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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ida Lee 이레이다 Dec 06. 2020

재밌게 살았고, 앞으로도 재밌게 살자.

절대 사소하지 않은 오늘의 이야기

라식을 하기 전에 쓰던 2번 압축한 안경알 가엔 기름때와 먼지가 뭉쳐져 안경 닦기용 천으로도 잘 닦이지 않았다. 가까이 선명하게 멀리 길게 보기 위해 쓰던 안경과의 굿바이.

라식 수술 당일. 다시는 끼지 않을 안경을 만지작 거리며, 감사인사를 남겼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고 일어나 천장을 보면 천장 등이 보였고, 윗몸을 일으키고 앉아 몸을 반 아래를 보면 이불의 패턴이 보였다. 자고 일어나 제일 먼저 안경을 찾았었는데, 머리맡엔 안경 대신 안경을 찾는 버릇만 한동안 남았다.


어제 하루의 업무와 창작 작업 관련 이메일 확인, 책의 주문을 확인하는 일은 모닝커피보다 효과적으로 나를 깨웠다.

부스스한 머리를 넘기며 방을 나와 커피 한 잔을 내리고 컴퓨터를 켰다. 정오가 되기 전까진 출판사 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나면 창작 활동을 하는 주중의 패턴이 시작되었다. 머리가 아프면 그림이 암울해지니 잠시 붓을 내려놓았는데. 그거 벌써 1년이 되어 갔구나.

이제는 감정의 중심을 잡았으니 붓을 내려놓은 적이 없는 듯 손을 움직이고 선을 그었다. 오후의 작업은 나의 에너지를 돌게 하고 오늘은 쉴 틈 없이 흘러갔다.


평일 일과는 배우자의 출근과 퇴근을 기준으로 전기장판 출판사의 업무 시작과 끝이 맞춰졌다. 물론 작가 모드는 24시간 돌아가지만... ㅎ

일이 재밌고, 삶의 에너지를 채워주니 출판사 일이 길어져 야근을 하게 되는 날에도 항상 즐거움이 있었다. 단지 거슬리는 것이 있다면 어깨가 많이 뭉치거나 눈이 충혈되는 것  따위겠지.

어느 날 오전엔 출판 관련 카페에 들어가 새내기 질문 코너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답변을 달아놓고, 출판사 사장님들의 넋두리 게시판에서 같이 웃기도 인상을 쓰기도 하며, 일하는 중간에 쉼을 더하면 하루는 정말 짧았다.


요새는 크게 웃을 일은 없지만, 조용히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책 관련 행사가 줄줄이 연기되었다. 취소되는 것보다 나았고, 비대면 행사로 바뀌면서 컴퓨터 활용능력이 올라갔다. 커피를 연달아 5~7 샷을 마시고 벙벙한 심장 소리와 날카로운 신경으로 스스로를 채찍 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스스로에게 표창장을 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든 하면서 배우고 잘못된 걸 발견하면 고치는 습관은 그 당시엔 정지된, 앞으로 나아가길 잊어버린 고장 난 기계 같았지만...


그 시간은 코드를 배우고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배웠다.


올해는 참으로 갑갑했고, 축복이었으며, 찬란했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진 변화무쌍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결론적으론 재밌던 한 해로써 기억되겠지?


나는 오늘 남들보다 빠른 한 해 마무리를 해본다.

2019년 12월 7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끝냈다.  다음 주 월요일 2020년 12월 7일 월요일이면...!


딱 1년이 된다. < 까미노 여행 스케치 > 책이 네이버 베스트셀러로 선정도 되보고, 교보문고에서 주목할 만한 책으로 뽑혀서 카우리테이블에 놓이기도 했다. 작가로서 다른 작가님들과 미팅도 가져봤고, 출판사 사장으로 미팅도 많이도 했다. 내년은 어떨 것이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이제는 속 깊이 담아두었던 고인 눈물을 말려내고 마른 눈물샘의 흔적을 그려보면서 삶의 재미를 그려내 보는 그림작가가 되고 싶다. 글도 계속해서 쓰고 지우고 퇴고의 과정을 거치면서 어제보다 나아진 작가가 되길.


스스로에게 아낌없이 커피와 티를 선물하는 내년이 되기를:)

수고 많았다!


2021년 이레이다의 삶이여...!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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