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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성향에 대하여

회피형 인간이란

by 돈냥이

무언가를 배우러 간 학원이나 돈을 벌기 위해 간 회사에서 사람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지 않는다며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잔소리를 듣는 등의 일들이 자꾸 벌어졌다. 누군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 것과 내가 먼저 말을 걸지 않는 것 모두 내 탓을 하는 분위기에는 이미 익숙해져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학생 때와 다른 점은 그것이 내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준다는 것이었다.


사람들과 대면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혼자서 일하는 것이 좋은 사람들은 프리랜서로 일하면 좋다고 해서 알아보았다. 하지만 일을 받거나, 거래처를 만들고, 수금을 하는 등, 회사에서 여러 사람이 나누어서 하던 업무를 혼자 다 해야하는 과정에서 모든 관계자들을 대면해야 하는 프리랜서는 내가 원하는 "혼자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변화가 거의 없는 일을 혼자 하면서 최소한의 사람만 부딪히고 싶어하는 내 성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가 없었다.



왜 나는 이렇게까지 "혼자"를 갈망하는 걸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낯선 사람과 대화도 잘 하고, 트러블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무던하게 대처를 잘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런 상황을 여전히 피하고 싶은 본심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외향인이건 내향인이건 사람과의 관계는 어렵고 가끔은 힘들기도 한 것이지만 대인기피증이 의심될만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왜 그런 걸까?


이 기분 그대로 제목인 책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철학을 공부하다가 중퇴 후 의과대를 졸업하고 정신과 이사가 된 저자 오카다 다카시는, 내향성 인간과는 구분되는 "회피형 인간"에 대해 설명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쉬이 피로를 느끼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다시 세상에 나갈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내향인과 다르게, 회피형 인간은 본질적으로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것을 어려워해 신뢰관계를 쌓기 어려워, 타인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거나 표면적으로는 살갑게 대하지만 진심은 보이지 않는 등 벽을 두기 때문에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즉, 내향형 인간이 자신의 성 안에 주로 머물지만 가끔 성문을 열고 바깥 나들이도 하는 유형이라고 한다면, 회피형 인간은 성 벽 안에서 외부 상황을 살피며, 작은 소리에도 방어를 공고히하며 벽을 두껍게 쌓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이 책에서는 회피형 인간을 크게 8가지로 구분하여 어떤 유형의 회피형이 있는지 알려준다.


회피성 인격 장애 - 책임감이나 구속, 증 상처가 두려운 인간

의존성 인격 장애 - 타인의 반응에 민감한 소심한 인간

강박성 인격 장애 - 지나치게 책임감이 강한 노력가

자기애성 인격 장애 - 자기밖에 사랑하지 않는 유아독존형 인간

반사회적 인격 장액 - 냉정하게 타인을 착취하는 냉혈한 인간

분열성 인격 장애 - 함께 있는 게 즐겁지 않은 고독형 인간

망상성 인격 장애 - 친한 사람도 믿지 못하는 감시형 인간

경계성 인격 장애 - 양극단을 오가며 자신을 혐오하는 자학형 인간



각 유형별로 조금씩 공감되는 부분이 있지만 나를 크게 불편하게 하는 성향을 중심으로 보면 회피성과 의존성이 주로 나타났다.


책에 따르면, 회피형 인간은 대부분 어렸을 적 최초의 인간관계인 부모와의 관계에서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충분한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것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한다. 어떠한 부모든 시간이나 체력적으로 부모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기술적으로는 미숙하더라도 부모가 자신에게 마음을 주고 최선을 다하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면, 함께 보내는 시간이나 제공하는 물질의 양 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애정을 바탕으로 사람과 감정을 주고받음에 익숙해지고 믿음을 쌓는 방법을 익힐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부모도 사람이기에 마음을 온전히 자식에게 쏟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형제들 사이에 애정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머리로 알고, 나이가 들면서 부모의 입장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지만, 그 때 받았어야 하는 애정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그 때 쌓아야했을 기초적인 신뢰성을 가지지 못 했다면, 성장한 뒤 의식적으로 사람들과 부딪히며 경험을 쌓고 신뢰감을 키워가야 한다. 계속 고립 된 채로 살아갈 자신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주변인과의 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회피성 인간과 아닌 사람의 "적절한 관계"에 대한 개념이 상이하기 때문에, 회피성 인간이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부족해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은 열심히 하지만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하고,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평을 자주 듣는 것이 회피성 인간의 특징이라고 하는데, 나의 직장 생활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일은 잘하는데 성격은 좀...




개인 사생활을 묻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해 상대방이 스스로 얘기하지 않으면 물어보지 않았더니 어느샌가 대화에 낄 수 없게 되었고, 적절히 거절하고 적당히 수긍해왔다 생각했는데 고분고분하지 않다라는 말을 수시로 들어야 했다. 정신 차려보니 혼자가 되어 있었다라는 말은 나의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한 문장이었다.


일은 잘하고 큰 실수를 하지는 않지만 같이 일하기는 힘든 타입이라는 것이 매번 회사 생활에서 지적 당하는 점이었다. 그렇다보니 억지로 외향인인 척 잡담을 늘리고 부당하다 생각해도 무리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니, 이제는 스스로 그 부담을 못 견뎌 회사를 나오게 되는 상황이 생기게 되었다. 세상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혼자 오롯이 서기도 어려운 성향의 인간이 바로 회피형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며 내 회피성 성향은 점점 더 강해져 갔던 것이라 생각된다.

문제에 직면하려고 했지만 나를 갉아먹는 꼴이 되어 버렸고, 차라리 그 문제를 무시해버리면 적어도 지금 눈 앞의 생계를 위협 당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이런 성향을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다.


나도 남들이 보이는대로 적당히 친하게 지내고, 적당히 수긍하면서, 적당히 그렇게 살아가고 싶었다. 눈에 띄지 않으면서 내가 나로서 살아가려며 내 성향을 바꿀 필요가 분명히 있었다

타고난 성격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성향이라면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나의 모습의 복합적인 모습이니 살짝 방향을 트는 것 정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미 지나버린 린시절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앞으로 어떤 태도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지금부터 시작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부터 어떤 태도로 살아야 회피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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