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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오늘의 하루

다시 혼자 그리고 다시 같이

by purple

다시 혼자 그리고 다시 같이


2022년 10월 11일


내가 LA에 온지 오늘로 11일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1주일 동안 많은 관광지를 다니고, LA의 유명한 것을 하고 왔다. 직접 하이킹을 갔다와 뿌듯하기도 하고, 혼자 하루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 알차게 보내고 온 하루도 있었다. 일행과 같이 먼 곳을 돌아다니면서 흔하게 하지 못할 계획도 갔다왔고, 3일 동안은 계속 동네의 카페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10일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 시간동안 푸른솔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언니와 오빠 그리고 친구들과 복작복작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시간을 공유했다.

그리고 오늘 여자 도미토리에 모든 사람들이 체크아웃을 했다.


게스트 하우스 특성상 새로운 사람을 계속 보고 다시 보내고 하는 일상의 반복이지만 한 곳에 머물면서 오고 또 가는 사람을 보고 있는 것은 생각보다 슬펐다. 지혜언니 현우오빠 은영언니 채린님 정민님 혜원님 석환님 준형님 등등,,, 시간을 나눴던 모두가 이제는 물리적으로 멀어진다는 생각을 하니 애틋해진다. 한국으로 돌아간 일행, LA다른 곳으로 간 사람, 미국의 다른 곳 여행을 위해 다시 떠난 사람 모두가 애틋하다.


나는 이곳 푸른솔 게스트 하우스에 남아있다.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어떤 생활을 할 것인지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본다.


혼자가 되기 위해 온 이 미국에서의 두 달의 생활. 혼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또 같이 지내는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는 것 같다.

이곳에 살면서 주변의 치안문제, 홈리스의 문제, 교통의 문제로 불평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서도 나는 잘 지내고 있다. 그들 역시 그렇다고 아예 모든 것이 안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한 달동안을 지낼 예정으로 지금까지도 기분이 좋았던 여행을 그들의 얘기로 기분이 망쳐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번은 말다툼 아닌 말다툼으로 다소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나의 가치관 혹은 삶의 태도에 맞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은 그들의 인생이니 받아들이고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몇번이고 들었고, 나는 그들이 긍정적으로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랐으나, 그것은 꽤나 오만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던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나는 오히려, 그들의 부정적인 생각에 '나까지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될까봐'가 두려웠다.

그러니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그들의 생각의 영향을 내 생각으로까지 미치지 않게 하는 것'.


어쩌면 스스로 불행해질 것이 두려워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내면엔 그들에게 동의하는 마음이 있어서 더 그런 얘기를 듣기 거북했던 것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본다.


LA는 거리가 동네의 부에 따라 환경이 달라진다. 어느지역은 어두운 느낌이라면, 어느지역은 밝은 느낌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나는 LA에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 미국여행을 사랑한다.




그렇게 살고 있다. 미국이라는 한국에서 먼 나라를 혼자 온 나는, 숱한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만나야 했다. 일주일동안이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때였다면, 이제 스스로의 생각을 알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동안 미국의 여행을 사랑했다가 요즘 우울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면서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하며(10/11이 돼서야 일기를 본격적으로 정리했다) 생각이 정돈되고 기분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는, 이것도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다.


윗윗 문단의 '나는 지금 내 미국여행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또 마음 속에 울림을 주었다. 귀로 들리고 있는 'City That Never Sleep' 속 Jaime Miller의 목소리와 피아노 소리가 생각을 도와 줄 듯 하다.


