두가 동등하게 치료받아야 한다는 평등 (Equality)의 개념과, 누구나 최선의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형평성 (Equity)이,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충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경제사정이 나빠지면서 공공병원에 대한 지출을 정부가 줄이면서 발생하는 상황들입니다. 호흡부전이 온 환자가 에크모 (삼성의 이건희회장이 받고 있다는 그 치료이죠..)를 달면 그 돈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많은 환자가 기회를 잃게 됩니다. 그러나 다수의 이익을 위해 고가의 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환자들은 희생되어도 좋은 것인가? 이런 갈등을 의사들은 매일같이 합니다. 이에 대해 모두가 인식을 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이야 우리나라에선 메로페넴같은 비싼 항생제도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에크모가 필요한 젊은 중환자에게는 동원가능한 치료자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큰 병원에서 말이죠 중환자실이 제대로 있는... 제대로 시설 인력이 갖춰지지 못한 곳도 많습니다...)  그러나 미래에는.... 과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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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동안 일어난 모든 일들 - 브라질 공공 병원 중환자실에서의 평등(equality) 과 형평성 (Equity)


Flávia R. Machado (상파울로 대학병원 마취통증중환자의학과)


"모든 형태의 불평등 중에서 보건의료에서의 불평등은 가장 충격적이고 가장 비인간적인 것입니다."

-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오전 7시에 또다른 하루가 시작됩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수술 후 중환자실에 받을 환자를 결정해야 하죠. 대장암이 있는 55 세의 할머니? 간 전이가있는 노인? 일을 해서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관절고정술을 받아야 하는 젊은 여성을 받아야 할까요? 암환자라는 이유로 중환자실 입실을 선택하거나 거부해야합니까? 나이, 또는 병에 걸리기 이전의 삶의 질에 근거해서 환자를 선택해야 할까요? 또는 환자의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야 할까요? 예를 들면, 키워야 할 네 명의 자녀가 있는 환자라면 우선해서 중환자실에 받아야 할까요? 이미 한 번 중환자실 입실을 거절해야 했던 환자를 다시 받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우리는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신과 같은 역할을 하기를 멈추고 무조건 먼저 요청받은 환자를 받는 식으로 해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 전 세계의 중환자의학전문의는 그러한 잔인한 선택에 직면합니다. 위의 경우와 같이, 어떤 환자가 수술을 받을지 결정하는 것만이 가장 끔찍한 일인 것은 아닙니다. 응급 입원은 훨씬 더 심합니다. 암 수술을 받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사망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환자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즉각적인 집중 치료가 시행되지 않는다면 사망하게 됩니다.


빈곤은 충격적이지만, 사회적 불평등은 훨씬 더 충격적입니다. 사회적 불평등은 중위소득국가의 대표적인 특징인데, 이런 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공공의료와 민영의료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시스템에서 치료받지 못한다면, 모든 이를 동일하게 치료하면서 평등을 옹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최근 브라질 연방 의회 (Federal Council of Medicine)에 따르면 공공의료만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인구 10만 명 당 9.9 개의 중환자실 병상이 주어지는 반면, 민간 의료 보험을 가진 사람들은 인구 10 만 명당 41.4 병상을 이용가능하다고 수용 보고되었습니다. 의료접근성에 있어서의 불균형은 가장 빈곤한 주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중환자의학전문의가 직면하는 문제는 중환자실 병상의 수에 제한되지 않습니다. 브라질의 의료 시스템은 정치적, 경제적 위기로 인해 심연으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있습니다. 2012 년 브라질은 세계에서 6 번째로 큰 국내 총생산 (GDP)을 기록했습니다. 현재는 9 위로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1 인당 GDP는 세계 80 위입니다 .또한 브라질은 인간 개발 지수 (HDI, 건강 수명과 생활 수준 등의 변수를 포함하는 조치)에서 75 위를 차지했습니다. 경제 위기로 실업이 증가하면서 민간 의료 시스템 역시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지난 18 개월 동안 180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민간의료보험 혜택을 잃었으며, 이미 붕괴 직전에 있던 공공의료 시스템의 부담이 커졌습니다.


이러한 위기는 대개 대학 병원을 기반으로하는 제 3 차 및 4 차 의료기관을 포함한 공립 병원에 대한 심각한 예산 삭감을 의미합니다. 중환자실 침상 및 인력 충원의 일반적인 부족 이외에도, 우리는 이제 약물, 실험실 테스트, 장비 및 일회용품 부족에 직면해 있습니다. 물질적인 부족만 문제인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공공의료시스템인 Unified Health System (SUS)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인 형평성 (Equity)은 자원의 제약으로 인해 심하게 손상되었습니다.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에 있는 가장 큰 대학 병원 중 하나인 이곳에서도 우리는 매일 이러한 현실에 직면합니다.


