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내 인생에 다시 없을 3루타
어느 여름이었다. 평소에 회사에서 재테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터놓고 하는 동기오빠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당시에 미리 전세를 끼고 사뒀던 집이 있었는데 그 집 전세금을 돌려주고 입주할 계획이라 다른 집에 저렴한 월세로 거주하고 있었다. 이에 좀 목돈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눈치챈 동기오빠가 나에게 SK바이오팜 공모주에 청약하라고 권유했다.
사실 나는 그때까지 한번도 공모주를 청약해 본 일이 없었다. 경영학 시험을 치고 회사에 입사했기 때문에 공모주가 뭔지는 알았다. 하지만 공모주를 청약하는 사람이 내 친한 사람 중엔 없었기 때문에 나는 공모주를 청약해보겠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여기저기 검색을 해봤더니 SK바이오팜 공모가는 매우 낮은 편이라는 의견이 많았고, 당시 코스피 시장 분위기도 매우 좋았기 때문에 청약을 하는 것은 맞다는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다.
근데 정말 다 배정되면 어떡해?
당시에 처음 공모주를 하는데 몇 억 씩이나 청약을 한다는게 마음의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혹시라도 몇 억원 어치가 덜컥 다 배정이 되버리면 나는 전세금을 어떻게 돌려주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걱정스러웠다.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전세를 연장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실거주를 채우는 기한이 또 2년 미뤄지기에 여러가지 향후 계획들이 틀어질 터였다.
그래서 고민끝에 마이너스통장 등을 끌어서 1~2억 정도 더 동원을 할 수 있었음에도 수중에 있는 돈만 가지고 청약을 하기로 했다. 그래, 처음 하는 투자인데 너무 욕심내는 것은 잘못일테니.
그러나 이는 나의 큰 실수였다.
당시에 15,000주를 청약했는데 너무나 높은 경쟁률 때문에 나는 46주밖에 배정받지 못했다. 그래도 75주 정도는 받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매우 나이브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 때 나는 "내가 더 청약을 했어야 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
내 주식 인생에 없었던 3루타
내 주식 인생에서 결코 없었던 3루타를 나는 SK바이오팜 덕분에 맞았다. 무려 700만원이라는 수익을 얻을 수 있었고, 총 손익률은 312%에 달했다. 700만원이면 당시 살던 집의 월세를 6개월치는 낼 수 있는 돈이었다. 얼떨떨했다. 생각치 못하게 돈을 번 것이다. 아무튼 나에게 이런 좋은 기회를 알려준 동기 오빠에게는 선물로 보답하고 공모주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계기로 삼았다.
이상하게도 한 번에 이렇게 큰 돈을 벌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더 벌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이 더 컸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모든 공모주 청약 건을 검토하고, 괜찮은 청약은 무조건 참여하는 것으로 했다. 한 1년 반정도는 공모주 투자를 통해 재미를 쏠쏠하게 봤지만 이후 공모가가 비싸지는 문제, 그리고 균등배정이라는 제도가 생겨 이전만큼 많은 물량을 배정받지 못해 즐거움이 조금은 줄어들고 말았다.
왜 나는 풀베팅 하지 못했을까
합리적으로 판단했을 때 "이 deal은 나에게 유리해, 무조건 풀베팅하는 것이 맞아"가 결론이었지만 나는 왜 그렇지 못했을까? 사실 나는 이와 비슷한 실수를 서울 아파트 청약시에도 저지른 적이 있었다. 그때 인생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작은 평수를 청약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강남에 아파트를 사러 가서도 인터넷에서 보고 간 것보다 가격이 조금 비싸서 김이 새버렸고, "무리하지 말아야지"라며 그냥 포기하기도 했었다.
이상하게도 이렇게 큰 결정을 해야 할 때 꼭 나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고 "무리하지 말아야지"라는 희한한 생각을 따라서 더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몇번이고 놓쳤다. 나라는 사람은 아주 큰 부자가 되기는 글렀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실수에서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이렇게 오답노트를 적는다.
위에서 말했듯 나는 가족이나 친한 친구 중에 공모주를 청약할 만큼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은 사람도, 여유자금이 충분한 사람도 없었기에 입사하고 6년 이상을 좋은 공모주 청약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목돈을 굴리는 이런 좋은 방법이 있음을 몰랐기에 굳이 현금흐름을 새로 창출할 필요가 없음에도 새 아파트를 전세를 주지 않고 월세를 주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공모주 투자는 한번 배우면 평생 쓸 수 있는 투자
공모주투자를 꾸준히 하면서 느낀 점은 직장인에게 정말 적합한 투자라는 점이다. 일단 마이너스통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망한 공모주에 목돈을 청약하고, 청약이 끝나면 다시 마이너스통장을 갚아둘 수 있다. 정말 돈이 부족하면 균등배정만 참여해도 된다.
특히 한번 투자방법을 배워두면 평생 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일단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쏠쏠한 파이프라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롭게 상장하는 회사들에 대해 시간을 내어 짧게라도 공부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내 투자실력이 된다. 참고로 공모주는 장기투자를 하기보다는 상장 후에 적절한 때를 보아 팔면 크게 손해를 볼 일이 없다. 2020년 7월부터 공모주 투자를 쭉 해왔었는데 손실이 났던 건은 단 1건 뿐이었고, 다행히 손실금액이 16,500원에 그쳤다.
요새는 주식시장이 매우 좋지 않기도 하고 공모가 자체가 비싸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공모주 열풍이 많이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시장에는 사이클이 있기에 언젠가 또 올 기회를 기다리며 공부해보는걸 권하고 싶다.