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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Apr 05. 2024

짜파구리도 앵그리 나도 앵그리

4월 첫 당직입니다. 이젠 익숙해질 듯도 한데, 살떨리는 콜들이 오는군요. 혈색소가 갑자기 4가 떨어진 환자가 혈관이 안잡힌다나. 중심정맥관 잡아본 지 백만년 되었는데 어떡하지. 걱정하는 새 그래도 다행히 라인이 잡혔다고 연락이 와서 수혈을 하고 혹시 지금 출혈이 있는 병소를 찾아보기 위해 시티를 찍어보기로 합니다.


오늘의 당직메이트는 짜파구리입니다. 전자렌지에 데우기 전에 스프를 넣어버리는 우를 범하였으나 (면 먼저 데우고 스프를 넣었어야….) 대세에 지장은 없었습니다. 많이 맵진 않은데 어째 목넘김과 입가가 얼얼하군요. 캡사이신이 많이 들었나. 아무튼 앵그리한 짜파구리의 불타는 눈빛을 보니 새삼 갈 곳 잃은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왜 화가 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앵그리 앵그리 


대통령이 전공의대표와 대화를 했다고 하나 전공의대표는 '대한민국 의료에는 미래가 없다'는 말만 페이스북에 남기고 아무 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아무런 대책없는 의대증원추진으로 이 모든 파국을 만들고 수습도 못하면서 수수방관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가장 많이 화가 나지만, “행정부 수장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누우면 그만”이라는 전공의대표에게도 화가 납니다. 그나마도 대화에 나선 대표보다 더 버텨야 한다는 강경파 전공의들에게도 화가 납니다. 그들은 환자들에 대한 미안함, 책임감은 왜 표현할 줄을 모르나요? 이 사태를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나요? 그런 생각을 혹시 안하고 있는 건가요? 


실제 많은 전공의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내부에서는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정말 대표가 말했듯이 한국 의료에는 미래가 없는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문득 이런 당직이 은퇴할 때까지 반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공의들이 돌아와도 다는 안돌아올 것이고, 이제까지 당직을 안서도 되는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이점은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렇게 되면 저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 모르죠. 결국 개인의 생존과 안녕이 공익과 상충할 때의 선택 말입니다. 전공의들도 그런 선택을 한 거라면, 어쩔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앞이 안보입니다. 


응급실에서 올라온 환자가 소변이 안나온다고 하네요. 수액을 더 줘야할지 이뇨제를 두 배로 줘야할지 결정하기 위해 한번 환자를 보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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