최근 나는 에크모 (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체외막산소화장치) 시술을 승인하도록 요청 받았습니다. 이는 우리 병원의 중환자실에서는 보통 쓰이지 않는 시술입니다. 환자는 32 세의 여성으로, 지역사회폐렴으로 인한 불응성 호흡 부전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녀를 에크모를 달아야 할까요? 임상적인 기준에 의하면 그녀는 에크모 적용대상입니다. 문헌에 의하면 이 시술로 인한 임상적 이득은 근거가 있습니다. 에크모는 그녀의 생명을 구할 수 있고, 브라질의 최고수준의 민간 병원이라면 어디라도 할 수 있었을 시술입니다. 그러나 우리 병원에 왔다는 이유로 그녀가 받지 못할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사회적 지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박탈당해야 합니까? 브라질의 공공 병원은 과연 에크모를 제공하여서는 안되는 것일까요?


그러나 에크모 시술에는 최소 6,000 달러가 들며, 이는 1,250번 투여할 수 있는 용량의 메로페넴 (일반적인 베타락탐계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장내세균에 효과가 있는 고가의 항생제 - 옮긴이 주)을 살 수 있는 돈입니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많은 이들의 기본적인 치료를 받을 수있는 권리와 한 환자의 생명권 중 둘 중의 하나를 저울질해서 선택해야 합니다. 윤리적 딜레마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집단의 필요보다 개인의 필요를 더 우선시해야 할까요?


평등이 우리를 인도하는 원칙이라면, 이 환자가 치료받을 권리는 다른 이들과 동일해야 합니다. 그러나 부유한 국가에서도 자원은 항상 제한적입니다. 왜 우리는 그녀에게 에크모 치료를 해야 할까요? 적절한 항생제 투여를 하지 못하는 것과 사망과의 관계가 덜 간접적이거나 덜 명백한 반면, 그녀의 죽음은 에크모를 달지 않는 결과로 즉시 그리고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까?  우리의 국가기술위원회 (CONITEC)는 2015 년에 에크모를  공공의료체계로 포함시키기를 거부하였는데,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비용 문제로 인한 결정이었습니다. CONITEC은 아마도 맞을 것입니다. 에크모는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있는 값비싼 치료법이며, 그 사용은 상급의료기관에서만 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야합니다.


만약 CONITEC이 에크모를 승인한다면, 그 사용은 그렇게 일부 병원에만 제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소송의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의료기술이나 약물이 공공의료에 도입된다면, 그 이용은 상급병원의 전문의료진의 판단 하에 결정되지 않습니다. 환자 또는 가족의 요구를 받는 재판관들이 결정하게 됩니다. 브라질 전역에서 사람들은 중환자실 병상이나 값비싼 치료법을 비롯한 더 나은 의료이용을 위해 법원을 찾고 있습니다

건강 보험과 관련된 소송은 도시 및 주 예산에 심각하고도 지속 불가능한 부담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의료의 측면에서는 공정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SUS의 형평성 원칙과 충돌 할 수 있습니다. 판사는 대개 법에 근거하여 결정합니다. 브라질 헌법에 따르면 건강권은 모든 시민에게 부여되며 이를 지키는 것은 국가의 의무입니다. 의료이용에 대한 판단을 소송을 통해 사법부에 맡기는 것은 보편적이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불평등을 확대하는 도구로 오용되어 왔습니다. 즉 법적인 측면에서는, 90 세의 알츠하이머 환자 가족이 소송에서 이길 경우, 젊은 아버지가 중환자실 침상이 없어 기다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의료 소송의 증가로 인해 의료이용에 있어서 임상적인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브라질의 일부 주에서는 중환자실병상이 부족한 나머지, 중환자실 입실을 둘러싼 소송이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중환자의학전문의들은 이용할 수 있는 중환자실 병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판사의 결정을 준수하지 않아 투옥될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이러한 소송들은 정부와 의료진의 의무의 전도를 초래하였습니다. 중환자실에 입실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병상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의사의 책임이 아니라 정부의 책임이어야합니다.


우리는 분명히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는 평등을 위해 노력하고, 모든 환자를 동일하게 치료하고 있습니까? 또는 형평성을 위해 각 환자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에크모로 인한 비용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중요한 보살핌을 제공 할 수 없다면, 과연 일부 환자를 위해서 에크모 치료를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해결책은 모든 사람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사용 가능한 자원을 늘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해결책은 빨리 달성 될 수 없습니다. 중환자 의료분야에서의 형평성 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을 제고하고 모든 이해 관계자가 요구 사항을 적절히 해결할 수있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 의료공급자, 행정부 및 사법부 대표 간의 대화를 촉진해야합니다.


나는 에크모에 관해 올바른 결정을 내렸을까요? 환자는 결국 에크모를 달았지만 24 시간 이내에 사망했습니다. 그것은 감정에 기반한 결정이었지만, 합리적인 결정이 아니었고, 결국은 잘못된 결정이었습니다. 우리는 의사로서 생명을 보호하도록 배워왔습니다. 그러나 관리자로서의 우리는 최대한 많은 생명을 보호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고려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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