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돈냥이 Sep 23. 2022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제대로 쉬기

즐기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좀 좋아져 보려다 역풍 맞았다


아침에 눈을 뜨니 온 몸이 부서질 듯 아팠다. 요 근래 몸이 계속 찌뿌둥했지만 체중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겪는다는 몸살이겠거니 무시했는데 제대로 터져버렸다. 꼼짝달싹 할 수 없어 결국 하루 푹 쉬기로 했다. 예상하려면 예상할 수 있지만 대비하기는 어려워서 이렇게 무너지는 날에 당황스러운 건 매번 똑같다. 몸상태가 전날보다 확 나빠졌다는 느낌이지만, 사실 꾸준히 신호는 받고 있었고 다만 그동안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었을 뿐이다. 그 작은 신호를 무시하지 말아야 하는데 매일의 피로를 제때 풀어주기가 참 어렵다.


게다가 피로는 쉽게 쌓이고 쉬는 것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저에너지 인간이라 더더욱 그렇다. 잠을 푹, 많이 자거나 피로회복제나 건강기능식품을 먹어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행히 이번에는 원인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비염 증세가 악화되었는데 느릅나무 껍질을 달여 먹으면 효과가 있다 그래서 정량대로 달여서 5일 정도 복용을 했었다. 몸이 점점 무거워졌지만 설마 물 대신 마실 수 있다는 차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약재는 약재였다. 생강과 대추를 달인 물을 먹고도 손발이 극도로 차가워질 만큼 약재에 예민한 몸인데 한약 먹고 영양제 좀 먹더니 자신감이 붙었었나 보다.


결국 하루 온종일 잠을 자면서 피로를 풀어야 했고 느릅나무 달인 물을 끊고 생수를 마셨다.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부서질 것 같은 온몸 쑤심은 조금 사라졌다. 몸에 좋은 차를 꾸준히 달여마시는 새벽시간을 가끔 꿈꾸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것과 별개로 마실 수 있는 차를 못 찾은 것도 이유가 된다. 저녁 시간에나마 예쁜 유리 티포트에 차를 홀짝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로망이 있지만 저에너지 인간의 몸을 아프지 않게 하는 차라는 게 과연 존재는 할까 의구심이 든다.




제대로 쉴 줄 모르는 사람의 특징


마시던 차가 문제란 걸 알았으니 복용을 중단하면 그만이고, 약효로 인한 부대낌은 하루 종일 자는 것으로 해결했다. 못해도 15시간은 잔 듯하다. 그리고 일어나 있는 시간은 대부분 멍하니 창 밖을 보거나 가볍게 몸을 움직이면서 보냈다. 쉴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못하는 게 이것인 것 같다.


쉬는 시간이 생기면 뭐라도 하려고 고민을 하고 계획을 세우기 바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라는 것에 죄의식까지 느끼면서 취미든 휴식이든 "무엇을 했다"라는 것으로 채우려고 한다. 기력이 좀 있다면 무언가를 만들거나 배우거나 활동을 하고 기력이 없으면 누워서라도 무언가를 "본다". 퇴근 후 아무것도 할 기력이 없다면서도 잠들기 전까지 폰으로 동영상을 "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숨 쉬면서 누워있거나 현재에 정신을 가만히 두는 등의 명상에 가까운 상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 이면에, 빈 시간에 대한 죄책감이 은은하게 깔려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대한 무료함에 남들은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더해져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쉬는 날인데 뭐했어?라는 질문에 그냥 집에 있었다는 것은 답이 되지 않는 사회다.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캠핑을 각거나 맛집에 갔다는 등, 쉬는 것인데도 어떤 식으로든 설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정상적인 대답"이 된다. 휴식도 인스타에 전시가 되는 세상, 쉬더라도 결과를 남겨야 하고 취미도 자신을 발전시키는 무언가 여야 하는 세상에서 계속 달리면서도 어떤 뜀박질은 일이고 어떤 뜀박질은 쉼이라고 명명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쉬는 방식은 다르다. 하지만 정말 자신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휴식을 취했는지, 남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참고해서 따라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주말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졸리면 자고 가만히 누운 상태에서 멍하니 천장만 보면 하루를 보낸 결과 몸이 한결 개운해졌다면 몸과 정신이 필요로 하는 휴식을 잘 취한 것이다. 반면 이대로 시간을 보내기는 아까워 목적 없이 무언가를 하고 사진을 남기고 전시를 하고 휴일이 벌써 지나가 버렸음에 아쉬워하며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 평소와 다름없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려야 한다면 그것은 휴식을 취한 것이 아니다.

 


저에너지 인간의 휴식법


자신에게 필요한 휴식이 어떤 것인지에 찾아야 한다. 어떤 때에는 단순 작업에 몰두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어떤 때에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그 향기를 만끽하는 시간 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잠이 아닌, 그저 눈을 감고 가만히 명상에 잠기는 시간이 진정한 휴식이 되기도 할 것이다. 무언가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신체적으로 건 정신적으로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다고 해도 동영상을 본다는 행위에도 분명 에너지가 쓰인다. 에너지 효율이 좋지 않은 기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체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온전한 휴식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음식을 소화하는데 힘을 적게 쓸 수 있도록 소화가 편한 음식을 섭취하고 할 일을 멈추고 되도록이면 생각도 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물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필요하면 누워도 되고 가볍게 걷는 것도 좋다.


갑작스러운 체력 저하나 통증으로 휴식을 취할 때,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쉽다. 남들은 이 정도 가지도 이렇게까지 아프거나 쓰러지지 않는데 남들보다 자주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 시간이 필요하고, 흔하디 흔한 건강식품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것에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오히려 기운을 빼앗기만 할 뿐 회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좋아질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굳이 할 필요도 없다. 어떤 생각을 하는 것 자체로도 사실 힘이 든다. 그저 회복에만 집중하고 열심히 쉬어 줄 뿐이어야 한다.


최선을 다해 휴식을 취하자. 피로 해소와 휴식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고 온전히 쉴 수 있도록 명상을 하고 정신을 현재에 두어야 한다. 하루 쉰다고 뒤처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이 뒤처질 것이다. 내가 갈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가기 위해 필요할 때는 무시하지 말고 제발 제대로 쉬도록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나름의 속도로 꾸준히 나아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