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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고양 Feb 15. 2022

그저, 미술품이 좋아서

미술품 컬렉팅을 시작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나와 여동생은 미술품을 무척 좋아하는 자매였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집에 미술품을 소장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새 학기 초에 미술과목 교과서를 받아 오면 설레는 마음으로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를 페이지를 끝까지 넘겨 확인해보기도 했다. 학년이 끝나면 좋아하는 미술품은 가위로 오려서 책상 앞에 붙여놓기도 했다. 내 기억에 남아있는 미술품은 자코메티의 작품이었다.


어릴적에 집에 두꺼운 미술 관련 책들도 많이 있었다. 아빠가 미술을 좋아하셨는지 월간미술도 정기구독을 신청하셨었다. 그래서 나랑 동생은 다양한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서 미술에 대한 사랑을 키울 수 있었다. 우리 둘은 종종 제일 좋아하는 화가가 누군지를 이야기하곤 했는데 아주 긴 시간동안 우리 마음속에 1등은 모네였다.


긴 세월이 지나, 나와 동생 모두 어찌저찌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하게 되었다. 어쩜 당연했을 수도 있는데, 우리는 한 가지 취미에 입문을 하게 되었다.


바로 미술품 컬렉팅.


자라면서는 음식 취향도, 옷 취향도 다른 자매였다. MBTI도 거의 반대에 가까워서 많이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참 잘도 쿵짝이 맞았다. 그전에는 뜸했던 카톡도 미술품 투자를 시작하면서는 매일 시시때때로 하게 되었다.


함께 컬렉팅을 시작하면서 KIAF에서 똑같이 김우진 작가님의 평면 작품을 컬렉팅했다. 집에 와서 아이방에 걸어 두니 방 분위기가 화사해졌다. 평소 좋아했던 강지혜 작가님의 디너파티도 같이 컬렉팅했다. 심지어는 갤러리에서 남재현 작가님의 귀여운 달 그림까지도 쌍으로 사는 바람에 제부가 우리집에 와서 어떻게 본인 집에 있는 그림들이 여기 다 있냐며 놀라워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렇게 우리 예산에서 가능한 작품들을 함께 보면서 하나 하나 컬렉션에 추가를 해나갔다.


갤러리에서 찾아온 작품을 보여주니 부수려고 기어가는 아들놈..


물론 미술품 절대로 쉽게   있을 정도의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식비나 의복비  다른 부분에서는 절약을 많이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림값은 흔쾌히 지불할  있었던  같다.


사실 그리고 금융권에서 10 가량 근무를  덕에  돌아가는 흐름이 눈에  보이는 편이다.  덕에 재테크를 어느정도  해둬서 주거 걱정을  것이 미술품 투자에 입문할  있게 도와주었다.


사실, 그 무엇보다도 지친 몸과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에 그림이 걸려있는 것이 내 삶에 큰 힐링이 되었기 때문에 선뜻 그림을 사서 집에 올 수 있었다.


그림을 수집하면서,
지루했던 흑백영화같던 삶이
미술의 색채감으로
덧입혀졌다


미술품을 수집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육아, 회사일로 단조롭던 일상에 색채가 입혀지듯이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는 점이다. 일단 매일 컬렉팅한 작품을 집에서 감상할  있다는 이 무엇보다  행복이다. 물론 미술관에 가도 그림을 감상할  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빌려서 책을 읽는 것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을 소장하는 기쁨이 분명히 다른 것처럼 미술작품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을 내가 집에서 두고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소유욕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좋은 작품을 컬렉팅하고 싶다는 욕심에 공부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냥 허투루 보내던 여가시간이 바빠지고 다채로워졌다. 미술 관련 도서를 사서 미술 공부를 하고, 다양한 카페에도 가입해서 작가와 작품들을 공부했다. 그리고 월간미술은 물론 미국 잡지인 Art in America 정기구독하면서 최근의 미술 트렌드를 부지런히 익혔다.



남은 생은 월급쟁이 컬렉터로 정했다!


미술품을 토대로 생각치 못한 장소에 많이 가보기 시작했다. 좋은 구두를 신으면 좋은 곳에 데려다준다고 하더니만 나는 미술품을 수집하게 되면서 새로운 장소에 많이 방문해보게 되었다.


좋은 미술품이 많이 소장되어 있다는 이야기에 파라다이스시티 인천에 숙박하기도 했다. 이전에도 물론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미술에 까막눈이었던 지라 쿠사마 야요이 말고는 하나도 몰랐는데, 이번에 방문을 해보니 박서보 화백의 묘법부터 시작해서 이강소 화백의 Serenity 있어서 눈호강을 제대로 하고 왔다.



아기와 함께 본 쿠사마 야요이 :)


그리고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정회원으로 가입해서 옥션 프리뷰에도 방문해보았다. 이우환 화백, 쿠사마야요이 같이 유명한 작품부터 김선우 작가님, 우국원 작가님 같은 MZ세대가 많이 좋아하는 작품들도 만나볼  있었다. 나중에 언젠가 정말 맘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입찰해서 집에 소장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김선우 작가님은 크게 감동을 받은 나머지 나중에 가나아트센터까지 찾아가서 개인전도 관람했다.



미술품 컬렉팅이라는 취미는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티켓이 된 것이다.


미술품 컬렉팅을 시작한 사람들은 모두 말한다. 예술품을 보는 것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욕구가 있고, 꼭 내 집에 소장을 하고싶은 작품들이 있다고. 이 말이 정말 맞는게, 정말 딱 보는 순간 우리 집에 걸어두고 매일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분명 있다. 그리고 그 작품을 보면서 냉장고에서 와인을 한 잔 꺼내서 마시면 이곳이 천국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우리집에 걸려있는 남재현 작가님의 달그림, 잠옷입고도 언제든 볼수있지요~


물론 나같은 비교적 젊은 월급쟁이 컬렉터는 예산의 제약으로 소장을 하고 싶은 작품 모두를 소장할 수는 없다. 나도 내 동생도 꼭 갖고싶은 작품에 이우환 화백의 작품들을 첫손꼽지만, 내가 아직(?) 그정도 급의 컬렉터가 되지는 못했다. 그럼 월급쟁이 컬렉터들은 어떻게 컬렉팅을 해나가면 좋을까?


월급쟁이 컬렉터를 위한 
현실적인 조언


일단 현실적으로는 우리와 나이대가 비슷한 신인에서 중견사이 급 작가들 중에서 개인전, 단체전 이력이 다수 있고 앞으로도 쭉 작품활동을 활발하게 이어나갈 작가들의 작품을 1년에 1점 정도 컬렉팅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일단 가격대가 그래도 한달 월급정도 수준이면 충분히 접근할 수 있기도 하고, 같은 세대에서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솔직히 박수근 화백 그림은 경매에만 나오면 우리나라 최고가를 항상 경신하지만, 나는 그 세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크게 공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절필하지 않을 작가님을 고르는게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는 과거에 전시회를 얼마나 자주 참여하셨는지를 이력을 검색해서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요새 유행하는 NFT 미술품,
투자를 시작해보았다.


다음 편에서 다룰 내용이지만, 이렇게 야금야금 집안의 재산을 미술품으로 탕진잼중이던 우리 자매는 이제 디지털세계에서까지 미술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근데 왜 NFT는 뭘 살지 정하기도, 파는곳을 찾기도 어려운건지. 내 지갑 다 줄테니 사겠다는데, 이것저것 해야할 것이 많아 입문하는데 한참이 걸렸다.



후들후들,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더듬더듬 힘들게 얻은 NFT 지식들을 쉽게 풀어보려 하니, STAY T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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