'주체성'으로 힌트가 보였다. 처음 다운타운에 혼자갔을 때 느낀 뿌듯함은 그 순간 뿐만 아니라, 전날 이것저것 찾아보았던 것들을 직접 가본다는 성취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페에서 보낸 시간들이 속상했던 것은 카페에서 무언가를 하다가, 시간에 쫓기듯 무언가를 보러갔었었다. 그러다 보니 계속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게 원하는 것을 보고 오지 못하거나 코스를 효율적으로 보내지 못했었다. 그것이 지나보니 재밌었던 순간과 속상했던 순간의 차이인 듯 하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마냥 속상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 때 역시 필수로 생각하는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을 것이고, 이런 의미와 효능감을 느끼기 위해 일기를 쓰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지양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시간이 가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모두가 나가고 혼자가 됐다. 이 때 무엇을 하며 남은 20일을 보내야 의미가 있을까. 정말 20일 밖에 남지 않았다.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 싶은 열망이 앞서지만 눈 앞에 무언가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지금 약속하고 갈까 한다. 미국여행의 자신의 이유만은 꼭 지키고 가기.

나는 지금 일기를 써보면서 나의 미국의 이유를 다시 한 번 더 알 수 있었다. 나는, 미국인의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그들은 어떤 거리를 걷고, 어떤 곳에서 일을 하며, 주거 생활은 어떤지 등등 이 먼 나라까지 온 이유는 오직 그들의 문화를 알고 싶기 때문이었다.


영어가 되는 미국 커뮤니티 속의 삶

그거면 됐다. 그러면 내가 라스베가스로 넘어가고 샌디에고를 넘어가고 이후에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후회가 없을 것 같다.


오늘 처음으로 PioPico 한인 브런치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영어 클래스를 갔다 왔다. 그리고 그분께서 한인타운 런닝동호회(동호회라는 표현이 친근하다. 하나의 커뮤니티를 나타내는 데 이보다 친근한 단어가 있을까)를 소개해 주었다. 아직 영어도 잘 못해서 겁이 난다. 그렇지만, 위의 따옴표처럼, 미국에 온 이유와 이후 돌이켜 봤을 때의 효용감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꾸준히 이곳에서 도전해야 하는 과제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방법을 정해보자.
우선 매주 월요일(10/17&24&31) 7시30분~ 윌셔/옥스포드 대로에서
매주 목요일(10/13&20&27) 7시 ~ 러브아워 펍에서

달리기 메이트를 만나는 커뮤니티 진행

매주 월요일(10/17&24&31) 5시~7시 피오피코 도서관 대화 연습
매주 화요일(10/11&18&25) 4시~6시 피오피코 도서관 대화 연습
매주 수요일(10/12&19&26) 5시30분~7시 영어 클래스

목요일/금요일/토요일/일요일 : 관광으로 갔다올 것 채워서 갔다온다.

줌 수업:
12일 수- 12:30/ 4:00/ 6:00/
13일 목- 2:20/
14일 금- 11:00/ 1:00/ 3:15/
15일 토- 1:15

이번주는 줌수업과 도서관 수업을 All출석한다.
또한, 노트북으로 수업을 들어야 집중도가 올라간다.
중요한 것은 아웃풋이 아니라, 인풋이다. 이 다른 활동이 없는 시간동안은 계속 인풋을 넣는다.
How? -> 300단어 영어회화 하루 6단원씩(각 4페이지, 총 24페이지) 해서 이번주에 1회독을 마친다. -> 66일 영어회화 다 읽는 것부터 시작한다. 뒤에서 부터 읽는다. -> 영단어 스키밍을 20일동안 반복 진행한다. -> 500문장을 모두 써서(하루에 50문장씩 10일) 읊조리며 한글 번역과 암기한다.

이렇게 해서 2주 정도가 지났을 때 영어가 안 늘어 있으면 말이 안된다. 1. 300단어회화/ 2. 66영어책 다읽기/ 3. 영단어 66과 병행하되, 스키밍 시작/ 4. 틈틈이 10문장씩이라도 쓰면서 영어 문장에 대한 감을 잃지 않는다.

