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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coAzim Jul 16. 2017

손위생 - 무엇이 문제일까

감시와 처벌보다는 수가 적정화를 통해 노동강도를 낮추어야  




서울모네병원의 결핵 감염 사건을 두고 의료인들이 손을 안씻어서 문제라는 기사가 떴다. http://v.media.daum.net/v/20170716103858563?f=m&rcmd=rn

사실 결핵감염은 우리나라의 결핵 유병률이 워낙 높은 상황이고 공기전염이 되므로 손위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무튼 손위생수행률을 높이는 것이 감염관리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병원이 이를 '쉬쉬' 하고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접하면 각 병원의 감염관리실에서는 얼마나 맥이 빠질지. 

일단 보도된 의사직종에서의 60-70%는 물론 손위생이 어느 정도로 철저히 시행되었느냐의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국제통계에 비해서 그리 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WHO의 손위생가이드라인에는 교육, 홍보, 피드백 등의 각종 중재를 통해서 의료인들의 손위생 수행률 (hand hygiene adherence)이 얼마나 향상되는지를 보고한 논문들이 표로 요약되어 있다.  http://www.who.int/gpsc/5may/tools/who_guidelines-handhygiene_summary.pdf 그것을 보면 60-70%라는 수치가 그리 낮게보이지만은 않는다. (아래 그림) 


손위생수행률을 높이는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 골치를 앓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선진국의 의료기관들도 손위생 수행률을 높이려고 갖가지 수단을 다 쓰지만 성과가 시원치않아 고민중이다. 위의 표와 같이  포스터나 브로셔를 이용한 홍보, 강의, 교육, 감시, 구두경고를 비롯한 피드백 등 갖가지 방법들이 동원된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각 부서의 손위생 수행률을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수행률이 높으면 표창하며, 병동 곳곳에 손위생 순서를 자세히 안내한 포스터가 붙어있고, 손위생을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피부염에 대해서는 (손을 너무 자주 씻으면 피부염이 발생한다) 피부과 진료비와 연고도 무료지급하고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알려진 의사이자 작가인 아툴가완디는 전작 중 하나인 <닥터, 좋은의사를 말하다>에서 손위생 수행률을 높이기 위한 감염관리실 직원들의 노력과 좌절에 대해 그리고 있다.


 “병원에서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은 무지의 문제, 즉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노하우가 없어서가 아니다. 이는 실행의 문제다….. (중략) ...수술실에서 그렇게 조심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 병동에서는 가장 부주의한 사람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그들 중 한 사람이기 때문에 잘 안다…..실수는 한순간이다. 환자의 병실로 걸어가면서 수술에 관해 환자에게 어떤 말을 할까, 혹은 병실에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 있을 가족들을 생각하고, 그도저도 아니면 레지던트가 막 들려준 농담을 떠올리다가 어느새 손바닥에 소독용 겔을 짜는 것을 깜빡해버리고 만다. 손을 씻으라는 문구가 벽에 붙어있지만 무슨 소용인가. 가끔 기억은 하지만 미처 비누용기를 찾을 새도 없이 환자가 손을 내밀어 인사를 하는데 그 손을 나 몰라라 내치는 것도 뭐하다.” 

WHO에서 만든 손위생 포스터. 손을 씻어야 하는 5단계를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 병원의 병동마다 병실마다 붙어 있지만 손위생수행률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왠지 핑계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늘 정신을 차리고 긴장하며 손을 씻을 수 없다는, 인간의 집중력의 한계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을 처벌하고 감시하는 것보다는 다른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툴가완디는 이어서 한 경영관리자가 지역보건의료사업을 맡게 되면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한다. 


“그는 병원의 의료진과 만난 자리에서 “왜 손을 씻지 않습니까?”라고 묻는 거이 아니라 “왜 씻을 수 없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때 가장 많은 대답은 바로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경영관리자답게 의료진의 시간을 잡아먹는 것을 찾아 바로잡는 일에 착수했다. 가운과 장갑, 거즈와 테이프, 그 밖에 의료진이 필요로 하는 비품을 침대 곁에 비치해두는 적시공급시스템을 선보여, 의료진이 비품을 찾느라 병실 밖으로 왔다갔다 하는 수고를 덜어주었고, 병실마다 지정된 청진기를 벽에 걸어두도록 했다.  그는 감염확산의 요인과 청결유지의 어려움을 줄여나가는 방안으로 수십가지의 단순화 작업을 도모했다. ….. 병원감염 가운데 사망 원인 일순위인 메티실린 내성 확생포도상구균의 감염률이 한 달에 4-6명에서 1년에 90% 가까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한두 병동에 국한되는 정도로 그쳤고 그 관리자가 자리를 옮기면서 그나마도 프로젝트는 중단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만큼 손위생수행률을 높이고 감염률을 줄이는 것은 어렵다. 사실상 병동 역시 수술장 수준의 효과적인 동선과 장비를 갖추지 않는 이상은 어렵다 할 것이다. 결국 문제는 비용이다.  선진국에서도 이렇게 어려운 것이 손위생 문제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의료기관에서 손위생수행률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가장 큰 원인을 의료인의 노동강도라고 단언할 수 있다. 우리병원의 종양내과에는  200-250명의 입원환자가 있는데, 야간, 주말에는 이 환자들을  단 두명의 전공의가 담당한다. 이렇게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환자 한 명 볼때마다 꼬박꼬박 손소독 겔을 바르는 것이 가능할까?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주는 것이 손위생률을 올리는 첫걸음이 아닐까?  간호사들은 또 어떤가?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로 이직률이 높은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그 이직때문에 발생한 공백을 나머지가 때우면서 노동강도는 더욱 높아진다.  그나마도 간호사들의 손위생수행률은 의사보다는 높지만, 아직 충분하지는 못하다. 

손위생 포스터 중 하나 

 

사실 병원에서 환자 안전이나 감염관리 문제와 같은 사건이 터지면 정부가 내놓는 해답은 대부분 감시와 처벌이었다. 손위생 관련 신문기사에서도 그러한 정책을 주문하는 듯하다. 

2011년 장중첩환아 사망사건 당시에 정부는 각 진료과의 전문의 한명 이상이 응급실 당직을 서야 하고 그 명단을 게시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응급의료관리료를 지급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지정을 취소하는 처벌을 실시했다. 내가 당시 근무하던 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어서 결국 응급의료기관지정을 스스로 반납할 수밖에 없었고, 많은 작은 병원들은 그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어 응급실 문을 닫았다. http://news.joins.com/article/9158112

메르스 사태 이후에는 응급실 체류기간이 길어서 감염병 전파의 온상이 된다는 판단 하에 응급실 체류시간을 줄이라고 각 병원에 주문하고 있고, 권역응급의료기관에서는 응급실 체류시간 24시간이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장기체류환자 비율을 보건복지부에 보고하고 행정조치를 내릴 수 있게 하고 있다. http://www.medicalday.co.kr/default/index_view_page.php?part_idx=7&idx=34346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서도 이 지침에 따르기 위해 체류시간 제한을 하고 있다.  대부분 24시간 이내 입원이 안되므로 타 병원으로 전원조치를 하고 있는데, 그 결과 일어난 일들은 소견서를 잘 써서 보내도 대개 일관된 진료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들의 증상이 조절되지 않은 채로 다시 외래나 응급실을 방문한다는 것이다.  나만 해도 통증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탈수나 감염증상이 다시 재발하여 오는 경우를 비일비재하게 겪었다.  

사건이 일어나면 의료기관에 대한 비난 여론을 등에 업고 정부는 규제와 처벌 일색의 정책을 만들고 이는 또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상황. 이번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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