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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사막투어; 드넓은 황야

조슈아 국립공원에서의 황야와 돌산들

by purple

조슈야 황야로


2022년 10월 4일

캠핑장에서 식사를 마치고 벌써 다음 날 낮이 되었다. 별이 하이라이트로 끝날 줄 알았는데, 이번엔 조슈아 국립공원의 조슈아 황야를 향해 달려갔다.

삼촌은 많이 와 본 길인 듯 익숙하게 길을 달려나가셨다. 아무 차가 없는 로드는 마치 오프로드 처럼 덜컹거리며 속력을 냈다. 한 번도 사륜구동 자동차에 오프로드를 경험해 본적이 없었기에 이런 거친 질주가 새롭고 짜릿했다.


길 어디를 가도 마치 미국의 로드무비 같았다.




차를 세울 수 있는 그냥 길거리의 스팟에 서면, 보다 더 광활한 황야가 펼쳐진다.

조슈아 선인장만이 듬성듬성 공간을 채우는 곳에서 차의 그늘 속 의자에 앉아 있으면, 이 시공간을 마치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서부극에서나 봤던 그 광활함을 보게 된다.

뜨거운 햇살에도 개의치 않고 곳곳의 장소를 담아보려 한다. 앉아있을 시간도 아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곳에 내가 서 있는 것이 맞나?'싶은 질문이 떠오를 정도의 낯선 장소가 미국에 왔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조슈야 황야에서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별을 보고 캠핑을 할 땐, 엄마 생각이 많이 났었는데.

아빠는 항상 어느정도 사람들과 떨어진 고독을 즐기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개인 공간이 더 중요해져 가는 것 같다. 자연인이 되고 싶어 하셨던 아빠 대신에 딸이 와서 자연을 대신 누리고 간다.

아빠가 좋아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족 단톡방에도 사진을 남겨둔다.


실제로 사방이 더 광활하다.




만 년이 지난 돌산 위에서


같은 날

황야가 끝난 뒤에는 돌산을 올라가는 짧고 굵은 코스가 있었다. 국립공원 안에는 동글동글한 돌산들이 있다. 캠핑을 할 때도 언덕에 올라가 봐 보았었는데, 이번엔 히든밸리라는 곳으로 들어가 더 가까이서 그 돌들을 볼 수 있었다. 삼촌 말씀대로라면 이곳은 만 년도 더 된 돌들이었다. 산의 흙과 풀들이 다 깎여 나가고, 풍화작용이 많이 이는 지역 특성으로 돌들이 다 동글동글해졌다고 한다. 또한, 예전엔 이곳이 물에 잠겼던 곳이었다고도 한다.


맨질맨질한 돌들을 보고 있으면, 돌들이지만 흘러 내릴 것 같다. 이곳 사막투어를 오면서 느꼈던 것이 자연의 광활한 시간이었다. 사람은 한 100년을 살겠지만, 땅들은 몇 억년을 살았을 것이고, 눈에 보이는 산들도 몇 만년이 지나있다. 어제 본 별들은 광년이 더 넘게 센다.


별들은 손에 잡을 수 없는 하늘의 것이라고 하나, 이곳에서의 돌들은 직접 보고 느끼고 만져볼 수 있는 물질이었다. 이들이 나의 나이 보다 몇곱절이 넘는 세월을 먼저 보내고 본인의 눈 앞에 있다는 것이 새삼 쉽게 믿기지 않아 벅차오르는 감정이 있었다.

무생물이지만, 너무나 신비한 생물 같았다.



우리는 거기서 조금 더 들어가 삼촌이 찜 해둔 코스로 짧고 굵게 돌산 위를 올라갔다.

시간대비 흘리는 땀대비 정말 가성비가 좋은 경치 맛집이었다.


맨질해진 돌, 혹은 풍화에 모두 알멩이가 된 돌산들 곳곳이 한 눈에 들어 왔다. 완만하면서 높았던 올라갔던 돌은, 멋진 사진 스팟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곳에 앉아 언니오빠와 사진을 찍고, 나는 벌벌 떨면서도 점프를 깨끔짝 해보기도 했다. 겁을 내던 내게 삼촌이 '여기까지 와서 한번 해볼법 하다!'라는 응원을 해주셨고, 내려와선 '거기 서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대단했다!'라고 칭찬해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 눈에 보이는 아래의 장관을 눈에 담고, 우리는 조심조심히 맨질한 돌산을 내려 왔다.




사막투어는 아마 인생에서 기억될 투어가 되지 않을까 싶다. LA라는 곳에 처음으로 여행을 와서 온지 한 나흘 정도에 바로 일정을 떠났었다. 한 달동안 지낼 공간에서 어색하진 않을까 싶었던 사장님, 삼촌과도 마음을 나누며 의지할 수 있게 됐고, 같이간 신혼부부 언니오빠의 행복한 에너지에 동시에 함께하며 기분이 좋아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순간에 자연이 준 감동은 크게 잊지 않을 것이다.


어디를 찍어도 로드무비같았던 사막투어는, 왜 미국에 로드무비가 많은지 알게 해주었다. 광활한 자연경관 자체가 스펙타클이었다.


순수했던 별, 캠핑장에서 먹은 삼겹살과 양념삼겹살, 불, 조슈아 황야, 돌산 모두 사막 투어의 꽃들이었다. 그리고 잊지 못할 LA에서의 25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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