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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사막투어; 행복했던 별의 순간

무박 2일의 모하비 사막투어를 갔다온 후

by purple

쏟아지는 별을 보다


2022년 10월3일 - 4일

맨해튼 비치에서 돌아와 부랴부랴 사막투어를 갈 준비를 한다. 묵었던 한인게스트하우스 '푸른솔'의 하나의 자랑은 바로 이 사막투어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즐길 수 없을 것 같은 이색적인 경험에, 여행경비를 허리띠 조이고 신청했던 투어였다.


사막투어의 일정은 오로지 사장님이 정하셨었다. 별이 가장 잘 보일 수 있는 시간대와 날짜를 엄선해 날짜를 알려주신다. 그리고 사막투어의 여행경로 역시 각 투어마다 다르게 진행된다고 한다.

우리는 이번에 '조슈아 국립공원'으로 갔다. '조슈아'란 미국 서부지역에서만 또한 그 중에서도 특정 고도가 있는 곳에만 자라나는 선인장이다. 눈으로 보기에 나무같이 생겼지만, 안에는 나이테가 없는 그저 식물이라고 한다.


모하비 사막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LA에서 동쪽으로 직진하여 캘리포니아의 끝자락으로 가면 모하비 사막이 나온다. 미국의 사막은 꼭 모래사막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서부영화에서도 나온 황야 역시 '사막'이라고 불릴 것 같다. 그러한 차이들도 하나하나 재밌는 얘기를 가는 길에 해주신다. 인디언이 운영하는 마을을 지나면 이곳이 미국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미국의 역사에서 인디언은 계속 같이 언급되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죠슈아 국립공원은 그 중에서도 고도가 높은 지대 였다. 거의 1000m까지 올라가는 고도계와 내 먹먹한 귀가 그것을 입증해주었다. 가는 길 마저 눈에 담고 싶은 별들이 콕콕이 박혀있었다. 별을 많이 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설레며 어둠을 헤쳐갔다.



토마스 삼촌이(여기선 사장님을 삼촌이라고 부른다) 차를 한 부근에 멈춰 세우셨다. 우리는 눈을 감고 10초 후에 내리기로 했다. 별이 주는 감동에 부푼 마음을 애써 누르고 10을 세었다.

그리고 우리 눈 앞에 펼쳐진 풍경.

사진 by 토마스 삼촌
사진 by 토마스 삼촌


우리는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별을 본 순간 눈물이 나왔다. 첫 수많은 별들을 마주했을 때, 어느순간 눈물이 났다. 생각해보면 학생 때 자주 공부하던 도서관에서 잠시 나와 별을 보려고 벤치에 누웠던 적이 있다. 그때의 느낌이 떠올랐던 것 같다. 영화가 좋아서 그쪽으로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던 때였다. 그때는 참 순수하게 무엇이든 좋아했었던 것 같은 그 마음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 것 같다.

영화과 3년을 다니면서 또 직장으로 가게 될 상업영화 현장을 경험해보고 나서 조금씩 그 순수히 좋아했던 마음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런 지금 나의 모습과 그때의 모습이 중첩이 돼 더 슬프기도 하게 다가 왔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 수많은 별들이 지금의 나를 위로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별들이 안겨주는 밤하늘은 감동이었다.



맨눈으로 담는 그날 별의 생생함은, 동영상을 찍어도 다 담길 수 없지만 우리는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사막투어 517기로, 삼촌은 지금까지 517번을 여행객과 같이 돌아다니셨다. 그 경력에서 나오는 사진의 스킬이 예사롭지 않으셨다.


우선은 실루엣으로 별들과 찍은 사진.

그리고 차의 트렁크를 이용해 찍은 얼굴이 보이는 사진.

그리고 생생히 별만 담은 사진까지.


3명으로 비교적 적은 인원으로 간 우리는 맘에드는 사진이 나올 때 까지 삼촌이 계속 사진을 찍어주셨다. 사진에 쏟아주시는 정성과 잘 나온 사진들을 보면서 한 번 더 이 투어를 신청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는 신혼부부 언니오빠들과도 친해져서 서로의 사진도 잘 나올 수 있도록 얘기해 주었다. 같이 간 일행이 신혼부부라는 것도 낭만적이었기에 신혼여행으로 온 이 투어가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Our last Summer'을 첫곡으로 음익을 들으며 캠핑의자에 앉아 별들을 바라본 기억은 정말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이 됐다.



몽골여행도 별을 보러 가고 싶어서 계획을 했던 것이었는데, 이렇게 뜻하지 못하게 미국에서 많은 별을 볼 수 있다니 행복하고 감사한 경험이었다. 정말 '감사'의 의미를 느끼고 왔다.


같이 간 언니오빠와의 시간도, 별을 통한 혼자만의 시간도, 음악을 나누며 토마스 삼촌과의 시간도 모두 밤하늘의 고요 속에서 포개졌다.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 때, '꿈을 알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좋은 영향을 미치는, 영화를 다루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는 소원도 빌었다. 뿌연별, 선명한 별, 초신성(순간적으로 정말 밝게 빛나던게 인상깊다. 근처에서 연이어 몇번이나 터졌다) 모두 눈에 담고 다음코스로 출발했다.






토마스 삼촌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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