끊임없는 미국 커뮤니티로의 노크를 통해서 외국인 친구를 만나고, 서양인에 익숙해지고, 어울리는 것을 망설이지 말자. 그러면서 영어로 말하는 것도 망설이지 말자.
+ 추가로 중요한 것이 있다. 나는 미국에서 하지 못했던 경험을 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관광명소를 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주는 일정이 빡빡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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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수요일 내일 오전에 할 수 있는 것 없을까. 비버리 힐스 가면 된다. 거기서 카페에서 줌들으면 됨. 그로브몰과 파머스 마켓도 거기서 갈 수 있다. 나는 멜로즈 거리에서 봐둔 옷을 하나 사는 것이 목표다. 7시에 출발하면 9시에는 그곳에 도착할 수 있고 3시간은 우선 둘러 볼 수 있다!

1)비벌리 힐스 로데오 거리&공공도서관 : 1차 수업// 2)로스엔젤레스 뮤지엄(약30분) : 2차 수업까지 텀// 3)그로브몰(9시마감)과 파머스 마켓(8시마감) 카메라전문점(6시마감) // 비벌리 힐스에 너무 볼 것이 많으면 거기에만 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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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삼촌과 약속이 길어질 것 같다면, 그리피스 가고 싶다고 얘기드려보면 좋을 듯하다. 일찍오면 러닝 동호회 나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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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과 금요일 아침에 아메리칸프렌치영화제 보고 와야 한다! 오전9시에 시작하는 거 모두 무료 스크리닝이다. 금요일은 늦게까지 이 영화제를 즐기고 오겠다. (7시 출발_가는데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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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이후에(목요일은 폴 삼촌과의 약속이 있다)(그러면서 또 2시간 정도를 수업하면, 오늘 게티처럼 오히려 간 관광명소를 못 즐기고 올까 걱정된다) 산타모니카 가자!! 베니스까지! 일찍가서 시작하면, 중간에 줌하나 있다고 해도 못즐기고 오는거 아니다. 모래 바닥에서 하지 뭐. 아니면 거기 카페도 없을까. (7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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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드디어 UCLA를 간다. (똑같이 7시 출발)학교를 먼저보고, 게티를 보고 가겠다.
+일요일에 멜로즈에서 벼룩시장도 한다. 9-5(다음주로 하는 것도 괜찮을 듯)



어쩌면, 한다면 할 수 있다. 오늘 막스와 대화를 하면서 나의 무족함을 알게 되고 한인런닝동호회를 접하게 됐다. 밤에 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 조금 무섭기도 하지만, 그래도 안 해보고 피하지는 않으려 한다.


아무도 없는 근 14명이 수용한 방에서 우둑하니 혼자있다. 아마 이 자리를 한 동안 터줏대감으로 지키고 있겠지. 벌써 10월의 10일이 지난 10월 11일, 영어를 잘하는 사람으로 LA를 떠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일기를 마무리 한다.


오늘 게티에 갔다온 것은 너무 무소용이었다는 생각에 적지 않기려 했지만, 아쉬우니 또 남길 것 같긴한다. 그렇지만 위에 적은 것과 같이 하나하나 오래보는 나에겐 매우 힘든 짧은 시간이었다는 점을 되세기게 된다.


11월 1일, 라스베가스로 떠나는 날, 달라져있을 나의 영어를 대하는 모습에서 기대가 된다. 발음 억양 단어 문장만들기, 그 어느하나 자신없어 움츠러들지 않을 미래의 나를 칭찬한다. 수고했다고!



큰 방에 나 혼자 있다 보면 순간 외로움이 크게 파도쳐 올 때가 있다. 그 파도를 거부하려 하지 않고, 수영하는 법을 익혀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것 역시도 미국에 와서 느끼고 경험하고 싶었던 감정이었다. 오로지 혼자의 느낌은 오히려 스스로에게 앞으로 인생은 혼자 책임져 가야하는 자신의 길이라는 것을 더욱 느끼게 해준다. 그러니 그 장점을 고독이라는 좁은문을 거쳐 가져가는 것이기에 받아들이도록하자. 그리고 더 햇빛받으면서 하루를 소중하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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