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포토레지스트 장비 독점기업 ASML
나의 재테크 역사를 영화로 제작한다면 아마 모든 사람들이 보면서 무릎을 칠 만한 장면이 있다. 바로 반도체 장비 독점기업인 ASML 주식을 안 샀다는 거다. 아마 나중에 내 2살 아들도 나에게 "엄마, 그때 ASML 주식을 사서 나한테 물려줬어야지~!"라고 나를 원망할지도 모른다.
사실 상장된 기업 10년 그래프를 보면 "아휴~~ 10년전에 살껄"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기업들이 많긴 하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ASML이 더욱 아까운 이유는 내가 정말 반도체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ASML에 대해서 듣게 되었기 때문에 그 정보가 매우 신빙성이 있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ASML은 기술적 해자를 가진 독점기업이라는 점..
업계 꿀정보를 들었으면 MTS를 켰어야지
2017년, 한 반도체 장비회사에 출장을 나간 적이 있다. 출장의 이유는 반도체 장비 업황이나 해당 회사의 주요 제품 등을 조사하러 간 것이었다. 지방공장으로 출장을 가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 채비를 하고, 힘들게 공단지역에 도착했다.
출장을 가니 그 회사의 부장님과 실무자 한 명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나와주셨다. 그 회사의 주요 제품이나 업황에 대한 이야기를 쭉 듣고, 마지막에는 그냥 반도체 업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까지 넘어가게 되었다. 그 장비회사는 포토레지스트 쪽이 아니었지만 반도체 공정 전반에 대한 이야기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포토레지스트 장비는 전 세계에서 ASML이 독점한다"라는 내용이 귀에 탁 걸렸다. 즉 강력한 기술적 해자를 가진 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반도체 공정은 앞으로 더 심화될 예정이므로 ASML은 계속 잘나갈 것 같다"라고도 이야기했다. "정말 좋은 회사구나, 전망이 좋구나" 생각하면서 이 정보를 잘 메모해서 상사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몇 년 뒤에 나는 땅을 치고 후회를 했다.
내가 ASML에 대한 정보를 들은 건 2017년이었는데, 당시에는 1주당 150$ 정도였다. 그리고 그 이후 한때는 780$까지도 가서 나의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만들었다. 2022.8월 현재 약 530$ 정도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150$에 샀으면 5년만에 3배가 넘는 정도로 오른 것이니 배당수익을 빼고도 3루타를 친 것인데.. 거기다 환차익까지 생각하면 말잇못...
기술적 해자에 주목하라
해자(moat)란 성 주변을 파서 물을 채워 적의 침입을 막는 곳을 말한다.워렌 버핏이 경쟁자가 쉽게 넘볼 수 없는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 기업을 일컬어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를 가지고 있다는 데서 주식용어로도 널리 쓰이게 됐다.
투자를 하면 할수록 기술적 해자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특히 고도로 발달한 반도체 같은 업종은 돈을 많이 투자한다고 따라올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기술적 해자를 가진 기업은 독보적인 경쟁우위를 획득한 셈이다. 특히 반도체 공급망에서 반드시 필요한 소재, 장비라면 더욱 그럴것이다.
ASML은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수퍼을"이라는 별명도 있다. 장비를 납품하는 회사지만 만약 ASML이 장비를 납품하지 않는다면 파운드리 등 극미세공정이 요구되는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싶어도 ASML에서 장비를 납품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심지어 기술격차도 크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ASML의 현 수준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업계 전문가는 어디에나 있다
나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업계 전문가의 이야기를 꼭 투자에 써먹어보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업계 전문가를 대체 어디서 만나냐고? 꼭 업무상 만남이 아니어도 우리 주변에 업계 전문가는 천지삐까리로 있다. 친구, 동생, 먼 친척 등등... 나와는 다른 산업군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면 신변잡기보다는 슬쩍 그 업계의 이야기를 물어보는 것도 좋다. 맨날 연예인 가십, 집값 한탄 같은걸 하기 보다는 새로운 산업에 대해 공부해본다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눠보자.
그러나 처음부터 너무 본심을 내놓고 "너네 회사 주식 괜찮아? 너네 업계 추천주가 뭐야~??" 이런식으로 나가면 상대방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지 말고 가벼운 동향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평소에 궁금했던 업계 이슈에 대해서 묻다 보면 자연스럽게 업계에 대한 상식과 함께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